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단어 페어fair의 의미는 다차원적이다. 그것은 정의롭다는 뜻과 함께 아름답다는 뜻도 지닌다. 고고지독어의 파가르fagar라는 말도 아름다움을 뜻한다. 독일어의 페겐fegen, 즉 ‘쓸다‘라는 말은 원래 윤기가 나게 만든다는 뜻이다. 페어의 이중적 의미는 미와 정의가 원래 동일한 표상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정의는 아름다운 것으로 지각된다. 특별한 공감각이 정의를 미와 연결시켜준다. - P90

정의 이념의 기초이기도 한 대칭은 아름답다. 정의로운 상태는 반드시 대칭적인 관계를 포함한다. 완전한 비대칭은 추의 감정을 유발한다. 불의는 극단적으로 비대칭적인 관계로 나타난다. 실제로 플라톤은 선을 대칭적인 것의 아름다움에 근거하여 사유했다. - P91

스캐리는 주체를 탈나르시시즘화하고 탈내면화하는 미의 경험에 대해 지적한다. 미 앞에서 주체는 뒤로 물러난다. 주체는 타자를 위해 공간을 내어준다. 이렇게 타자를 위해 자신을 근본적으로 철수시키는 것은 윤리적 행동이다. "시몬 베유에 따르면 미는 우리에게 ‘자신이 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생각을 버릴 것‘을 요구한다. [......] 우리가 우리 자신의 세계의 중심에 서 있기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앞에 있는 대상들에게 자발적으로 우리의 땅을 맡긴다." 미 앞에서 주체는 측면의 위치를 차지한다. 주체는 앞으로 밀고 나가는 대신 옆으로 물러난다. 주체는 측면의 형상이 된다. 타자를 위해 자신을 후퇴시킨다. 스캐리에 따르면 미 앞에서 겪게 되는 이런 미적 경험은 윤리적인 것으로 이어진다. 주체의 후퇴는 정의에 본질적이다. 정의는 공존의 아름다운 상태다. 미적 기쁨은 윤리적인 것으로 넘어갈 수 있다. "‘모든 면에서의 대칭‘을 요구하는 윤리적 공정성이 미적 공정성에 의해 크게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적 공정성은 모든 참여자들이 스스로 측면에 자리 잡은 채 기쁨의 상태를 느끼도록 한다." - P92

관조적인 머무르기를 방해하는 것은 의지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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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소설의 핵심 체험은 잘 알려진 대로 보리수 꽃잎차에 담근 마들렌의 향과 맛(맛의 감각은 필연적으로 냄새와 향기를 포함한다. 특히 차의 맛 속에서 향기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입천장에서부터 퍼져 나가는 냄새의 감각은 냄새의 원천과 후각기관 사이의 공간적 인접성으로 인해 특히 강렬해진다.)이다. 마르셀이 부드럽게 적셔진 마들렌 조각을 한 숟갈의 차 속에 담아 입술에 가져갔을 때, 그의 온몸에 강렬한 행복의 감정이 흘러 퍼진다.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완전히 독자적인 전대미문의 행복감, 그 근거가 무엇인지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그런 행복감이 내 온몸에 흘러 퍼졌다. 단번에 나는 삶의 굴곡에 무관심해졌고, 삶의 재앙도 그저 대수롭지 않은 불운이었으며, 삶의 짧음도 단순히 우리 감각의 기만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하여 내 안에서 무언가가, 보통은 사랑만이 이룰 수 있는 무언가가 일어났고, 이와 동시에 나는 어떤 진미의 물질로 채워진 듯이 느꼈다. 아니, 이 물질이 내 속에 있다기보다는 나 자신이 그 물질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내가 평범하다거나, 공연한 존재라거나, 죽어 없어질 몸이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마르셀에게는 "소량의 순수한 시간"이 주어진다. 향기로운 시간의 정수는 지속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하여 마르셀은 시간의 우연성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느낀다. 시간의 연금술에 의해 감각과 기억이 결합하여 현재에서도, 과거에서도 벗어나 있는 시간의 수정이 만들어진다. - P76

냄새와 향기는 광대한 시간을 거치며 과거 속 매우 깊은 데까지 뻗어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하여 이들은 최초의 기억들을 유지하는 근간이 되는 것이다. 단 하나의 향기에서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유년의 우주가 깨어난다. - P79

"거의 비현실적일 정도로 미량에 불과한 차 한 방울"이 기억의 거대한 건물이 들어설 수 있을 만큼 광활하다. 맛과 냄새는 인간의 죽음과 사물의 파멸을 뛰어넘는다. 거세게 흐르는 시간의 물살 속에 떠 있는 지속의 섬들. - P79

