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만 버티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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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때려치기로 했다.

 

그런 결심을 확실히 굳힌 건 우리가 돈이 없어서 5월 월급이 반만 나오고 나머지 반은 나중에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였던 것 같다. 그 전에도 '아 정말 내가 참아야하나,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하는 생각을 쭉 해오고 있었던 터라, 그 얘기는 넘칠락 말락 하는 컵에 물을 쏟아부은 것처럼 내가 확고하게 마음을 먹게 해 주었다. 알고봤더니 난 운좋게도 국고예산으로 월급이 나오도록 편입되어 있어 5월 월급이 제대로 나왔지만, 다른 직원들은 정말로 반만 나왔다. 나도 까딱하면 반쪽짜리 월급으로 집세를 내고 적금을 붓고 바닥난 통장을 보며 며칠간 허리를 졸라매야 했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다른 것들도 점점 견디기 힘들어지고 있지만, 때려칠 마음이 확고해진 게 월급때문이라는 것도 돌이켜 생각해보니 화가 나는 일이다. 일을 통해 얻는 보람이 없고, 월급날만 바라보는 직장인 A가 되어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기 때문이다. 스무살 무렵에 꿈꿨던 내 모습은 이게 아니었고,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지경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돌아보니 어느 순간 모든 낙이 퇴근후와 월급날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월급도 약간의 적금을 넣고 집세랑 공과금같은 고정비용을 제하고나면 한달 딱 아등바등 살기 좋은 정도라(적금넣고 가벼운 문화생활 할 수 있는 정도면 배부른 소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살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 산다는 느낌이 들었다.

 

 

월급에서 근로소득세나 의료보험료를 비롯한 각종 공제 금액이 먼저 빠져

나가고 남은 돈만 내 손에 들어오듯이 명목상으로는 내 월급이지만 내 자

유의지와 무관하게 빠져나가는 '노동력 재생산 비용'은 없을까? 원인과 결

과가 뒤바뀌어 소비 지출이 먼저 설정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노동력

재생산이 불가능하게 된 것은 아닐까? 여가를 즐기며 소비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일하기 위해 소비해야 하고 다시 그 소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의 답은 명확하다. 이미 개인의 자발적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사회구조적으로 강제되는 지출이 정해져 있다. 이것이 바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이 그다지 풍요로워진 느낌이 들지 않는 이

유이자 그 생활을 현상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돈을 벌고 일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 p.168

이 생활이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썩 만족스럽지 않은데, 여기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계속 여기 있다가는 평생 지금같은 불만을 안고 살겠지 하는, 그런 불안감도 한몫하여 상사에게 퇴사의지를 밝히게 되었다.

6월초에 상사에게 7월말에 그만두겠다고 질러버린 후 난 후회했다. 한 달 월급을 포기하고서라도 그냥 6월말까지 일하겠다고 해버릴 걸!!! 일단 던져놓고나니 후련하긴 한데, 두 달을 더 다니기가 너무나도 싫은 것이었다. 작년 12월에 학기 끝나자마자 바로 입사해버려서 생각 정리할 시간도 없었으니 한두달정도 쉬면서 재충전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미 끝나버린 일이니, 어쩔 수 없다.

여튼, 바탕화면에 D-DAY를 설정해두고 매일 떨어지는 일을 처리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든 지나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오늘로써 D-40이다.

 

 

 

공장이나 회사의 규격화된 노동에 적응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자본

주의 사회의 노동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학교 교육으로써

길러지리라고 기대되는 미덕이다. 바로 노동자를 훈육(discipline)하는 것,

즉 길들이는 것이다. 징병제가 실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군대가 이러한 능

력을 극단적인 형태로 양성하는 공간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속된 말로 '까

라면 까',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능을 조직의 윗선에 맡겨버린 채 자신은 정

해진 대로 움직이고 행동하는 이른바 '구상과 실행의 분리'는 그렇게 이루

어진다. 비판적 사고를 키우기 힘든 주입식 교육, 객관식 문제를 통한 줄을

세우는 교육,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에 상관없이 '전투'능력을 키워야 하는

