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의 옷차림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옷만 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삶은 그녀에게 가르쳐주었다. 아무렇게나 차려입은 사람들이 실은 정장에 넥타이를 맨 사람들보다 훨씬 더 부자라는 사실을.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작 이거였나? 이토록 쉬운 것이었나? 어제는 형벌이었던 것이 오늘은 그녀에게 엄청난 해방감을 제공해주었다. 마리아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낯선 도시에 있었다. 그녀는 어느 누구에게도 해명할 필요가 없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는 온종일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까지 그녀는 늘 다른 사람들이, 어머니가, 학교 친구들이, 아버지가, 모델 에이전시 직원들이, 프랑스어 선생이, 식당 웨이터가, 도서관 사서가, 길을 다니는 생면부지의 행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를 먼저 걱정했다. 사실, 불쌍한 외국 여자에 불과한 그녀에 대해 특별히 뭔가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 그녀가 내일 감쪽같이 사라진다 해도 아무도, 경찰조차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 P-1

그러니까 내가 얼마 동안 창녀가 되기로 결심한다고 해서 잃을 것이 뭐가 있는가?
명예, 긍지, 나 자신에 대한 존중.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가진 적이 없다. 나는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사랑받는 데에도 성공하지 못했고, 늘 옳지 않은 결정만 내려왔다. 이제 나는 삶이 나 대신 결정을 내리도록 내버려둘 것이다. - P-1

타는 듯한 갈증, 담배 몇 개비, 점점 더 뚜렷해지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느낌, 라이트모티프처럼 반복되는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 주인과 다른 아가씨들의 무관심 속에 무려 두 시간을 앉아 있었다. 기다림에 화가 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는 마리아에게 한 브라질 아가씨가 다가와 물었다.
"왜 여길 택했어?"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뜻밖에도 통역은 그녀를 만나자마자 자기는 따라가지 않을 거라며 말했다.
"언어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요. 그가 당신과 함께 있는 게 기분 좋으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서로 말을 못 알아듣는데 어떻게요?"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어요. 그래요, 중요한 건 ‘느낌’이니까." - P-1

아무래도 내가 옳지 못한 결정을 내리려는 것 같다. 하지만 실수 역시 앞으로 나아가는 한 방식 아닌가. 세상은 나에게 뭘 원하는 걸까? 위험을 무릅쓰지 말라고? 삶에게 용기 있게 ‘그래’라고 말 한 번 못 해보고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라고? - P-1

꿈꾸는 것은 아주 편한 일이다, 그 꿈을 이루지 않아도 된다면. 우리는 힘든 순간들을 그렇게 꿈을 꾸면서 넘긴다. 꿈을 실현하는 데 따르는 위험과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욕구불만 사이에서 망설이며 세월을 보낸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을, 특히 부모와 배우자와 자식을 탓한다. 우리의 꿈을, 욕망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가로막은 죄인으로 삼는 것이다. - P-1

마리아는 이것이 지극히 남다른 경우라는 걸 은근히 부각시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예외적 존재라는 사실을 친구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 P-1

"얘야, 가난한 남자와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는 돈 많은 남자와 불행하게 사는 게 더 낫다. 그곳에 가면 돈 많은 불행한 여자가 될 가능성도 높겠지. 하지만 만약 일이 잘 안 풀리면, 차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오너라." - P-1

‘기회를 놓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아주 일찍이 깨달았다. 하지만 ‘난 널 사랑해’라는 말은 그녀가 스물두 해를 살아오면서 수없이 들은 말이었다. 이제 그녀에겐 그 말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말에는,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진지하고 깊은 감정이 한 번도 따라온 적이 없었으니까. - P-1

언젠가는 항공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브라질로 돌아가 직물 가게 주인과 결혼하고, 위험을 무릅쓴 적도 없으면서 남의 실패를 고소해하는 친구들의 험담이나 듣게 되겠지. 아니, 그렇게 돌아갈 수는 없다. 차라리 대양 위를 나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말 것이다.
참, 비행기 창문은 열리지 않지. 그건 정말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그 긴 여행을 하면서 신선한 바람을 쐴 수 없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난 여기서 죽겠다. 하지만 죽기 전에 삶을 위해 싸워보고 싶다. 혼자 걸을 수 있을 때,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것이다. - P-1

브라질에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양치기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양치기는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바로 그 어려움 덕분에 마침내 원하는 것을 얻었다. 그녀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진정한 운명을 만나기 위해, 모델이 되기 위해 해고당했다는 것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다. - P-1

하지만 나는 점차 나아질 거라고,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게 될 거라고, 내가 여기 있는 것은 내가 이 운명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나 자신을 설득해야 한다. 롤러코스터, 그게 내 삶이다. 삶은 격렬하고 정신없는 놀이다. 삶은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것, 위험을 감수하는 것,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그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도 같다. 자기 자신의 정상에 오르고자 하고,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면 불만과 불안 속에서 허덕이는 것. - P-1