『미디어의 이해』에서 맥루언은 마치 프루스트의 마들렌 경험을 생리학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흥미로운 실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두뇌가 작동하는 동안 뇌 조직에 가해지는 여러 자극은 많은 기억을 일깨운다. 이때 기억들은 특수한 향기와 냄새에 흠뻑 적셔지고, 이를 통해 하나의 단위로 묶여 초기 경험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향기는 이를테면 역사가 깃든 장소와 같다. 향기는 이야기들, 서사적 이미지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후각은 맥루언이 지적하듯이 "상징 이미지"처럼 작용한다. 후각은 서사적 감각, 이야기의 감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후각은 시간적 사건들을 결합하고 엮어서 하나의 이미지로, 하나의 서사적 형상으로 만들어낸다. 이미지와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향기는 해체의 위협에 직면한 자아를 하나의 동일성 속에, 하나의 자화상 속에 안착하게 해줌으로써 자아에게 안정성을 돌려준다. 향기가 지닌 시간적 연장성 덕택에 자아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다. 행복의 감정을 불러오는 것은 이러한 자기 귀환이다. 향기가 있는 곳에서 자아는 자신과 통합된다. - P80

향기는 느리다. 매체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향기는 조급성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향기를 시각적 이미지처럼 빠르게 연속적으로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각적 이미지와는 반대로 향기는 가속화되지 않는다. 향기가 지배하는 사회라면 아마도 변화나 가속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회는 추억과 기억을 자양분으로 하는 사회, 느린 것과 긴 것을 먹고사는 사회일 것이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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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주어지는 조건으로서의 이런 ‘망각‘은 선물을 주는 쪽에서만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 선물을 받는 쪽에서도 근본적인 것이다. 특히 선물을 주는 주체에게 선물은 되갚아지거나 혹은 기억에 남겨지거나, 아니면 희생의 기호, 다시 말해 상징적인 것 일반으로 남아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상징은 즉시 우리를 또 다른 상환으로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사실 선물은 주는 쪽에게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측면 모두에서 선물로 드러나지도, 선물로 의미되지도 않아야만 한다.
-『주어진 시간』 - P165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데라다가 선물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가 강조하고 있는 논점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 그렇지만 그것이 진정 선물이 되기 위해서는 선물을 주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실 선물을 주고서 주었다는 사실을 깡그리 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데리다는 그런 식으로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선물을 주었다는 사실을 잊으려는 우리의 의지만이 선물을 선물로서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 P166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점은, 데리다가 유언처럼 남긴 충고가 지금까지 모든 현명한 사람들이 남긴 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체의 대가 없이 네가 가진 것을 주어야만 한다." "수확의 기대 없이 심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 이제 우리는 뇌물이 아닌 선물을 주는 지혜를 고민해야 한다. 오직 그럴 때에만 우리에게는 설레는 사랑과 진정한 행복의 조그마한 가능성이 찾아들 것이기 때문이다. - P168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다리는 죽은 다리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타인이 고통스러울 때도 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타인은 죽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결론이 도출된다. 그것은 삶이란 고통이자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라는 통찰이다. 결코 희망찬 메시지는 아니다. 삶이 고통이라니 말이다. 마침내 정호는 타자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야말로 공자나 맹자가 가르치려고 했던 비밀이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그가 제자들로 하여금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 주려고 했던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 P175

