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2017년 9월. 여러 매체에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특히 대다수가 여성이었던 어머니) 여럿이 무릎을 꿇고 있는 기사가 떴다. 기사 내용인 즉슨 강서구 내 폐교되는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학령기 장애인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를 세우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장애인 당사자 여럿을 알고 있으며, 장애인교육권연대, 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부모회에서 활동을 하는 여러 부모님과도 이래저래 안면이 있다. 그래서 장애인 교육권에 대한 문제와 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부모회 활동가의 입장을 굳이 다큐멘터리 기록물로 보지 않아도 알고 있고, 알 수 있고, 공감을 한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강서구에 위치한 공진초등학교가 '폐교된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도시개발의 명목 서울시 강서구 내 건설된 아파트단지 가양도시개발아파트 2,4,5,6,8,9단지가 중 4단지와 5단지는 영구임대아파트로 지정되었다. 자신의 자녀가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것이 싫었던 사람들은 가까운 공진초등학교가 아닌 지역 내 다른 초등학교로 자녀를 전학시켰고, 공진초등학교의 학생의 90%는 영구임대아파트였던 4단지와 5단지에 살던 학령기 어린이였다. 공진초등학교의 폐교 이유 자체가 가난에 대한 멸시와 차별이었기에 前 강서구 주민 중 자녀가 공진초를 졸업한 학생의 어머니는 '자신과 자신의 자녀를 차별하던 사람들이 이제 장애인을 차별하는 주체가 되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싫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그 어머니는 특수학교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도 그렇대고 그 상황에 반대하지도 않았다. 단지 자신의 자녀가 경제적으로 상황이 크게 좋지 않다는 이유로 따돌림 다니고, 졸업을 했던 초등학교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서 아쉽다는 입장이었다. 그 어머니의 눈에는 서진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과 공진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지 않은 사람이 같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에 주요하게 등장하는 장애인부모회 활동가들은 특수학교보다는 일반학교 내 통합학급이 늘어나야 된다고 이야기를 한다. 특수학교는 절대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장애인 당사자를 사회에서 고립시켜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 다만, 지금 당장 일반학교 내 통합학급이 학령기 장애인 인구가 다닐 수 있게 확충되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며 여러 상황상 통학시간이 멀 수 밖에 없는 학령기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가 필요하기 때문에 서진학교라는 특수학교 설립에 힘을 보태신 것이다. 오히려 활동 선두에 섰던 활동가의 자녀 대부분은 이미 학교를 졸업한 상태였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중간중간 아는 사람(장애인부모연대 현 사무국장인 윤XX라던가 피플퍼스트에서 활동하는 김XX)을 볼 수 있었다. 사실 근데 별로 반갑지는 않음. 예상보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임.

공진초등학교가 폐교되는 자리에 한방병원을 설립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기본적으로 학교부지로 되어 있는 곳에는 교육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법은 어디로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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