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절대로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눈은 언제나 허공을 헤매고 있으며그들의 마음은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자신에게 완전히 만족스러운 사람이 과연 있을까? 얼굴이나 신체의 미모 수준에 대해서, 학력이나 연봉에대해서, 부모나 배우자의 능력이나 사랑에 대해서, 만족하려고 노력할 순 있지만 그렇게 되긴 어렵다. 그렇다면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과연 나쁜 것일까? 심리적으로 만족은 닫힌 결론을 의미한다. 채워지면 더 이상 추구할 것도 없는 것이다.
작가들의 상상력도 현실에 대한 불만족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이 상상한 세계는 우리에게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나를 대신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내가 상상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들이다. 작품 속에 펼쳐진 세계에서 작가들의 상상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제 나의 콤플렉스를 극복한 것 같다. 예술이 내게 꿈꿀 권리를 복원시켜준 것이다.-129-1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