탄생은 태어나지 않음과 태어남이 공존하는 경계를 거쳐야만 하고, 사랑도 사랑하지 않음과 사랑함이 공존하는 경계를 넘어서야만 하고, 죽음도 살아 있음과 살아 있지 않음이 공존하는 경계를 통과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남성의 담화는 사랑에 망설이는 상대방에게 요구한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지만 여성의 감수성은 현실이란 모순된 것의 공존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이것은 여성이 자신과 자신 아닌 것, 즉 타자의 공존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리가라이는 지금까지 여성을 위한 담화, 혹은 여성적 언어를 만들려고 집요하게 노력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노력을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언어를 만들려는 시도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리가라이의 여성적 문화는 인류의 소망스러운 미래를 위한 문화, 그러니까 남성과 여성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문화이기 때문이다.188 탄생은 태어나지 않음과 태어남이 공존하는 경계를 거쳐야만 하고, 사랑도 사랑하지 않음과 사랑함이 공존하는 경계를 넘어서야만 하고, 죽음도 살아 있음과 살아 있지 않음이 공존하는 경계를 통과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남성의 담화는 사랑에 망설이는 상대방에게 요구한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지만 여성의 감수성은 현실이란 모순된 것의 공존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이것은 여성이 자신과 자신 아닌 것, 즉 타자의 공존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리가라이는 지금까지 여성을 위한 담화, 혹은 여성적 언어를 만들려고 집요하게 노력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노력을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언어를 만들려는 시도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리가라이의 여성적 문화는 인류의 소망스러운 미래를 위한 문화, 그러니까 남성과 여성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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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유형
자신에게 100퍼센트 들어맞는 유형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려면 사람의 숫자만큼 많은 유형이 필요할 것이다. 자신을 특정한 범주에 끼워 맞추려 들면 결국 자신의 의식에서 자기 성격의 일부분을 제외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하나의 구체적인 유형과 동일시하는 것은, 스스로 성장과 변화의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특정한 역할로 자신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을 여러 가지 유형으로 설명하는 것은 실제로 엄청나게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인식이 부족하면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과 비슷하다는 착각에 빠지고, 남들이 나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때 그들이 뭔가 잘못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
나 역시 예전에는 나와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에너지가 넘치고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진정한 자아와 연결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들이 무언가를 회피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나와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걸 이해한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성격과 성향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향적인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부족하고, 남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마도 내향적인 파트너가 둘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면 두 사람의 관계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오해할 것이다.
자기 자신과 다른 유형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많은 커플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 P56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
자존감과 자신감은 다르다. 자존감은 자신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의 깊은 가치를 아는 것이다. 자신감은 자신의 능력과 행동에 대한 믿음이다.
자존감은 굉장히 높지만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한 자아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적합한 도전을 찾고, 그 도전을 성공으로 이끈다.
더 일반적인 조합은 자신감은 높고 자존감은 낮은 경우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낮은 자존감을 보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특정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직장에서 훌륭한 동료로 인정받고 전문 분야에서 당당하게 능력을 발휘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그들은 자신이 남들이 좋아할 만큼 괜찮은 사람인지 확신을 갖지 못하고 불안해한다.
높은 기준은 낮은 자존감과 연결된 경우가 많다. 높은 기준은 낮은 자존감을 보상하기 위한 방편이다. 자기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할수록 당신은 그것을 보상할 전략을 찾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할 것이다.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이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우리의 행동은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행동 방식에 부합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문화에서 자라났다. 우리 중에는 어릴 때 뭔가 문제가 있는 아이라는 비난을 들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엄마는 항상 내가 너무 예민하다고 말했어요."
- 잉어, 50세

우리는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까다로운 아이였을 것이다. 부모는 그런 우리를 못마땅하게 여겼을 것이고, 그것은 우리의 의식 속에 깊이 자리를 잡고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평범한 아이들에게는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 일이 민감한 아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아이의 마음속에는 자기가 누군가를 피곤하게 하고 실망시켰다는 기억이 남게 된다. - P64

당신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남들과 어울리기 힘든 사람이지만, 사람들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그들이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외톨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있다. ‘본질적으로 나는 누구의 사랑도 받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노력하면 공동체에서 받아줄 것이다.‘ 여기에는 노력하지 않으면 모든 사람이 나를 버릴 것이라는 생각이 내포되어 있다.
당신이 자신을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보상하기 위한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실제로 당신의 가정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낮은 자존감과 높은 기준은 서로 강화하고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 만일 계속해서 보상적인 전략을 만들어 높은 기준에 맞춰 행동한다면, 당신은 끝까지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당신이 그들에게 주는 도움을 좋아하는 건지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당신은 자신이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가정을 유효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느낄 때도 그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높은 기준 때문에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 P68

높은 기준을 세우고 다시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는 악순환은 당신의 자아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자신이 부과한 과도한 요구 때문에 탈진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성향은 당신을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만든다.
지금 당신이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설정해 힘들어하고 있다면, 이제 그 기준치를 낮추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과중한 부담에 짓눌려 허덕이는 삶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기준을 낮추는 첫 단계는 자신의 개인적인 행동 원칙을 재검토하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기준을 낮추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당신은 자신의 행동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도 당신이 예상하는 그런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경험해야 한다. 높은 기준에 맞춰 살지 않아도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경험을 통해 완벽을 추구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더 여유로운 자아를 확장시킬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겠지만, 기준을 낮추고 개인적인 행동 원칙을 벗어나는 행동을 시도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당신은 완벽하게 행동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고, 오히려 당신이 더 느긋하고 편하고 유쾌해져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남들에게 계속 도움을 주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해도 괜찮다는 경험은 자아의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신은 자신의 기준을 낮춤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에너지를 더 많이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사이클에 들어가게 된다. - P70

