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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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에 루시 쿡의 암컷들이 출간되었을 때, 빨리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9월 말에야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었다.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진짜로) 바빴고, 빠르게 읽어서 리뷰를 써주어야만하는 다른 책도 있었던데다가 루시 쿡의 암컷들이 도서관에서 꽤 인기가 있었던터라 늘 도서대출예약이 꽉꽉 차있었다. 도서예약을 해두고 추석과 대체공휴일 사이에 겨우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수 있었다. TMI이기는 한데 지금도 내 뒤로 3명이 암컷들 대출예약을 하여서 빨리 반납을 해주어야 한다.

책을 시작하면서 동물행동학과 진화유전학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수컷 중심으로 발전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워낙 동물을 좋아하고 지정성별이 여성인 관계로 이미 하이에나의 우두머리가 암컷이며 하이에나 무리에서 아무리 서열이 높은 수컷이라도 무조건 암컷의 아래에 있다는 사실과 코끼리/범고래 집단의 우두머리는 무조건 나이가 많은 암컷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과는 별개로 그 동안의 동물행동학은 무조건 수컷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었다. 무리의 우두머리는 수컷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 자체가 차별인데, 아마 대다수의 인간동물 학자가 수컷(남성)이다보니 수컷 위주의 사고방식이 보편적이었던 것 같다. 여러 종류의 동물행동학과 생물학 책을 읽어보면 자연적으로 성별을 바꾸거나, 암컷이 수컷보다 몸이 크고 강한 생물이 꽤 많다. 루시 쿡의 암컷들에 나오는 '사실' 내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었던 이유는 동물을 좋아하고 여성이다보니 자연적으로 집중해서 알게 된 것이었다. 암컷이 우위에 있다는 그 '명제'는 대부분의 학자에게 '사실'이 아니었고 '보편적이지 않은' 행동이었다. 암컷이 수컷보다 우위에 있는 동물행동학은 꽤 최근에 확정된 과학적 사실인데, 내가 운이 좋게도 현대에 태어나 우세한 암컷에 대한 기록이 어느 정도 쌓여있는 상태에서 동물에 관심이 있다보니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비인간동물은 인간동물이 아니다. 비인간동물의 생태는 인간동물의 생태와 다르다. 이 두 가지 명제를 가지고 비인간동물의 사회에 접근을 했다면 인간동물은 자연의 생태에 보다 빠르게 접근했었을 것 같다. 내 생각에는 동물행동학에서 그 동안 암컷과 LGBT가 배제되었던 이유는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학자의 성별과 성적지향이 헤테로섹슈얼 수컷 인간동물 안에만 갇혀있는 상당히 차별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였던 것 같다. 헤테로섹슈얼 수컷 인간동물이라고 할 지라도 비인간동물을 인간동물화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가설 없이 연구를 했더라면 상당히 다양한 연구가 관찰되었을 것 같다.

암컷은 착취당하지만은 않는다. 때로는 착취하기도 한다. 암컷은 꼭 수컷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컷은 암컷이 없으면 유전자 존속이 불가하지만. 암컷은 수컷이 없어서 유전자를 유지시킬 수 있다. 암컷이 언제나 수컷보다 약한 것은 아니다. 성적 이형은 상당히 많은 종에서 발견되지만, 고릴라나 인간처럼 수컷의 몸이 더 큰 경우도 있고 하이에나, 거미, 사마귀 처럼 암컷의 몸이 더 큰 경우도 있다. 알락꼬리원숭이처럼 성적이형이 두드러지지 않은 동물도 많다. 알바트로스처럼 여성 커플이 우세한 집단도 있고, 펭귄처럼 동성 커플이 흔한 집단도 있다.

인간동물의 시야를 가린 것은 다윈이 아니라 편협함이었다. 인간동물이 편협함을 벗어던진다면, 어떤 것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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