군대, 이 모든 것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 되어 지루함을 잘 참을 수 있

도록 길들여진 노동력을 양성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더욱이 교육은

동시에 그 사회를 지배하는 신념 체계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이데올로기적

기능도 수행한다. 알튀세르가 말하는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로서의 역할

이다. 잘 길들 준비가 되어 있는 노동력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

배 계급이 사회를 자기 입맛에 맞도록 유지할 수 있는 관건이 된다.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 pp.33~34

퇴사를 결심하고 많은 것을 생각해 봤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규격화된 노동'을 오기로 참아내어 대학 간판을 쟁취할 수 있었고, 힘들게 들어간 대학에선 왜 굳이 그래야 할까란 생각을 갖고 이것저것 주워듣고 읽다보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잖아'하는 내적 결론에 도달하게 되어 학점이 똥망이 되고 준비하던 시험도 포기하고 희망직종도 없어져버린 지금에 이르게 되어버렸다. 잘 길들 준비가 되어있지 못한 노동력인 것이다.

그래서 불합리한 일을 하라고 지시받으면 왜냐고 자꾸 토를 달고, 내가 납득할 수 있어야만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했다(나의 상사도 무척이나 괴로웠을 것이다).

그래도 돈을 벌어먹긴 해야 하니 이상한 일을 도대체 왜 내가 해야 하나 하고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일은 했고, 쭉 성과를 잘 낸 편이었다고 자부한다...만 내가 감내해야할 스트레스에 비해 월급이 적은 것이 짜증났다.

그래, 아니라고는 해도 결국은 월급의 문제였나보다. 어떻게 글을 써도 그걸로 귀결이 되는구만 -_-;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굳이 여기에서 흔한 하소연을 풀어낼 필요는 없겠지.

 

사실 조직의 논리에 순응하는 것이야말로 개개인으로는 모두 좋은 사람임

에도 불구하고 조직이나 제도 전체적으로는 어이없이 불합리한 결과를 가

져오는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도 국가 전체가 광기에 휩싸여

움직일 때 그저 묵묵하게 자기 맡은 일만 하는 이들이 모여 전쟁이나 대량

학살의 비극적인 결과를 낳은 예는 일일이 지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

족의 일원, 출신 지역의 일원, 국가의 일원으로 불릴 때 그 부름에 일일이

정당성을 따져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그것이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되어 거절은 곧 먹고사는 길이 막힌다는 의미

일 때, 우리는 쉽게 생계형 순응자가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건 회장이건

권력자의 옳지 못한 지시에 당당하게 맞섰다가 오히려 패기를 높이 평가받

아 출세하는 젊은이 이야기는 미니시리즈 드라마에나 나오는 판타지에 불

과하다.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 p.83

 

이 인용구에 대한 커멘트를 하려면 너무 길어지고 구체적이 되어버릴 것 같으니 생략하고.

 

 

 

<회사가 우리를 열받게 하는 65가지 이유>를 보면 어떻게 이 작은 곳에 저게 다 있을지 신기할 정도로 내 직장 얘기랑 겹치는데, 저자가 강조하는 건  결국은 이런 것들이 '기업 문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공채 자리의 연봉, 직무분야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어 있어도 그 기업의 문화가 어떤지, 직원을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내부자의 이야기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상황이니 기업문화를 보고 직장을 결정하기는 아직 어려운 듯 하다. 내 경우에도 입사 전에 지금의 상사에게 직무 내용이나 업무강도, 분위기 등에 대해 물었었는데 얼버무린 채 유의미한 답변을 듣지 못한 기억이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언론에 공개되는 구글이나 다음 등의 환상적인(사전적 의미로) 기업문화/직무환경에 열광하는 것일지도..

 

여튼, 내 발등의 불이다. 당장 그만둬도 먹고 살아야하니 하반기 공채를 준비해야지.

더 이상 '어떤 직업을 가져야지'가 내 꿈이 아니게 된 이상 최대한 즐겁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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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6-2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아름답고 즐거울 브륀 님 일과 놀이 곧 찾으리라 믿어요.
차근차근 생각을 기울이면서
마음을 잘 추슬러 보셔요~

군대라는 곳은 평화를 짓밟을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노예와 생체기계로 길들이지요.
그런데 참 많은 한국 사내는 이를
하나도 안 깨달으니...
 
