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 효과는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한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식료품을 살 때 20분을 더 걷더라도 1만 원을 절약할 수 이쓴 상점을 선택하지만, 145만 원짜리 양복을 144만 원에 살 수 있다고 해서 20분을 더 걸어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20분은 어디까지나 같은 20분이고, 1만 원은 어디까지나 같은 1만 원이지만, 대비 효과로 인해 그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 P137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화창한 날이 계속되는 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없다"고 한 괴테의 말을 인용하면서 인간은 오직 대조에서만 강렬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어찌 즐거움 뿐이겠는가. 인간은 ‘비교의 동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대비 효과‘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는 ‘이웃 효과‘를 통해 부자 친구를 두면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음미해보기로 하자. - P140
‘문전 걸치기 전략‘의 원조는 이른바 ‘벤 프랭클린 효과‘라는 말까지 낳게 만들 정도로 탁월한 묘기를 선보인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펜실베이니아 주의회의 한 의원이 프랭클린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면서 원수처럼 굴자, 프랭클린은 한 가지 꾀를 냈다. 그의 자서전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 사람의 호의를 얻으려고 나는 굴욕적인 존경을 표하지는 않았지만,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그 주의원이 매우 희귀하고 진귀한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 책을 숙독하고 싶다며 며칠간만 빌려줄 수 없겠는냐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그 책을 즉시 빌려주었고, 나는 일주일 안에 매우 감사하다는 편지와 함께 그 책을 반환했다. 그다음 우리가 주 의사당에서 만났을 때(그는 결코 예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으나) 나에게 말을 걸고, 매우 친절했다. 그 후 그는 어떤 일이든지 나를 도와주려 했고, 우리는 아주 친한 사이가 되었으며, 우리의 우정은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것은 내가 옛날에 배웠던 교훈의 또 하나의 예가 된다. 즉, 그 속담은 다음과 같다. ‘예전에 너를 한 번 도와준 일이 있는 사람은, 네가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보다 더욱더 너를 다시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 P149
큰 부탁을 위해 작은 부탁을 먼저 하든 작은 부탁을 위해 큰 부탁을 먼저 하든, 우리 인간은 부탁을 주고받고 밀고 당기기를 하는 ‘상호성의 동물‘인 셈이다. 문전 걸치기 전략은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가 말하는 ‘상호성의 법칙‘과도 통하는데, 치알디니가 문전 걸치기 전략의 함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한 게 흥미롭다. "아무리 사소한 요청도 함부로 승낙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승낙이 우리의 자아 개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두려워, 다음부터는 아무리 내가 지지하는 대의와 관련 있는 청원서라도 서명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치알디니가 매우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게 흥미롭다. 아니 어쩌면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긴 그의 연구 방법도 그런 식이었다. - P151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상호성의 법칙law of reciprocality‘이다. 쉽게 말해,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 있다"는 것이다. 1985년 멕시코 지진 때 극빈국인 이디오피아가 5,000달러 상당의 구호금을 보내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왜 그랬을까? 1935년 이탈리아의 침공 때 멕시코가 이디오피아 편을 들어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즉, 사람들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누군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면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 P1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