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
이희준 지음 / 별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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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은 이희준의 두 번째 소설이다. 청소년 문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 모두의 권리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고 어려우며 다양한 관점을 가진 책이라서 후기를 쓰는데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였다.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나의 가족은 소중한 존재와 그 어떤 정치적 의도 없이 모든 생명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존재는 상당히 비정치적인 가족이지만 이들을 둘러싼 환경은 심각하게 정치적이었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존재였다. 사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자신이 남에게 무언의 도움을 주었을 때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작 자신이 무언의 도움을 받았을 때는 그 도움에 대한 대가를 절대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 이기심도 있다. 모든 생명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존재에게 도움을 받은 모든 존재는 각기 다른 이유로 자신이 받은 도움을 다른 형태로 갚기도 하였지만, 그런 것에 상관없이 살거나 도망치기도 하였다.

책 표지를 보면 상당히 어지럽다. 비장애 인간 남성이 책의 중심부에 있지만 그 주변으로는 흰색 개와 함께 날개가 달린 사람과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이 있다. 소설 자체가 판타지이다 보니 인간동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곳이 세계관이지만 그곳에서도 엄연한 차별이 존재한다. 특정 존재에게 권력이 몰려져 있다면 그 존재와 다른 모습을 가진 모든 존재는 다양한 농도의 차별과 닿아있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런 차별에 대하여 너무나 가감 없이 대놓고 보여주는 탓에 불편하기도 하였지만 달리 보면 매우 솔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심지어 작가가 살고 있는 동네와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겹치는 탓에 주변부의 묘사가 심각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여 더욱 불편했을 수도 있다.

동굴요정의 태도에서는 자신 역시 차별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차별적인 언어를 내뱉는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동굴요정이라는 캐릭터의 모습과 능력은 비현실적이지만 그의 태도 자체가 상당히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화가 나기도 하였고 웃프기도 하였다. 자신이 장애인 당사자면서 LGBT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과 페미니스트하고 자처하면서 장애인 차별 발언을 하는 사람과 지정 성별이 여성이면서 여성차별적인 발언을 스스럼없이 하는 사람을 너무나 많이 만나서일까? 우리는 언제나 불편한 상황에서도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삶을 살아가야한다. 내가 편하기 위해 다른 존재를 깔아뭉개거나 아무 의식없는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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