서점은 죽지 않는다 - 종이책의 미래를 짊어진 서점 장인들의 분투기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백원근 옮김 / 시대의창 / 2013년 4월
구판절판


"책에 대해 많이 안다? 그것만으로는 이미 아마존의 검색을 당해낼 수 없어요. 누구든 잡아끌 수가 있어요. 제아무리 서점원이 책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한들 의미가 없어요. 그 책 옆에 무엇을 둘 것인지에 대해서도 원리원칙을 말한들 이미 소용이 없어진 거예요. 사고 싶은 책들을 단번에 아마존에서 사버리면 그만이니까요. 그 나머지는 개별적인 거예요. 내가 운영하는 이 서점에 무엇이 없으면 안 되는 걸까? 내 서점에서는 그걸 어떻게 진열해야 할까? 그것만 남은 거지요. 그와 같은 개별적인 상품지식, 서가의 구성 능력이 불가결한 시대가 되었어요. 그래서 서점원들이 5년이나 10년 하다가 그만두면 곤란해지는 거지요. 경영자는 정년까지 자기 점포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다. 그게 필수적입니다."
(이와나미북센터 사장 시바타 신)-34~35쪽

처음부터 부질없는 일인 줄 알았다면 팔리지 않을 책은 유통 거래를 자제하는 것이 기업으로서 당연한 대응이라고 판단되지만, 광범위한 책의 유통을 사명으로 여겨온 도매상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1종당 매입(사입)하는 권수는 줄여왔지만, 내심으로는 '팔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책조차 거래가 있는 출판사의 신간이라면 원칙적으로 모두 받아왔다. 일본의 도매상은 기업으로서의 계산만으로 책을 취급하지 않고 출판문화를 지탱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상품이자 문화재이기도 한 책이 지닌 모순을 도매상이 받아들임으로써 일본 출판은 세계적으로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POS 시스템을 통해 각 서점의 판매 동향이나 재고를 파악하는 것은, 그와 같은 모순을 더 이상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도매상에는 본격적으로 효율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출판유통이 정말로 파탄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생산자, 도매상, 소매점 사이의 데이터 공유는 다른 업종에서도 보편화된 것으로, 오히려 출판업계의 경우 착수가 뒤처져 있었다.-42~43쪽

이렇게 도입된 시스템이야말로 서점 일을 하기가 어려워진 최대의 원인이라고 하라다는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도매상과 POS 시스템이 연결되는 것을 거부하는 서점도 있다.-43쪽

"(생략)이제는 서점도 그와 같은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존립하려 하기보다는 물량으로 판단하거나 자본력의 차이로 승부를 보려는 생각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런 조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들은, 이를테면 이하라 하트숍의 이하라 씨와 같이 지역 고객들에 대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 정도밖에 없을 것입니다."
(데이유도 서점의 나라 도시유키)-225쪽

"책을 판다는 입장이 되고부터 여러가지가 변했습니다. 책이 좋아서 서점을 하고자 했는데, 단지 책을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제가 주인공이지만, 책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고객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객은, 역시 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독자라고 부를 만한 사람입니다. 그들과 마주 보며 비로소 타자와 만났던 겁니다."
-229쪽