갑자기 마리아는 언젠가 마이우손이 ‘느낌’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사서는,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보였다. 마리아는 직감적으로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러려면 그녀의 환심을 사야 했다. - P-1

결정을 내린 순간을 빼놓고는 모든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신기하게도 전혀 죄의식이 들지 않는다. 예전에 나는 몸을 파는 여자들에 대해, 오죽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그런 짓을 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지금 나는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안다. 나는 ‘예’라고도 ‘아니오’라고도 말할 수 있었다. 그 둘 중 하나를 나에게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거리를 걸으며 행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선택했을까? 아니면 그들 역시 나처럼 운명에 의해 ‘선택당한’ 것은 아닐까? 모델이 되기를 꿈꾸었던 청소부, 음악가가 되고자 했던 은행간부, 문학에 투신하고 싶었던 치과의사,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슈퍼마켓 계산대 일밖에 찾지 못한 아가씨……
나는 나 자신이 전혀 불쌍하지 않다. 나는 희생자가 아니니까. 자존심을 지킬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 남자에게 도덕적인 훈계를 할 수도, 당신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공주이니까 돈으로 사기보다는 마음을 빼앗는 편이 더 나으리라는 포즈를 취할 수도, 수없이 많은 다른 태도를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나 대신 운명이 선택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그러하듯이.
물론 내 운명이 다른 사람들의 운명에 비해 더럽고 음습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행복을 추구하는 길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하다. 음악가가 되고자 했던 은행간부, 작가가 되고 싶었던 치과의사,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슈퍼마켓 계산대에 서 있는 아가씨, 모델이 되기를 꿈꾸었던 청소부…… 우리들 중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금령이 신성한 것은, 그것들이 징벌의 공포로 포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유발하지 않는 법은 신성으로부터 멀다. 신성은 어디 있는가. 두려움 속에 있다. 아니, 두려움에 대한 예감 속에 있다. 그런데 그것은 왜 두려운가. 금지된 것은 사람을 끈다. 그것이 이유이다. 금령은 권고가 아니라 유혹이다.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금령이 생긴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금령이 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 사람이 에덴의 선악과를 따먹었기 때문에 야훼가 금령을 준 것이 아니다. 야훼가 금령을 주었기 때문에 사람은 그것을 따먹었다. 금령이 없으면 범함도 없다. - P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다고 그가 원래 겁이 많고 주눅이 잘 드는 성격도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울증과도 비슷한 신경질적이고 긴장된 상태가 되었다. 자신의 내면으로만 침잠하여 모든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었기 때문에 주인아주머니뿐만 아니라 그 누구와도 마주치는 것이 두려웠다. - P11

청년이 그녀를 어딘가 독특한 시선으로 쳐다본 탓인지, 그녀의 눈에도 갑자기 또 아까처럼 수상쩍어하는 기색이 역력해졌다. - P17

라스콜니코프는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는 편이 아니었고, 이미 말했듯, 최근 들어서는 특히 더 모임을 다 피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사람이 아쉬워졌다. 내부에서 뭔가 새로운 것이 생겨나면서 사람을 향한 어떤 갈증도 함께 감지되었다. - P24

아까만 해도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순간적으로 들었지만 정작 상대방이 말을 걸어오자마자 갑자기 불쾌하고 짜증스러운 감정을 느꼈는데, 자신의 개인적인 부분을 건드리거나 혹은 그냥 그러려고 하는 낯선 사람에 대해 곧잘 맛보는 감정이었다. - P28

가난은 죄가 아니라는데, 이건 진리입니다. 술타령이 미덕이 아니라는 것도 내 잘 알고 있지만, 이건 더 말할 나위도 없는 진리지요. 하지만 극빈이라면, 형씨, 극빈은 죄랍니다. 그냥 가난한 정도라면 아직은 타고난 감정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극빈한 상태라면 아무도 절대 그럴 수 없지요. 극빈하면 지팡이로 쫓아내는 것도 아니고 숫제 사람들 무리에서 빗자루로 싹 쓸어 내지요, 괜히 더 모욕을 주려고요. 이것도 옳은 일이지요, 극빈한 상태에서는 그 스스로 자신을 모욕할 태세를 갖추니까요. - P29

마르멜라도프는 이 집의 단골손님인 것이 틀림없었다. 또 미사여구를 좋아하는 성향도 분명히 온갖 종류의 낯선 사람들과 수시로 얘기를 나누는 버릇 때문에 생긴 것이리라. 어떤 술꾼들, 특히 집에서 푸대접을 받고 찬밥 신세인 술꾼들이 이런 버릇이 들면 그것은 거의 욕구로 변해 버린다. 그 때문에 그들은 술자리에서 변명을 하지 못해 안달이고 잘하면 남들의 존경까지 얻어 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 P29

