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혁명과배신의시대] 민족주의와 사회진화론

혁명과 배신의 시대 - 격동의 20세기, 한·중·일의 빛과 그림자 ㅣ 역사의 시그니처 1
정태헌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9월

혁명과 배신의 시대를 다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을 읽으면서 그 당시 동아시아 사회를 흔들었던 민족주의와 전세계의 주류 가치관이었던 사회진화론을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룬 6명의 사상가 역시 민족주의와 사회진화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물이었지만 그 두 가지 사상을 뛰어넘어 미래를 보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이득을 취했는가 두 가지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나쁜 놈을 비난과 비판으로 쇄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왕징웨이와 이광수는 중국인과 한국인(조선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 민족을 배신했고 친일을 하였으며 자신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여긴 것으로'만' 볼 수 있겠지만 사실 이 두 명의 사람이 민족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그 초기의 노력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은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 중 1900년대 초반의 역사로 들어가 일제의 침략에 맞서 목숨과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항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이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저 좋은 사람과 나쁜 놈의 싸움으로만 보지 않고 왜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시대적 상황과 그 시대를 관통했던 민족주의, 사회진화론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루쉰과 조소앙이 바라본 민족의 미래가 왕징웨이와 이광수에게 이어져 앞으로 나아가면 좋았겠지만 후자 2명은 그 그릇이 못 되었거나 현실의 벽에 깨져벼린 영혼일 수도 있겠다 싶다.

여러 의미에서 나는 루쉰이나 조소앙보다 일본인 후세 다쓰지에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군국주의에 휩쓸리지 않고 어느 한 나라나 민족을 위해 싸운 것이 아닌 인권변호사로서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 최선을 다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루쉰과 조소앙은 민족과 나라를 위해 싸운 것이지만 후세 다쓰지는 정의 실현을 위해 싸우고 노력한 사람이며 일본인 변호사지만 독립운동을 한 한국인 변호에 힘을 쓴 사람이다. 영화로 제작되었던 독립운동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를 변호한 사람 역시 후세 다쓰지이다. 이 책에서는 하나의 챕터로만 다루어져서 설명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데 '후세 다쓰지 평전'이 따로 나와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사회는 진화하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나라나 사회다 다른 나라나 사회보다 진화한다는 주장은 옳은 것일까? '진화한 나라'가 '진화하지 않은 나라'를 침략하는 것은 옳은가? 경제적인 우위에 있다는 사실이 진화하였다는 명제를 증명하는가? 사회진화론을 단순하게 그리고 복잡하게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