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단어 페어fair의 의미는 다차원적이다. 그것은 정의롭다는 뜻과 함께 아름답다는 뜻도 지닌다. 고고지독어의 파가르fagar라는 말도 아름다움을 뜻한다. 독일어의 페겐fegen, 즉 ‘쓸다‘라는 말은 원래 윤기가 나게 만든다는 뜻이다. 페어의 이중적 의미는 미와 정의가 원래 동일한 표상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정의는 아름다운 것으로 지각된다. 특별한 공감각이 정의를 미와 연결시켜준다. - P90

정의 이념의 기초이기도 한 대칭은 아름답다. 정의로운 상태는 반드시 대칭적인 관계를 포함한다. 완전한 비대칭은 추의 감정을 유발한다. 불의는 극단적으로 비대칭적인 관계로 나타난다. 실제로 플라톤은 선을 대칭적인 것의 아름다움에 근거하여 사유했다. - P91

스캐리는 주체를 탈나르시시즘화하고 탈내면화하는 미의 경험에 대해 지적한다. 미 앞에서 주체는 뒤로 물러난다. 주체는 타자를 위해 공간을 내어준다. 이렇게 타자를 위해 자신을 근본적으로 철수시키는 것은 윤리적 행동이다. "시몬 베유에 따르면 미는 우리에게 ‘자신이 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생각을 버릴 것‘을 요구한다. [......] 우리가 우리 자신의 세계의 중심에 서 있기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앞에 있는 대상들에게 자발적으로 우리의 땅을 맡긴다." 미 앞에서 주체는 측면의 위치를 차지한다. 주체는 앞으로 밀고 나가는 대신 옆으로 물러난다. 주체는 측면의 형상이 된다. 타자를 위해 자신을 후퇴시킨다. 스캐리에 따르면 미 앞에서 겪게 되는 이런 미적 경험은 윤리적인 것으로 이어진다. 주체의 후퇴는 정의에 본질적이다. 정의는 공존의 아름다운 상태다. 미적 기쁨은 윤리적인 것으로 넘어갈 수 있다. "‘모든 면에서의 대칭‘을 요구하는 윤리적 공정성이 미적 공정성에 의해 크게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적 공정성은 모든 참여자들이 스스로 측면에 자리 잡은 채 기쁨의 상태를 느끼도록 한다." - P92

관조적인 머무르기를 방해하는 것은 의지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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