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있고

쓰고 싶은 글이 있고어서

말이 터져나오고

글이 터져나오면

그것은 충분히 복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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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게 나아요 쪽팔린 게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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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누군가에게 연락을 해서 만날까도 생각해봤어요.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내일 당신을 만나는 게 가장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 보고싶고, 전화하고 싶지만 조금은 참아야 할 것 같아요.

  주말이라서 가족과 함께 보내야겠다는 제 말이 어떻게 들렸을지 모르겠네요. 일주일에 하루라도 부모님과 오랜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집에 있어보니 부모님과 같이 무얼 한 것도 아니에요. 같이 밥을 먹고 각자 할 일을 했죠. 저는 무얼 기대하고 당신에게 가족과 함께 보내는 주말을 이야기했던 것일까요?

  책을 읽을까 운동을 할까 생각은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마음이 좋지 못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래도 시간은 잘 흐르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흐르는 시간은 고통의 연속이에요. 번뇌로 인해 몰입이 불가능한 시간들은 그 자체로 고문처럼 느껴지죠. 그러니까 이 편지, 생존을 위한 거에요. 아마 당신에게는 부치지 못할 편지가 되겠지만.

  부모님을 보면 어떻게 저 오랜 시간을 같이 살아왔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해보이기도 해요. 나이들면 사랑이 아니라 의리로 산다는데 우리 부모님도 그런 것일까, 묻고는 싶었지만 나중에 물어봐야겠죠. 지금은 속내를 들키고 싶지 않으니까.

  노이로제라, 우리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배려와 경청과 같은 덕목들로 맞춰가기에는 버거웠던 걸까요. 부주의한 제 모습, 그걸 지적하던 당신과 뒤늦게 뉘우치던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비슷한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저는 제 무의식과 습관의 차원까지 경계하기 시작했고 뭐가 잘못됐는지 시시각각 돌이켜보는 습관은 노이로제로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사소한 장난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저를 보며 당신도 노이로제에 걸린 것 같다고 했죠. 그 얘기가 나온 후로는 예전처럼 스스럼없이 대해보려고도 노력해 보았지만 그것조차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닌가봐요. 어제의 전화통화는 기분좋게 시작해서 우울하게 끝나버리고 말았죠. 얼마나 비극인가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걸지도 않았을 통화에서 최악의 결과에 직면하는 기분은 참담해요.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그러고도 잠은 잘 오더군요. 제가 너무 둔감한 탓일까요.

  군복무 이후 제가 많이 둔해진 것은 사실이에요. 당신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보다 10kg정도 덜 나갔던 시절의 저를 어렴풋이 기억해요. 요즘 허지웅이 너무 말랐다고 하는데, 저도 그만큼 말랐었거든요. 그리고 아주 예민했고, 날카로웠죠.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달까, 항상. 물론 지금과 비교해서 그랬다는 거에요. 제가 당신의 의중을 놓치고 말을 놓치고 하는 걸 돌이켜볼 때마다, 왜 내가 그런걸 놓쳤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은 남자들이 연애 초반에는 여자친구의 사소한 신호에도 민감하다가 연애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여자는 이제  다 잡은 물고기다'라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여자친구의 신호에 둔감해지는 거라는 주장을 했었죠. 말보다 행동이라고, 당신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변명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제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묵묵히 듣는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다짐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드러나야 할 테니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심정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물론, 속으로는 다음부터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죠.

  변명 같지만, 저는 당신을 한 번도 다 잡은 물고기라는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저는 당신과 연애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긴장하고 있거든요. 제가 저질렀던 실수들, 잘못들을 생각하면 당신과 함께할 때마다 그런 것들을 반복하지 않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저는 시시각각 긴장하고 있어요. 뭐, 당신도 그걸 모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을 만난 이후로 다른 것들에 별로 신경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을테니까요. 당신은 연애한다고 친구고 가족이고 내팽개치는 사람은 어리석다고 말했고,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쉽지가 않네요. 오늘은 어머니께서 그러더군요. 제가 기억력도 퇴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네가 경제학과 연애 말고는 다른 것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지나가며 하신 말씀이지만 순간적으로 가슴에 와서 박히더군요. 그런가, 내가 그 정도로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나 싶었어요. 뒤이어 '그런데도 이것 밖에 못하고 있는 건가.'와 같은 생각이 들어, 참담한 기분이었죠. 어머니가 보시기에도 저는 공부하고 연애하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는데 제가 보기에는 왜 둘 다 그리 잘 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기분이 드는 것인지.

