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끄는 짐승들 - 동물해방과 장애해방
수나우라 테일러 지음, 이마즈 유리.장한길 옮김 / 오월의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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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끄는 짐승들'을 거의 3개월 동안 읽었다. 중간에 다른 책을 읽어야 해서 '짐을 끄는 짐승들'을 읽지 못 한 것도 있지만 사실 핑계였다. '짐을 끄는 짐승들'을 읽으면서 감정이 소용돌이쳤기에 책을 한번에 끝까지 읽는 것이 불편했다. 불편한 감정이 들 때마다 책을 잠시 덮어두고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책을 읽었다. '짐을 끄는 짐승들'을 읽으면서 불편한 감정이 매 순간마다 불쑥불쑥 치밀어 올랐던 이유는 장애인 당사자이자 장애해방운동가이자 비건인 수나우라 테일러의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공감하거나 수나우라 테일러가 마주쳤던 그 순간과 장면이 어떤 모습인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비건 당사자이면서 비건 당사자인 친구가 여럿 존재하며,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당사자 여러 명, 그 중 몇 명은 친하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장애해방운동과 동물해방운동에 동시에 소속되어 있기에 그 어느 공간에서조차 당연한 소외를 겪어왔다. 한국 특성상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이 제일 쉽게 접근 가능한 식당은 고깃집이나 횟집이었기에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면 그 어떤 동물도 먹지 않음에도 고깃집과 횟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거나 굶어야 했고, 동물해방운동에서 연이 되어 만났던 누군가 장애혐오발언을 할 때 그 발언이 혐오발언임을 인지시키느라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시키기도 했다. 혐오나 차별발언에 민감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인간동물 중 어떤 인간동물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에 대한 혐오발언을 너무나 쉽게 내뱉는' 모습에 진절머리 날 때도 많았다. 수나우라 테일러가 동물해방운동에 기꺼이 참여하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느낀 감정을 오롯이 알 수 있다고 쓰는 것 자체가 교만일 수 있지만 왜 이런 글을 썼는지 본능적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수나우라 테일러는 동물해방운동가로서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에 동의하지만 장애인 당사자로서 피터 싱어가 쓴 장애 차별적인 글에 대해서 적나라게 비판을 하였다. 인상깊었던 부분은 수나우라 테일러가 피터 싱어와의 만남을 회고하며 쓴 내용인데 거기서 피터 싱어는 수나우라 테일러에게 모든 장애를 없애고 비장애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2달러짜리 알약이 있다면 먹을 것이냐는 질문에 수나우라 테일러는 장애인 당사자로 살아가는 것이 더 좋다며 '먹지 않겠다.'는 대답을 한다. 그 이유로 '이 세계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장애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장애인도 많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우리는 각자 다른 성정체성, 각자 다른 인종, 각자 다른 키와 몸무게와 언어를 가지고 살아가며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각자의 소수성은 '이 세계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 누구도 키가 작은 사람에게 키가 클 수 있는 2달러짜리 약을 먹을거냐고 묻지 않고, 그 누구도 동아시아 사람에게 남미나 아프리카 아니면 유럽 사람으로 몸와 외모를 바꿀 수 있는 2달러짜리 약을 먹을거냐고 묻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한다면 그 질문은 '인종차별적 질문'이라고 말을 할 것이다. 피터 싱어가 수나우라 테일러에게 한 질문도 장애차별적인 질문이다. 피터 싱어는 '장애가 없음'이 '장애가 있음'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차별주의자인 것이다. 피터 싱어가 비인간동물과 인간동물 그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과 경계를 넘는 종차별반대론자이지만 장애와 비장애 그 사이 존재하는 차별과 경계를 보지 못하는 장애차별주의자인 것이다. 피터 싱어가 종차별반대론자이자 장애차별주의자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인간의 삶을 존중하면서 동물을 삶을 존중하지 못 하거나 이성애자의 삶은 존중하면서 이성애자가 아닌 다른 성적지향을 가진 존재의 삶을 존중하지 못 하거나 특정 인종이나 계급의 삶만을 존중하는 차별주의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이유는 사회 내부의 다양한 차별과 경계를 넘나드는 것의 문제를 오직 하나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그 시선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차별과 경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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