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아민 말루프 지음, 장소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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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형제가 있다면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은 어느날 인간동물을 찾아온 다른 인류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아니 정확하게는 모든 통신수단이 멈춰버리게 되면서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와 소통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한국인에게는 낯선 인물은 엠페도클레스는 기원전 5세기경 활동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다. 소크라테스 이전 시기에 활약한 대표적인 고대 그리스 철학자 가운데 하나인데, 엠페도클레스가 활동했던 기원전 5세기경 시칠리아를 비롯한 그리스의 식민도시들은 민주주의와 참주정치 사이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 과두 정치파인 1000인회를 해산시키고 민주주의 편에 섰던 그는 결국 정치 문제에 연루되어 고향 아크라가스에서 추방당했다.

엠페도클레스는 물, 공기, 불, 흙을 서로 동등한 위치를 갖는 세상의 근원으로 받아들였다. 엠페도클레스는 4원소는 원초적이고 궁극적인 것으로 새로 생성되거나 소멸, 변화하지 않으며, 세상의 뿌리인 4원소가 합쳐지거나 흩어지면서 존재가 생겨나고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원 자체는 그대로 있으면서 통합과 분리 즉, 사랑과 다툼(미움)을 통해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소설에서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한 또 다른 인류는 상당히 도전적이면서 평화주의자이고, 인류가 일으키는 전쟁을 무력화시킬 수 있으며, 현재 인류가 가지고 있는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현대 인류가 닿을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현대 인류는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가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는 그의 사상에 닿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의 능력을 가질 수 없는 이유는 사상에 닿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류라고 부를 수도 있는 인간동물은 비인간동물에게 지독히도 야만적이었고, 지구 환경을 보호해야한다고 말을 하면서 사실상 골수까지 빨아먹을 듯한 기세로 모든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 인류세라고 불리우는 이 세계에서 인류로 인한 6차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으며, 자연적인 변화가 아닌 인간의 개입으로 인한 심각한 기후위기가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지구는 안 망할건데, 인류로 인하여 다른 동식물이 그리고 인류 스스로 멸족할 수 있다는 것이 비관적 과학자의 주장이다. 이에 반하여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의라는 또 다른 인류는 자원을 마음대로 쓰지 않고, 전쟁이 아닌 평화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하려는 것 처럼 보인다. 소설에서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 등장한 이유는 핵전쟁을 막기 위함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인류가 거만한 태도를 버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에서 아쉬운 점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결말을 맞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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