전국 어디에 가든 그런 서점들이 대부분인 현실은 분명히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날 나는 술집에서 그렇게 열변을 토한 적이 있다. 그러자 출판사 영업부장인 남자가 반박했다. 당신이 '그런 서점'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서점'들 때문에 밥 먹고 있다고, 책을 잘 아는 직원을 두고 특색있게 하는 서점만 서점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면 지금 서점의 10분의 1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ㅡ'그런 서점'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훨씬 낫다는 뜻인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런 서점들이 없으면 출판사도 경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244~245쪽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서점'에 근무하면서도 '책'을 전하려는 '서점'을 영위하고자 하는 개인은 각자의 환경에서 크고 작은 저항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결코 무모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서점 일을 하는 사람은 "서점의 주력 상품은 그것을 읽는 사람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르는 '책'이다", "우리는 다른 상품이 아닌 '책'을 판매한다"고 다시금 목소리를 크게 냈으면 좋겠다. 만약 자신이 다니는 서점이 그런 것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잘되도록 헤쳐나가기를 바란다.
나라 도시유키가 화두로 내건 '독립적인 자영서점이 아닌, 대형서점 매장 담당자로서의 서점에 대한 욕망'에 대해 나는 생각했다. 경영자는 어떻게든 시곗바늘을 한 방향으로만 돌리려 한다. 매장 담당자에 지나지 않는 서점원은 그 시곗바늘을 반대로 돌려야 할 역할이 있다. 한 명의 서점원이 '책'을 전하는 행위는 때로는 한 회사의 부침보다 더 무겁다.-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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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6-13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우면서 슬픈 이야기.. 들입니다..
 
마음으로 사진 읽기 - 사진심리학자 신수진이 이야기하는 사진을 보는 다른 눈
신수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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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과거를 살아 숨 쉬게 해줄 뿐 아니라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준다. 내가 본 내 가족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가족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64쪽

작가들은 절대로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눈은 언제나 허공을 헤매고 있으며그들의 마음은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자신에게 완전히 만족스러운 사람이 과연 있을까? 얼굴이나 신체의 미모 수준에 대해서, 학력이나 연봉에대해서, 부모나 배우자의 능력이나 사랑에 대해서, 만족하려고 노력할 순 있지만 그렇게 되긴 어렵다. 그렇다면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과연 나쁜 것일까? 심리적으로 만족은 닫힌 결론을 의미한다. 채워지면 더 이상 추구할 것도 없는 것이다.
작가들의 상상력도 현실에 대한 불만족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이 상상한 세계는 우리에게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나를 대신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내가 상상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들이다. 작품 속에 펼쳐진 세계에서 작가들의 상상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제 나의 콤플렉스를 극복한 것 같다. 예술이 내게 꿈꿀 권리를 복원시켜준 것이다.-129-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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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6-13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없다면 사진을 못 읽는데,
작가는 '현실에 만족 못하는 사람'이라기보다
'현재를 늘 즐기면서 현재를 담아 이야기로 이루는 사람'이라고 느껴요..

브륀 2013-06-13 11:31   좋아요 0 | URL
인용문 보고 함께살기님 댓글 보고 한참 하다가^^ 책에 실렸던 사진들을 생각하니 함께살기님 얘기가 더 와닿네요~
 
속물 교양의 탄생 - 명작이라는 식민의 유령
박숙자 지음 / 푸른역사 / 2012년 12월
품절


명작이 다만 고급스러운 취향을 과시하거나 엘리트임을 보증하는 학력 자본으로 쓰일 뿐이라면,그것은 성공을 위한 욕망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분명하다. 문화적 취향을 전시하기 위해 차용된 명작, 엘리트임을 보증하기 위한 독서 목록, 성공적인 삶의 조건으로서의 학력 자본은 교양이 아니라 속물 교양이다. 이 속물 교양이 교양을 대신하는 동안 계급적 표지로 전락한 교양과 분과 학문 속에 갇힌 지식인과 학력 자본으로 무장한 엘리트만을 키워냈다.-5쪽

세계문학은 세계 문명을 배울 수 있는 필독서로서 학습되었을 뿐만 아니라 엘리트의 교양서로도 인기가 높았다. 명작이 다루는 내용만이 아니라 명작이라는 기호를 부분적으로 절취해서 문화적 수준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즉 세계문학은 지식의 방편으로 여겨졌을 뿐만 아니라 상류층이 호기로운 취향을 과시할 교양서로도 인기가 높았다.-28쪽

물론 이 인용을 통해 필자가 꼭 하고자 하는 말이 있었다면 부분적으로 허용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필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인용' 자체이다. 대문호와 대정치가의 유명한 원서의 세계가 <태서문예신보>에서 동시대의 글로 '번역'되었다는 이 흔적, 이 형식이 메시지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태서의 세계가 1918년 편집자들에게 어떠한 세계였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인용이 적당한지 그렇지 않은지,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50쪽

