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의 손길 페르세포네 × 하데스 3
스칼릿 세인트클레어 지음, 최현지 옮김 / 해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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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포네×하데스 시리즈의 마지막 책을 읽으면서 한국보다는 미국이 성적지향에 대해서 보다 오픈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산 시스젠더 헤테로섹슈얼이라는 성정체석을 가진 작가라면 일반적으로 자신이 집필한 소설에 이렇게 다양한 성적지향을 가진 캐릭터가 수없이 나오지 않는다. 페르세포네×하데스 시리즈의 주인공이 시스젠더 헤테로섹슈얼이며, 그에 따라 성적 장면을 묘사한 장면 역시 이성애 중심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아폴론이 동성애 성향이 더 강한 바이섹슈얼로 묘사된 것이나 하르모니아의 캐릭터를 범성애자로 지정하고 주요캐릭터이자 페르세포네의 친구인 시빌이 하르모니아의 파트너가 되게 한 것은 한국소설에서 보기 힘든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큐큐퀴어단편선 등을 통해 다양한 성적지향과 LGBTQAI에 대한 시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시스젠더 헤테로섹슈얼이라는 정상성을 강요하는 문화권에서의 창작물과 비교적 오픈되어있는 문화권에서의 창작물의 결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모든 사람이 다양한 성적지향과 LGBTQAI에 오픈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한국인 중에서도 물론 다양한 범주의 사람이 많지만 결과론적으로 미국의 문화가 비교적 LGBT-friendly한 것은 사실이다.

악의의 손길에서는 그리스로마신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티타노마키아가 다루어진다. 앞서 두 권의 책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리스로마신의 주신과 티탄 신족의 전쟁을 다룬 티타노마키아는 한국에서는 별로 알려져있지 않지만 유럽어권에서는 꽤나 중요한 신화 중 하나이다. 한국의 단군신화급이랄까? 페르세포네의 어머니 데메테르 역시 티탄 신족이나 티타노마키아에서 그리스로마신의 주신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의 편을 들고 그 이유를 '티탄 신족 보다 더 인간적'이라서라고 들고 있다. 하지만 사실 그리스로마신의 12주신 모두 티탄 신족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권력을 잡은 자가 새로운 신이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페르세포네×하데스 시리즈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반신(半神) 테세우스와 그의 조직 트라이어드는 새로운 티타노마키아를 꿈꾼다. 신이 없는 세상에서 스스로 신이 되고 싶은 것인지, 테세우스 스스로 이야기 한 것 처럼 더 큰 선(善)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보다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 비인간적인 방법을 택한다면, 그것은 옳은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적'이라는 것이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인가? 인간이 원하는 것은 신과 같은 삶인가? '신과 같은 삶'이라는 것이 영원히 죽지 않는 젊음, 평안하게 살 수 있는 권력과 돈, 마음의 평화 중 어떤 것인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페르세포네×하데스 시리즈는 그저 성적인 끌림으로 만나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이지만 결말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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