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의 노래 - 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 세우며
홍은전 지음, 훗한나 그림, 비마이너 기획 / 오월의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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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의 인생을 문자로 읽은 후 그에 따른 리뷰를 쓴다는 것은 꽤 어렵고 낯가지러울 때가 있다. 본의아니게 그런 경험을 아주 자주하는 편이다. 한국을 떠들썩하게 뒤집어놓은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투쟁 시,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최소한 50%는 내가 아닌 사람이었으며 심지어 그 투쟁으로 연행되거나 TV에 출연하는 사람은 100%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대표적으로 규식이 형이던가, 규식이 형이랄까, 규식이 형 같은 사람 말이다. 늘상 TV, 그것도 9시뉴스에 대문만짝하게 출현하는 형숙 소장님이나 박경석 '고장쌤'은 말할 것도 없고, 스쳐지나가는 영상에서 뭔가 익숙한 얼굴이 지나갔다 싶으면 애린언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전장연의 지하철 투쟁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싶으면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이고, 비겁하게 뒤에서 욕하지 말고 원하면 만나게 해주겠다고 늘상 외치고 다녔다. 전장연이 왜 지하철을 멈추고 버스를 세우는지 너무나 뼈저리게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을 하면서 휠체어를 타는 누군가와 영등포구청역에서 혜화에 가는 길, 걸어다니는 사람(비장애인일 확률 90%)이 5-10분이면 쉽게 환승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우리는 재수가 없으면 30분 이상 역사 내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만 했다. 어쩔 때는 역사 내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지하철을 타고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저상버스를 기다리다기도 하고, 비건을 하는 비장애인과 장애인 당사자가 함께 갈 수 있는 식당이 없어 머리가 빠개지도록 길을 찾기도 했다. 내가 4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별 말도 안되는 일을 다 겪었는데, 어떤 사람은 이 별 말도 안 되는 일을 평생동안 겪어야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평생동안 겪은 사람이 바로 전사들의 노래에 인터뷰어로 참여한 규식이 형, 박김영희 대표님, 박명애 대표님, 노금호 대표 4명이고, 비장애인으로 20년 넘게 살다가 사고와 질병으로 중도장애인이 되어 박길연 대표님과 박경석 '고장'쌤도 비장애인으로서의 삶보다 장애인으로서의 삶이 더 길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착한 장애인이 되어 천사처럼 합창하지 않고, 굳이 전사가 되어 들판에서 함성을 지르는 이유는 한국이 합창보다 함성을 더 잘 듣는 사회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인생을 읽다보면 절대 천사처럼 좋은 노래가 아닌 함성으로 이루어진 외침을 될 수 밖에 없는 마디마디가 남아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의무교육에서조차 배제되어버렸고,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삶이 어떻게 천사와 같을 수가 있을까? 장애인의 삶과 비장애인의 삶이 서로를 배제하는 것이 아닌 같이 살아가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은전 같은 인터뷰이가 보다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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