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소설의 핵심 체험은 잘 알려진 대로 보리수 꽃잎차에 담근 마들렌의 향과 맛(맛의 감각은 필연적으로 냄새와 향기를 포함한다. 특히 차의 맛 속에서 향기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입천장에서부터 퍼져 나가는 냄새의 감각은 냄새의 원천과 후각기관 사이의 공간적 인접성으로 인해 특히 강렬해진다.)이다. 마르셀이 부드럽게 적셔진 마들렌 조각을 한 숟갈의 차 속에 담아 입술에 가져갔을 때, 그의 온몸에 강렬한 행복의 감정이 흘러 퍼진다.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완전히 독자적인 전대미문의 행복감, 그 근거가 무엇인지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그런 행복감이 내 온몸에 흘러 퍼졌다. 단번에 나는 삶의 굴곡에 무관심해졌고, 삶의 재앙도 그저 대수롭지 않은 불운이었으며, 삶의 짧음도 단순히 우리 감각의 기만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하여 내 안에서 무언가가, 보통은 사랑만이 이룰 수 있는 무언가가 일어났고, 이와 동시에 나는 어떤 진미의 물질로 채워진 듯이 느꼈다. 아니, 이 물질이 내 속에 있다기보다는 나 자신이 그 물질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내가 평범하다거나, 공연한 존재라거나, 죽어 없어질 몸이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마르셀에게는 "소량의 순수한 시간"이 주어진다. 향기로운 시간의 정수는 지속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하여 마르셀은 시간의 우연성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느낀다. 시간의 연금술에 의해 감각과 기억이 결합하여 현재에서도, 과거에서도 벗어나 있는 시간의 수정이 만들어진다. - P76
냄새와 향기는 광대한 시간을 거치며 과거 속 매우 깊은 데까지 뻗어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하여 이들은 최초의 기억들을 유지하는 근간이 되는 것이다. 단 하나의 향기에서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유년의 우주가 깨어난다. - P79
"거의 비현실적일 정도로 미량에 불과한 차 한 방울"이 기억의 거대한 건물이 들어설 수 있을 만큼 광활하다. 맛과 냄새는 인간의 죽음과 사물의 파멸을 뛰어넘는다. 거세게 흐르는 시간의 물살 속에 떠 있는 지속의 섬들. - P79
『미디어의 이해』에서 맥루언은 마치 프루스트의 마들렌 경험을 생리학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흥미로운 실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두뇌가 작동하는 동안 뇌 조직에 가해지는 여러 자극은 많은 기억을 일깨운다. 이때 기억들은 특수한 향기와 냄새에 흠뻑 적셔지고, 이를 통해 하나의 단위로 묶여 초기 경험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향기는 이를테면 역사가 깃든 장소와 같다. 향기는 이야기들, 서사적 이미지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후각은 맥루언이 지적하듯이 "상징 이미지"처럼 작용한다. 후각은 서사적 감각, 이야기의 감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후각은 시간적 사건들을 결합하고 엮어서 하나의 이미지로, 하나의 서사적 형상으로 만들어낸다. 이미지와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향기는 해체의 위협에 직면한 자아를 하나의 동일성 속에, 하나의 자화상 속에 안착하게 해줌으로써 자아에게 안정성을 돌려준다. 향기가 지닌 시간적 연장성 덕택에 자아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다. 행복의 감정을 불러오는 것은 이러한 자기 귀환이다. 향기가 있는 곳에서 자아는 자신과 통합된다. - P80
향기는 느리다. 매체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향기는 조급성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향기를 시각적 이미지처럼 빠르게 연속적으로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각적 이미지와는 반대로 향기는 가속화되지 않는다. 향기가 지배하는 사회라면 아마도 변화나 가속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회는 추억과 기억을 자양분으로 하는 사회, 느린 것과 긴 것을 먹고사는 사회일 것이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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