  1월 3일에 교수님과 등산하고 함께했던 술자리에서, 교수님은 저를 포함하여 자리에 있던 몇 명의 학생들에게 2014년에는 무엇이 하고 싶으냐 물으셨었죠. 다들 무슨 공부를 할 것이고, 무엇이 되고 싶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어요. 제 차례는 마지막이었는데, 저는 '올해에는 여자친구랑 잘 연애하는 것이 소원입니다'라고 해버리고 말았어요. 저는 가끔 제가 하는 말을 통해서 자신에 대해 깨닫곤 하는데, 그 때 알았어요. 저 스스로도 은연중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말이죠.

  제 나름대로는 당신을 만나면서도 제 할일은 다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학교생활도 무난하게 잘 해왔구요. 한편으로는, 제가 당신을 배려한다는 미명 하에 '나다움'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 적도 있어요. 늘 혼자 뭔가를 하는 데 익숙해져 있던 제게, 함께 뭔가를 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제 삶의 방식과는 다른 점이 있었던 거죠. 하지만 '나'라는 정체성이 과거에서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해 계속 만들어져 가는 것이라면, 새로운 내 모습이 형성되는 것이지 과거의 내 모습을 잃어버렸다는 말 따위는 저라는 인간을 과거에 묶어두는 거라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어떠했든지간에, 그러니까 지금 이 모습이 곧 새로운, 제 자신인 거죠. 달라진 상황에서는 해야 할 일도, '나답게' 사는 것도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다만 이치가 그렇다 해도 제 자신이 변화에 적응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돌이켜보게 되는 것 같아요.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당신도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겠죠? 그럼에도불구하고 저는 당신만 생각하면 보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고 그렇네요. 그렇게 반갑고 기분 좋은 대화가 아니라 하더라도 곁에 있고 싶어요. 내일도 전에 당신의 마음이 풀렸던 것처럼 그렇게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며, 부치지 않을 편지는 여기까지 쓸게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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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갈등을 피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갈등이 발생하면, 그것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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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요즘 자주 부딪치는 느낌이다.

  섭섭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기어이 이야기하고 만다. 三思一言하지 못하고 일단 내뱉고 나서 깨닫는다. 이게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겠구나. 아니 기어이 자존심을 건드리고야 말았구나.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고서는 돌아서서 다시 그걸 반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비로소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게 된다. 이건 내 성격의 문제인 셈이다. 친하지 않거나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내게 '꼰대질'한다며 비아냥거렸을 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꼰대질인가. 문제를 건설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라면 비판적 시각을 버릴 수가 없다. 그건 분명 귀찮고 때로 감정을 자극하는 문제일 수는 있어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서로 다른 사람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차이를 조율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사람이 모였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가까운 사람과 이렇게 부딪친다 싶으니 난감하다. 서로 이런 일 한 두번 있었다고 고개를 돌려버릴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섭섭함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시 상대를 자극할 뿐이라면 이 악순환은 결국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나는 달라져야 한다. 성격은 누적된 삶의 무게를 반영한다.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는 얼마든지 댈 수 있다. 그럼에도 달라져야 한다. 나부터 달라지지 않은 채 상대방에게 지적을 할 수는 없다. 불필요한 지적도 문제거니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도 문제다.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이다. 예리해야 할 때 날카롭되, 부드럽게 흘러가야 할 때는 유순해야 한다. 한결같은 사람이라고 하여 모든 상황에 칼끝을 겨누는 행위를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차이를 받아들이는 포용력. 나와 다르다고 하여 틀린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마음의 문제라면 섭섭함은 섭섭하다고 표현되어야지 날카로운 말을 휘둘러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나의 인격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자책도 자위도 원치 않지만, 조심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말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할 틈을 가져라. 지금 하고자 하는 말이 말할 가치가 있는지, 무익한 얘기인지, 누군가를 해칠 염려가 없는지 어떤지를 잘 생각해보라. -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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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있다

그대의 첫사랑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의 맨발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이 밟은 풀잎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이 흔들리는 바람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이 밟은 아침 햇빛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이 꿈꾼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반짝이는 이슬

곁으로 곁으로 맴도는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의 꿈 엷은 살 속

으로 우리는 간다. 시간은 맨머리로

간다. 아무도 어찌할 수 없다.

그저 갈 뿐, 그러다 햇빛이

되어 햇빛 속으로 가는

그대와 오래 만나리

만나서 꿈꾸리

첫사랑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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