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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새 두 편의 꿈을 감상했다.

전편에서는 정체모를 여인이, 내 사랑으로 등장하고

후편에서는 아버지가 친절하게 등장한다.

쉬는 날, 버스를 타고 멀리 떠나겠다는 아들을 배웅하기 위해 등산화를 신고 먼 거리를 배웅나왔다가, 슬리퍼를 신고 등산을 하려 했던 어처구니없는 아들과 신발을 바꿔신고 돌아가는 아버지. 아들은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면허취득 이후로 처음하는 운전인데다 갑자기 차는 어디서 났는지 불안한 운전으로 그는 집을 향한다. 입대 이후로 아버지가 부쩍 친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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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시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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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재에 오늘도 4명이나 들렀다고 오른쪽에 기록되어있다.

아마 어떤 구절이나 검색에서 노출되는바람에 실수로, 우연히 들른 사람들일게다.

이 곳에 들어와서 그들은 실망할 터, 이 서재엔 친절과 배려가 없으니!

그런데도 어느새 2042명이나 방문했고,

저번엔 누군가 내가 뱉어놓은 독백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하긴, 나도 그런 짓 몇 번 했다.

어쩌다 정말 '우연히' 들른 지극히 개인적인 블로그에서 가슴에 박히는 문장들을 발견하면,

하다못해 '잘 읽었어요'라는 댓글이라도 방명록처럼 남기고 가는게 예의.

아무튼, 아주 가끔씩 띄엄띄엄 생각날 때마다 들르는 나만의 공간에 친밀한 타인들이라니.

하지만 앞으로도 서재는 불친절하게 유지될 것이다. 연습장이니까.

 

 

  내게는 벗이 있다. 이제 연을 맺은지 갓 4년 남짓 되어가는, 동갑내기 벗이다. 그는 내가 '빠른'이라는 이유로 '형'이라 부르지만, 막걸리라도 한 잔 걸치면 이새끼 저새끼 욕지기가 제법이다. 그럴거면 애초에 형이라고 하질 말든가. 친하니까 능욕당하는 것도 일상이다. 그 녀석은 3주 전 제대했다.

  이 자식에 대해 이렇게 써제끼는 것도 벌써 두 세번째인 것 같다. 남다른 애정이다. 하지만 나는 이 녀석의 생활력에 대해 믿지 않는다. 짐승같은 직관과 감각을 가졌지만, 바르고 성실한 인상은 주지 못하는 도덕주의자같은 녀석이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이 녀석을 의심한 적은 없다. 내가 개성적이고 유일한 존재이고자 하는 만큼, 주변의 독특한 인물들을 기억한다. 그래서 짐승같이 예리한 녀석을 기억하고, 그 녀석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의 삶에 대해 열심히 지껄여댄다.

  그 벗이 운영하는 블로그가 하나 있다.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는, 자기만의 동굴이지만 누군가는 봐줬으면 하는 조그마한 욕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뿌려놓은 글들이 새겨진 블로그. 3년 전쯤인가, 술먹고 퍼질러져 있는데 자기 블로그를 보여줬던 것 같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알게 되었지만, 내 서재 못지않게 불친절하다. 이따금씩 올리는 감각적인 무정형의 문장들만 무성하다. 내가 그에게서 가장 신뢰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 문장들이다. 나는 아무래도 문학과는 거리가 먼 듯한 기분을, 그의 문장들을 보며 느낀다.

  내가 거장이라고 인정하는 예술가들은 나에게 인정받는 절차를 거친다.(그 세계는 철저히 유아론적인 상상계 ㅋㅋ) 작곡가든 연주자든 소설가든 미술가든 나는 그들에게서 '고유한' 스타일을 발견할 때에서야만 '이래서 거장이구나'하게 된다. 그게 내 감성에 꼭 들어맞아 감동을 자아내고 때로 분노나 희열을 터뜨릴 때 그들은 나에게 '위대한 예술가'가 된다. 그렇게 해서 내게 인정받은 예술가들은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쇼팽, 비발디, 프란시스 베이컨(화가), 헤르만 헤세 등등이 있다. 스타일이 한 번 각인되면, 낯선 곡에서도 그런 스타일을 발견할 때 '어 이건 비발디 스타일인데?'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100% 정확한 건 아니어서, 그게 '바로크적인 것'이라는 구별에 그칠 때도 많지만. 어쨌거나 작곡가는 멜로디로, 가수는 음색과 창법으로, 소설가는 형식적(문장)/내용적인 독특함으로, 피아니스트는 동일한 곡을 서로 다르게 연주함으로써(소위 곡해석이라고 하는) 구별되고, 마음에 새겨진다.

  그 친구도 내게는 한 명의 예술가다. 물론 역사적 인물들과 다르게, 그 녀석은 내 주변에 살아있는 문학에 가깝다. 녀석이 구사하는 짧은 문장과 거친 이미지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모인 단락은 생방송과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나 외롭고 쓸쓸한 기분이 들 때 읽으면 더더욱. 실제로도 그에게는 밝은 대낮보다는 개구리/귀뚜라미가 배경음으로 깔린 저녁의 달빛이 어울린다. 화사한 대낮에 어딘가 발랄한 카페의 커피 한 잔만큼 그에게 어색한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녀석과 술을 마신다.가능하면 전망이 좋은, 높은 곳에서 구름을 잡을듯한 자세로.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그는 한층 고독해질 예정이다. 그는 다시 소설적 인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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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감정은 지양되기에 앞서 충분히 애도되어야 하고 마땅히 우울의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그렇게 되지 못하면 억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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