기준을 낮추기 힘들 때
지금까지 삶의 대부분을 높은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살아왔다면, 그런 고리를 끊는 것이 매우 불안하고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그런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누군가 도움을 청할 때마다 항상 "네"라고 말해왔다면, 가끔 "아니요"라고 말해보라. 아니면 "오늘 저녁에 아이를 돌봐드릴 수는 있지만, 9시까지만 가능해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라고 말함으로써 당신이 제공하는 도움에 한계를 정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
기준을 낮추면 남들에게 소외당하거나 버림받을 거라는 두려움이 완전히 비현실적인 우려는 아닐 수도 있다. 당신의 친구들 중에는 당신이 사려 깊고, 협조적이고, 도움이 되기 때문에 친구로 선택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은 당신이 지금까지 주었던 도움을 제공하지 않으면 흥미를 잃을 것이다.
당신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몇 명의 친구를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단지 이익을 주기 때문에 나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과 계속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친구를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나의 우정에 편리함 외에 더 중요한 다른 요소가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게 옳은 일인가?
몇 명의 친구는 당신을 떠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친구가 당신의 곁을 떠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당신이 주는 도움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인정하고 좋아하는 진정한 친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당신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물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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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 효과는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한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식료품을 살 때 20분을 더 걷더라도 1만 원을 절약할 수 이쓴 상점을 선택하지만, 145만 원짜리 양복을 144만 원에 살 수 있다고 해서 20분을 더 걸어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20분은 어디까지나 같은 20분이고, 1만 원은 어디까지나 같은 1만 원이지만, 대비 효과로 인해 그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 P137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화창한 날이 계속되는 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없다"고 한 괴테의 말을 인용하면서 인간은 오직 대조에서만 강렬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어찌 즐거움 뿐이겠는가. 인간은 ‘비교의 동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대비 효과‘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는 ‘이웃 효과‘를 통해 부자 친구를 두면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음미해보기로 하자. - P140

‘문전 걸치기 전략‘의 원조는 이른바 ‘벤 프랭클린 효과‘라는 말까지 낳게 만들 정도로 탁월한 묘기를 선보인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펜실베이니아 주의회의 한 의원이 프랭클린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면서 원수처럼 굴자, 프랭클린은 한 가지 꾀를 냈다. 그의 자서전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 사람의 호의를 얻으려고 나는 굴욕적인 존경을 표하지는 않았지만,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그 주의원이 매우 희귀하고 진귀한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 책을 숙독하고 싶다며 며칠간만 빌려줄 수 없겠는냐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그 책을 즉시 빌려주었고, 나는 일주일 안에 매우 감사하다는 편지와 함께 그 책을 반환했다. 그다음 우리가 주 의사당에서 만났을 때(그는 결코 예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으나) 나에게 말을 걸고, 매우 친절했다. 그 후 그는 어떤 일이든지 나를 도와주려 했고, 우리는 아주 친한 사이가 되었으며, 우리의 우정은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것은 내가 옛날에 배웠던 교훈의 또 하나의 예가 된다. 즉, 그 속담은 다음과 같다. ‘예전에 너를 한 번 도와준 일이 있는 사람은, 네가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보다 더욱더 너를 다시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 P149

큰 부탁을 위해 작은 부탁을 먼저 하든 작은 부탁을 위해 큰 부탁을 먼저 하든, 우리 인간은 부탁을 주고받고 밀고 당기기를 하는 ‘상호성의 동물‘인 셈이다. 문전 걸치기 전략은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가 말하는 ‘상호성의 법칙‘과도 통하는데, 치알디니가 문전 걸치기 전략의 함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한 게 흥미롭다.
"아무리 사소한 요청도 함부로 승낙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승낙이 우리의 자아 개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두려워, 다음부터는 아무리 내가 지지하는 대의와 관련 있는 청원서라도 서명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치알디니가 매우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게 흥미롭다. 아니 어쩌면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긴 그의 연구 방법도 그런 식이었다. - P151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상호성의 법칙law of reciprocality‘이다. 쉽게 말해,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 있다"는 것이다. 1985년 멕시코 지진 때 극빈국인 이디오피아가 5,000달러 상당의 구호금을 보내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왜 그랬을까? 1935년 이탈리아의 침공 때 멕시코가 이디오피아 편을 들어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즉, 사람들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누군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면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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