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컬 헬프 - 돌봄과 복지제도의 근본적 전환
힐러리 코텀 지음, 박경현.이태인 옮김 / 착한책가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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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전하고 행복한가? 따뜻한 환대와 서로돌봄에 대해'를 주제로 강남구립정다운도서관에서 진행된 박경현 역자의 강의를 듣기 앞서서 책을 읽었고, 며칠 전 강연을 듣고 왔다. 래디컬 헬프의 역자 박경현씨는 영어를 전공하고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를 하다가 이후 사회복지를 전공한 뒤에 학교사회복지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학교사회복지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학교사회복지협회 홈페이지(https://www.kassw.or.kr/page/s1/s2.php)를 알려드리니 홈페이지에 가서 한 번 보기를 바란다.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교내에서 학생을 상담하는 일을 주로 한다. 물론 학교사회복지사의 일이 그걸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박경현씨는 학교사회복지사로 청소년 상담을 하다보니 청소년의 문제는 마을의 문제인데 반하여 학교 내에서 진행된 상담은 학교 밖으로 뻗어나갈 수 없는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사회 내 불평등이 교육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이 문제가 사회 전반을 비인권적으로 나아가고 있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회복지의 첫번째 사명은 Service지만 욕구중심의 서비스가 과연 얼마나 한 사람의 삶에 변화를 주었는지, 그리고 개별적으로 주어지는 서비스가 과연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전체적인 환경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역시나 의문이다.

래디컬 헬프는 전체적으로 3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보편적인 사회보험을 제시한 베버리지 보고서를 바탕으로 둔 영국의 복지국가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1부에서는 정치적으로도 그리고 케이스로도 설명이 된다. 어떤 가정에 속한 개인에게 개별적으로 주어지는 서비스는 많지만, 전체적인 부분과 개별적인 부분을 엮어서 진행된 서비스가 아니고 관계가 분절되다 보니 '욕구에 의한 서비스 지원'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2부에서 진행된 다양한 필드리서치(실험)로 사회복지서비스 지원의 제1원칙인 욕구기반의 서비스가 아닌 생태체계적 관점과 관계성을 중심으로 지원을 하였을 때, 당사자는 스스로의 힘을 가지고 서로를 지원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되려고 하였다. 어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1회성 지원이 아닌 일상적 관계 안에서의 안정적인 지원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 당사자를 스스로 움직이게 하려는 시도 자체가 지역 내 기관입장에서는 상당히 위험해보여 1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필드리서치는 사라지고 말았다.

3부에서 저자 힐러리 코텀은 책과 조사를 통해서 특정 메뉴얼이나 모델을 제안 하려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힐러리 코텀은 각 사회와 지역 내에서 가지고 있는 문화와 경제적인 상황이 모두 다르다 보니 하나의 메늉얼이나 모델로 사회관계성을 엮는 것을 정리할 수 없다고 봤다. 오히려 그 지역을 기반으로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한다는 내용을 제안한다. 돌봄이나 사회복지라는 이름으로 제공자와 수혜자를 나누고, 개별적인 서비스 지원이 아닌 전반적인 관계의 문제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면서 장애인의 탈시설 운동과 작년 겨울 문을 닫은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엑시트(EXIT)’가 생각났다. (엑시트 관련 시사인 기사 https://zrr.kr/DoN9) 지금 당장의 문제와 욕구기반의 서비스가 필요할 때가 있다. 급한 불을 꺼야하는 것은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을 지속하는데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닌 앞으로의 미래를 같이 그려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는 당사자에게 원하는 것을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하는 사회적 지원과 관계망도 필요하다. 근본적인 것을 생각하다고 이야기를 하면 혁명이나 급진적인 좌파라는 시선이 늘상 존재하는데, 나는 도대체가 이런 생각의 뿌리가 어디인지 궁금하다. 근본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것이 혁명이나 급진적인 좌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을 비교적 더 긍정적은 것으로 나아가게 할 때, 제일 먼저 봐야하는 것도 근본과 본질이라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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