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다

그대의 첫사랑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의 맨발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이 밟은 풀잎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이 흔들리는 바람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이 밟은 아침 햇빛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이 꿈꾼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반짝이는 이슬

곁으로 곁으로 맴도는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의 꿈 엷은 살 속

으로 우리는 간다. 시간은 맨머리로

간다. 아무도 어찌할 수 없다.

그저 갈 뿐, 그러다 햇빛이

되어 햇빛 속으로 가는

그대와 오래 만나리

만나서 꿈꾸리

첫사랑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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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란 모든 이들이 그들의 실수에 붙이는 이름이다.


- O. Wi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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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은 「근대계몽기 대한매일신보에서 근대적 역사 개념의 탄생」이란 논문에서 이 시기에 국민은 비참하고 무력한 현재의 퇴보를 책임져야 할 경험적 주체인 반면 민족은 과거의 위대한 역사를 구현한 선험적 주체이자 이를 미래에 구현할 잠재적 주체로 분리됐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일제강점기 한국의 '네이션=민족' 개념 정립과 제국주의 일본의 '네이션=국민' 개념 정립이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식민지를 지배했던 일본이 한국/중국/동남아의 여러 민족을 아우르는 보편적 국민 개념으로 네이션을 정립하려 한 반면 일제강점기의 한국에선 이에 맞서 혈연적 순수성 내지 특수성을 강조하는 민족 개념으로 이를 응축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권재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러한 결론은 제국주의와 민족주의가 쌍둥이라는 탈민족주의론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한편 한국 내에서 민족을 강조하는 진보 세력국가를 강조하는 보수 세력이 '민족/국가'의 이중체인 네이션 개념 중 어느 한쪽만 쳐다본 내셔널리즘의 쌍둥이임을 보여준다.


- 강준만, 「한국 근대사 산책 5」, 229-230쪽.







민족을 강조하는 진보 세력

국가를 강조하는 보수 세력


이렇게 분류된 두 집합을 읽고 있자니

지금 한국의 현실정치에서 세력화된 두 정당이 떠오르면서,

언젠가 홍세화가 '극좌와 극우는 통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본인들은 자신이 한가지 이념의 쌍생아라는 사실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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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역사연구에서 '조직론'은 잘 다뤄지지 않는데 말이 나온 김에 여기서 그걸 짚고 넘어가자. 어느 조직에서건 진급 또는 승급이 늦어지는 인사적체 현상이 일어나면 그 조직은 목숨을 걸고 성장을 추구하게 된다. 그래야 인사적체 현상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을 요구하는 내부 인사압력은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무모하거나 대담한 일이 바로 인사 문제 때문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조직 전문가인 사카이야 다이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출병이라는 어리석은 사업에 손을 대고 그걸 7년간이나 지속시킨 것도 바로 그런 '인사 압력 신드롬'에 따른 성장 지향의 분위기가 조직 전체를 뒤덮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았다.

  사카이야 다이치는 인사 압력 아래에서 사업 확대를 추구하게 되면 처음부터 '무엇인가를 한다'는 전제하에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기 때문에 큰 위험이 따른다고 말한다. 실무의 세계에서는 '현실적'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그 '현실적'이란 말의 진정한 의미는 '목적을 달성하기 쉬운' 것을 말하지 '착수하기 쉬운'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 이런 식의 구분이 되지 않고 착수하기 쉬운 쪽을 골라 놓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참모들은 바보도 악인도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성장에 길들여졌던 그들에게,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환경에 직면했음을 인정하고 성장지향을 악으로 보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파시즘을 '이성의 몰락'으로 간주한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도 파시즘이 등장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로 능력 있고 정력적인 많은 사람들이 권력욕을 표출할 출구를 찾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전에는 작은 국가들이 있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정치권력을 부여했고 작은 사업들이 있어 보다 많은 경제권력을 제공했는데 그런 출구가 좁아지면서 야심을 가진 사람들이 파괴적으로 되어버린 결과 파시즘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전 사회 차원의 '인사 압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강준만,「한국 근대사 산책」1권, 149-150쪽.



  마치 우리나라의 현실을 은유하는 것 같은 구절이다. 2012년의 우리나라는 현재 성장지향의 분위기가 나라 전체를 뒤덮고 있지만 실업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유능한 인재들이 자신의 적성을 소득(=돈)으로 왜곡해가며 취업하고 취집하는 2012년의 대한민국. 학력인플레와 공무원제일주의가 파시즘의 징후로 지적되는 이유다. 19세기에 유럽에서 지배적이었던 낭만주의 사조가 팽창적 제국주의와 국내외에서 공존했다. 정치한 분석은 아니지만, 21세기의 한국에서도 역사성을 잊은 각종 판타지들(좋은 대학, 돈, 사랑, 여행에 대한 온갖 로망들)은 국제적으로 '한류'나 '자랑스런 한국인' 같은 개념으로 표상되는 국가적 팽창주의의 경향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이렇게만 말하면 물론 분석이라기보다 비약이다. 그래도, 느낌이나마.)

  강준만의 서술은 조직론의 관점에서 파시즘의 역학을 드러내고 있고, 그것이 정확히 오늘의 한국에도 유효한 관점인 듯하다. 전사회적 인사적체, 그에따른 실업난은 한국의 국제적 팽창주의(ex. 한글/한류와 같은 문화의 수출)를 낳으면서 파시즘의 징후를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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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유한한 세계가 끝나는 경계 너머 어떤 '진정한 현실'이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 자체가 이데올로기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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