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은 죽지 않는다 - 종이책의 미래를 짊어진 서점 장인들의 분투기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백원근 옮김 / 시대의창 / 2013년 4월
구판절판


"책에 대해 많이 안다? 그것만으로는 이미 아마존의 검색을 당해낼 수 없어요. 누구든 잡아끌 수가 있어요. 제아무리 서점원이 책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한들 의미가 없어요. 그 책 옆에 무엇을 둘 것인지에 대해서도 원리원칙을 말한들 이미 소용이 없어진 거예요. 사고 싶은 책들을 단번에 아마존에서 사버리면 그만이니까요. 그 나머지는 개별적인 거예요. 내가 운영하는 이 서점에 무엇이 없으면 안 되는 걸까? 내 서점에서는 그걸 어떻게 진열해야 할까? 그것만 남은 거지요. 그와 같은 개별적인 상품지식, 서가의 구성 능력이 불가결한 시대가 되었어요. 그래서 서점원들이 5년이나 10년 하다가 그만두면 곤란해지는 거지요. 경영자는 정년까지 자기 점포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다. 그게 필수적입니다."
(이와나미북센터 사장 시바타 신)-34~35쪽

처음부터 부질없는 일인 줄 알았다면 팔리지 않을 책은 유통 거래를 자제하는 것이 기업으로서 당연한 대응이라고 판단되지만, 광범위한 책의 유통을 사명으로 여겨온 도매상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1종당 매입(사입)하는 권수는 줄여왔지만, 내심으로는 '팔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책조차 거래가 있는 출판사의 신간이라면 원칙적으로 모두 받아왔다. 일본의 도매상은 기업으로서의 계산만으로 책을 취급하지 않고 출판문화를 지탱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상품이자 문화재이기도 한 책이 지닌 모순을 도매상이 받아들임으로써 일본 출판은 세계적으로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POS 시스템을 통해 각 서점의 판매 동향이나 재고를 파악하는 것은, 그와 같은 모순을 더 이상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도매상에는 본격적으로 효율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출판유통이 정말로 파탄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생산자, 도매상, 소매점 사이의 데이터 공유는 다른 업종에서도 보편화된 것으로, 오히려 출판업계의 경우 착수가 뒤처져 있었다.-42~43쪽

이렇게 도입된 시스템이야말로 서점 일을 하기가 어려워진 최대의 원인이라고 하라다는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도매상과 POS 시스템이 연결되는 것을 거부하는 서점도 있다.-43쪽

"(생략)이제는 서점도 그와 같은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존립하려 하기보다는 물량으로 판단하거나 자본력의 차이로 승부를 보려는 생각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런 조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들은, 이를테면 이하라 하트숍의 이하라 씨와 같이 지역 고객들에 대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 정도밖에 없을 것입니다."
(데이유도 서점의 나라 도시유키)-225쪽

"책을 판다는 입장이 되고부터 여러가지가 변했습니다. 책이 좋아서 서점을 하고자 했는데, 단지 책을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제가 주인공이지만, 책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고객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객은, 역시 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독자라고 부를 만한 사람입니다. 그들과 마주 보며 비로소 타자와 만났던 겁니다."
-229쪽

전국 어디에 가든 그런 서점들이 대부분인 현실은 분명히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날 나는 술집에서 그렇게 열변을 토한 적이 있다. 그러자 출판사 영업부장인 남자가 반박했다. 당신이 '그런 서점'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서점'들 때문에 밥 먹고 있다고, 책을 잘 아는 직원을 두고 특색있게 하는 서점만 서점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면 지금 서점의 10분의 1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ㅡ'그런 서점'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훨씬 낫다는 뜻인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런 서점들이 없으면 출판사도 경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244~245쪽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서점'에 근무하면서도 '책'을 전하려는 '서점'을 영위하고자 하는 개인은 각자의 환경에서 크고 작은 저항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결코 무모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서점 일을 하는 사람은 "서점의 주력 상품은 그것을 읽는 사람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르는 '책'이다", "우리는 다른 상품이 아닌 '책'을 판매한다"고 다시금 목소리를 크게 냈으면 좋겠다. 만약 자신이 다니는 서점이 그런 것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잘되도록 헤쳐나가기를 바란다.
나라 도시유키가 화두로 내건 '독립적인 자영서점이 아닌, 대형서점 매장 담당자로서의 서점에 대한 욕망'에 대해 나는 생각했다. 경영자는 어떻게든 시곗바늘을 한 방향으로만 돌리려 한다. 매장 담당자에 지나지 않는 서점원은 그 시곗바늘을 반대로 돌려야 할 역할이 있다. 한 명의 서점원이 '책'을 전하는 행위는 때로는 한 회사의 부침보다 더 무겁다.-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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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6-13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우면서 슬픈 이야기.. 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