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 한 소녀가 부자가 되어 버린 사정에 관하여
서소 지음 / 렛츠북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갑작스럽게 일명 코로나라고 불리는 바이러스가 지구에 떨어지면서 우리의 일상은 평범한 것과는 멀어지게 되었다. 지구라는 행성 내에서 기본적으로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었던 모든 사람의 이동이 전면 금지되었고 이런 이동의 자유는 국가 간의 이동 뿐만 아니라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마스크가 없이는 그 어디도 갈 수가 없었으며, 코로나 이전에 자유롭게 누리던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 여파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었음에도 아직도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 대부분이 마스크 착용을 하고 있다. 코로나가 한국에 막 상륙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귀국을 하였다. 그 당시 유럽에서는 코로나가 유럽이라는 지역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고 모든 원흉은 동아시아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막 퍼져있을 때였기에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코로나와 관련된 인종차별을 받은 적이 있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거의 대부분의 탑승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다. 한국에 돌아온 직후 스페인은 셧다운이 되었으며, 프랑스는 내가 한국으로 귀국한 당일부터 오르세 미술관이 폐쇄되었다. 한국에 돌아온 날부터 외출을 할 때 마스크를 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오염은 코로나 초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던 시점, 전과 직후에 마스크 불법 유통과 관련된 내용을 소설화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모든 사람에게는 사연이 있더래도 그 사연이 범죄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 불법 유통과 관련하여 주범(자기의 의사에 따라 범죄를 실제로 저지른 사람)과 공범(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공동으로 실행한 사람)과 종범(타인의 범죄를 방조하는 범죄)이 있지만 모두 같은 범죄를 저질렀고 어느 정도 그에 대한 이익을 거두었기에 아무리 각자의 사연이 기구하여도 그에 따른 죄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이 되었다. 다만, 이윤슬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여러 상황이 안타깝기는 하였다. 마스크 불법유통과는 별개의 사건에서 이윤슬은 성범죄 피해자였는데, 사회에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그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디까지 고통스럽고 위험한 곳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 사회적 지원이 제대로 되었다면 이윤슬은 마스크 불법유통이라는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 같다. 김성오라는 인물은 악인이라기보다 진짜 '비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오가 한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라는 면접관의 말에 '제 장점은 비굴하다는 것입니다.'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자신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러기에 다른 사람 말에 토를 달지 않으며 자신처럼 남에게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있어야지 다툼이 없다는 말로 결국 취업을 한다. 자신의 장점이 비굴하다는 어쩌면 단점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을 상황에 맞게 잘 풀어나간 이 캐릭터를 보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회사라는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비굴하다.'는 것은 최고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정말 특정 조직에서는 좋아할 만한 특징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