이들은 명작을 인용하고 차용하고 심지어 전시하지만, 실은 명작이라는 기호만을 차용할 뿐이다. 왜 그럴까. 단지 명작에 압도되었기 때문일까. 이들은 인용하지만 번역해내지 못하며, 명작을 보고 있지만 자신들의 삶을 보고 있다. '있음 직한 현실'로 미학적 거리를 유지하며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발견하고 싶은 현실로서 인용한다. 명작의 권위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재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명작의 의미보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인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이는 표면적으로 명작의 권위에 사로잡힌 단순한 기념비적 행위처럼 보이지만, 실은 식민지 주체가 이 명작의 기호만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81쪽

이는 '명작'을 소장하고자 하는 바람과 긴밀히 연결된다. 명작을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하는 실제적인 독서 행위가 아니라, 명작을 소장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하는 문제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는 '책'을 통한 '욕망'의 문제이다. 고급스러운 장정, 엘리트가 읽을 만한 서적 등 교양의 속물화에 따라 명작의 소장 가치가 중요하게 부상한다. 교양이 물신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바로 서적이 소장 가치로 변화되는 것이다. 서양문학전집과 일본문학전집, 사상사 전집 등이 교양 목록에 올라 있고, 이 교양서가 집집이 배치되고 진귀하게 소장되는 것은 이러한 세태를 반영한다. 이제 교양서가 소장 가치를 통해 서재 안에서 그 가치를 보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책을 구매하는 행위, 소장하기 위한 일차적 행위에서 만족이 이루어질 수 있다. 명작을 통해 기대했던 자신과 세계를 이어주는 현실에 대한 성찰이나 의미 공유 대신 명작을 소장하는 행위를 통해 명작에게 기대했던 욕망은 일시적으로 채워진다. 이 '소장 가치'는 물신화된 상품 목록처럼 기능하기 때문에 계급적/문화적/경제적 능력을 드러내는 기호로 둔갑한다.-108쪽

이처럼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원의 독서 성향이 통제의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검열'과 '통제'와 동시에 '명작의 네트워크'안에서 개인이 명작을 소장하고 익히고자 하는 기대 또한 해석해야 한다. 언어 통제와 검열이 직접적인 통치 수단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면, 명작의 네트워크는 개인의 선택을 통해 제도화하고 있기 때문에 실은 더 지속적이고 자발적이다.-166쪽

세계문학이 국민문학의 산술적 총합이 아니라 세계를 대표할 만한 문학으로 표상되는 순간 세계문학은 고급과 저급, 중심과 주변, 안과 밖의 구분이 발생하게 된다. 세계문학의 중심과 내부가 있다는 관념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관념은 자연적인 것도 당연한 것도 아니지만, 이 속에서 조선 문학은 세계문학 안에서 자기 자리를 할당받기 위해 노력한다. 첫 번째 방법은 스스로 세계문학 안으로 들어가 세계문학의 적자가 되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문학의 지방성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좀 더 나은 자리를 확보하는 일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은 긴밀하게 맞물린다. 조선 작가들은 세계문학의 적자가 되기 위한 기획에 다들 환호작약하지만, 이는 고급과 저급, 중심과 주변의 위치를 반복하는 패러다임이 야기한 결과일 뿐이다.-285쪽

'조선문고'는 '조선문학전집'이라고 하는 이상적이고 완결되고 폐쇄된 텍스트를 구성하는 대신 오히려 다양한 명작을 집합시키는 방식으로 민중의 읽을거리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각종 문학 전집이 명작의 시대 속에서 호화본 서적으로 물신화될 때 조선문고가 먼저 묻는 것은 서적의 주인이 누구인지 분별해내는 것이다. 독자를 단순히 서적의 소비자,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적이 매개하는 이야기의 주체로 보는 방식인 것이다. 또 이 관계 안에서 '조선적인 것'을 이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었던 민중의 존재를 텍스트의 표면으로 드러내는 일임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의 삶을 이야기의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세계문학전집의 프레임과 무관하게 조선의 명작을 구성하는 방법이다.-323~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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