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위대한 도약 - 크리에이티브의 불확실성이 기회가 되기까지
로렌스 레비 지음, 강유리 옮김 / 유엑스리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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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풀네임보다는 '픽사'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 기업은 조지 루카스의 영화사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부분 부서였다. 루카스의 이혼소송 때문에 급전을 만들 목적으로 실사 촬영 영화 장면을 디지털화하고 특수효과를 입히는 맞춤형 컴퓨터를 개발하는 부서와 컴퓨터그래픽으로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부서를 스티브 잡스에게 판매한 것이 픽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루카스의 이혼 소송이 아니었더라면, 루카스가 여유자금이 있었더라면 우리가 아닌 픽사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참고로 이 책의 주인공은 스티브 잡스가 아닌 변호사 경력이 있는 기업인 로렌스 레비이다. 로렌스 레비는 스티브 잡스에게 스카우트가 되어 픽사의 최고재무책임자가 되어 사업전략 담당과 IPO를 추진하는 역할을 한다. 스티브 잡스는 어쨌거나 실리콘밸리 성향의 기업인이었기에 픽사의 3D 애니메이션보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수익적인 면에서 더 효과와 효율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결론적으로 픽사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같은 회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문화산업으로 나아간다. 이 부분은 로렌스 레비의 판단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재무적인 측면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보다는 애니메이션이 더 사업성이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티브 잡스를 설득한 그의 판단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픽사가 성공한 기업이 되기까지 여러 고난과 어려움이 있었다. 심지어 로렌스 레비가 픽사에 합류할 당시 스티브 잡스가 픽사에 개인 돈 5천만달러 정도를 투자 했음에도 적자가 지속되었고, 뭔가 수익이 날 만한 상황이 전혀 없었다. 그나마 디즈니와 계약한 애니메이션 제작건(그게 바로 토이스토리)과 대규모 영화에나 필요한 이미지 랜더링 판매 건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사실 연명도 아니고 그냥 적자기업이었다. 로렌스 레비는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픽사의 첫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보고 사업성이 있으며 성공하게 될 것임을 예상하게 되었고 스티브 잡스를 설득하여 픽사가 애니메이션 기업으로 전환을 하게 된다. 픽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사회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스토리 제작팀 존 라세터 사단을 믿고 일을 맡겼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연극, 뮤지컬 같은 문화 산업의 근본적인 힘은 바로 스토리 제작팀의 창조성이 대중에게 공감을 얻고 예술성을 보여주면서도 그 창조의 원천을 잃지 않는 것이다. 픽사 이사회가 스토리 제작팀을 믿지 못했다면 아마 우리가 아는 그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없었을 것이다. 픽사가 위대한 도약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근본이 되는 것을 지켜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평은 상당히 많이 엇갈린다. 성공한 기업가이지만 성격이 매우 괴팍하고 친딸을 인정하지 않아 소송까지 거는 그의 행동을 보며 '미치광이 천재'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수도 있다. 픽사, 위대한 도약의 저자 로렌스 레비의 시선으로 본 스티브 잡스는 어찌되었더나 기업에 대한 책임감이 매우 강한 사람이고 명확한 이유와 근거로 말을 하면 수긍을 하고 설득이 되는 사람이었다.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이 괴팍하다는 평을 얻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명확한 이유, 근거, 계획 없이 스티브 잡스를 설득하려다 실패하고 독설을 얻은 사람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스티브 잡스는 적을 꽤 많이 만들어낸 사람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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