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행복한 여자가 결혼해도 행복하다
엘리자베스 캔터 지음, 박미경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7월
절판


엘리너는 메리앤보다 덜 아파하지만 그녀가 덜 사랑했기 때문은 아니다. 고통에 직면해서 "더 굳건하게 견디었기"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의 낭만적이지 않은 여주인공들은 고뇌 속에 빠져들지 않는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현실을 직시하기 때문에 위엄을 갖출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은 덜 비참하고 덜 우울하다. 덜 사랑해서 그런 게 결코 아니다.-83쪽

오스틴의 너그러운 '솔직함'은 18세기 낙관주의나 야망과 같은 것이다. 그녀는 남자나 여자 혹은 사랑에 대해 환상을 품지 않는다. 또 환멸을 느끼거나 냉소하지도 않는다. 그녀의 여주인공들은 너그러운 '솔직함'을 발휘하여 모든 남자들을 싸잡아 비난하지 않는다. 그런 실수는 절대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남자와 맺어지길 원한다면, 개개인이 실제로 어떠한 사람인지 볼 줄 알아야 한다.-126쪽

그들이 남자를 존중한 이유는 자신들도 단점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태도는 너그러운 마음에서 비롯된다. (중략)
오스틴의 여주인공들은 주변 남자들을 함께 애쓰는 사람이자 함께 고통을 겪는 사람으로,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단점이 있는 인간으로 생각하고 존중한다. 결국 제인 오스틴이 '자기 이해'라고 부르는 치유책이 해답이다.-128~129쪽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이제 완벽한 균형을 갖추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이룬 완벽한 균형은 정적인 상태가 아니다. 또 미적지근한 중간 상태가 아니라 일종의 역동적 균형이다. 각자 상대에게 자극을 받고 온갖 갈등을 겪으며 이뤄낸 것이다. 별 볼일 없는 조연으로 전락시킬 편견과 불합리를 떨쳐내고 진정으로 존경할 만한 주인공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들의 사랑에 이토록 엄청난 힘이 실리는 이유는 바로 갈등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도 여느 연인들처럼 연애 초기에 맛보는 들뜬 기분을 만끽한다. (중략) 하지만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연애 테마는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상대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은 확실히 삶을 바꿔놓는다. 하지만 이때 일어나는 변화는 낭만주의에서 말하는 순간적 해방과 진정성이라는 헛된 약속과는 다르다.-176쪽

당신과 어떤 남자 사이에 일어난 특별한 불꽃이 단지 그가 관계에 가져오는 것과 당신이 관계에 가져오는 것을 합한 거라니 얼핏 시시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 식의 사랑은 그렇다. 그것은 상대방을 제대로 알고 소중히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지닌 특별함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당신이 지닌 특별함을 그에게 보여주고 축하받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점이다. 그것이 영원한 행복에 도달하지 못할 운명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화학 반응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237쪽

오스틴이 말하는 '원칙'은 인간에게 새겨진 바른 행동의 자명한 규칙을 말한다. 좋은 원칙을 지닌 남자는 정직해야 하고, 대접받고 싶은 대로 다른 사람을 대접해야 하며, 공정한 몫 이상을 취하지 않고, 타인의 권리와 기분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245쪽

현재의 훅업 현상이 펼쳐갈 적자생존 방식의 무한 경쟁 시대에서는(오스틴의 여주인공들이 연민과 존경을 받아 마땅한 '동료 인간'으로 대하던 대상인) 이성의 구성원들을 적으로밖에 보지 않을 것이다. 남자는 우리의 약점을 노리고,우리 역시 그들의 약점을 노린다. 그들이 헨리 크로포드처럼 일부러 우리 마음을 갖고 놀지는 않더라도(그리고 우리가 레이디 수전처럼 남자의 성욕을 자극해 놓고 일부러 무시하지는 않더라도), 여자는 계속해서 매력을 동원해 남자를 비참하게 느끼도록 자극할 것이고, 남자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수작을 걸고 화려한 깃털을 보여준 다음 자신들이 일으킨 혼란을 알지도 못한 채 유유히 떠나갈 것이다.-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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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8-0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스틴'을 바탕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길을 잘 그려서 보여주는 책인 듯하네요.
여자도 남자도
모두 아름다운 사랑을 일구며 살아간다면
참말 아름답고 즐겁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