실례지만, 젊은 양반, 혹시…… 음…… 아무런 가망도 없이 남에게 돈을 꾸려고 애써 본 적이 있습니까?"
"있긴 있지만…… 가망도 없이, 라는 건 무슨 뜻입니까?"
"무슨 뜻이냐면, 그야말로 가망이 없다, 즉 그래 봤자 땡전 한 푼 안 나올 줄 미리부터 알고 있다는 뜻이지요. 자, 가령 이 사람이, 건전하고 유용하기 그지없는 이 시민이 세상이 두 동강이 나도 형씨한테 돈을 꾸어 줄 리 없다는 사실을 미리부터 확실히 알고 있다고 칩시다. - P30

괜찮다마다요! 저렇게들 손가락질을 한다고 해서 당황할 나도 아니지만, 어차피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비밀이라는 것도 없는 세상이잖습니까. 그러니 이런 것을 경멸하지 않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아무렴 어때요! - P31

형씨, 형씨,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불쌍히 여겨 줄 곳이 한 군데라도 있어야 한답니다! - P32

아십니까, 형씨, 내가 집사람 양말까지 팔아 술을 퍼마신 놈이라는 걸 아시냐고요? 신발이라면 어느 정도는 있을 법한 일이지만 양말을, 집사람 양말까지 팔아 마셨다니까요! - P33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더 감정에 젖게 됩니다. 술을 마시는 것도 이렇게 마심으로써 연민과 감정을 추구하는 겁니다. 즐거움이 아니라 단 하나, 비애를 추구하노라……. 술을 마시는 건 고통을 두 배로 늘이고 싶기 때문이지요! - P33

그러고서 꼬박 일 년 동안 나는 경건하고 신성하게 내 도리를 다하고 이놈은 손도 대지 않았는데(그는 보드카 병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나도 감정이 있는 놈이니까요. 하지만 그 정도로 마누라가 성이 찰 리가 있나요. 하필 그때 일자리도 잃었는데, 그 역시 내 잘못이 아니라 구조 조정 탓이었고 그때 그만 술에 손을 댔지 뭡니까……! - P35

집 안에서 짐승처럼 뒹굴 때는 욕바가지뿐이었는데! 하지만 이제는 발끝으로 살금살금 걷고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더군요. ‘세묜 자하르이치께서 일하시느라 얼마나 피곤하셨으면 지금 쉬고 계시잖니, 쉿!’ 출근하기 전에는 커피를 대령하고 크림까지 끓여 주더군요! 진짜 크림을 구해다 바치기 시작했단 말입니다, 듣고 계십니까! 게다가 나를 말쑥한 제복으로 단장해 줄 11루블 50코페이카를 어디서 긁어모았는지 내가 모르겠습니까? - P41

이제야 모든 일을 사실대로 알려 주는 것은 이제 만사가 하느님의 뜻대로 느닷없이 호전되었기 때문이고, 또 두냐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애의 마음씨가 얼마나 갸륵한지를 네가 알았으면 싶어서란다. - P63

글쎄, 이 미치광이 같은 양반이 벌써 오래전부터 두냐에게 흑심을 품고 있으면서 속마음을 숨기느라 줄곧 그 애를 거칠게 대하고 멸시하는 척했던 거란다. 하긴 벌써 나이도 지긋이 든 가장으로서 그렇게 경솔한 희망을 품고 있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도 부끄럽고 또 소름 끼쳤던 나머지 저도 모르게 두냐에게 분을 퍼부었는지도 모르지. 괜히 거칠게 굴고 조롱을 일삼음으로써 자신의 속내를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고. 어쨌거나 결국엔 참지 못하고 감히 두냐에게 오만 것을 다 해 주겠다며 뻔뻔스럽고 추잡한 제안을 한 데다가, 그것도 모자라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애와 함께 다른 시골이나 뭣하면 외국에라도 가겠다고 했다지 뭐냐. 그 애가 얼마나 괴로웠을지 상상이 되니! 당장은 그 집을 뛰쳐나올 수도 없었던 것이 빚진 돈도 있거니와 마르파 페트로브나를 생각하니 부인 쪽에서 갑자기 의심을 품을 수도 있고 그리되면 가정불화를 야기하는 셈이잖니. 게다가 두네치카에게도 대단한 스캔들이 될 수 있으니, 아무래도 그래서 될 일은 아니었지. 여기에는 갖가지 이유가 많이 있어서 육 주 전만 해도 두냐는 그 소름 끼치는 집에서 도저히 벗어날 생각을 할 수 없었단다. - P63

물론, 너는 두냐를 잘 알고, 그 애가 얼마나 영리하고 성격은 또 얼마나 강단이 있는지를 알잖니. 두네치카는 웬만한 일은 거뜬히 견뎌 낼 수 있고 속도 넓어서 가장 극단적인 경우에도 강단을 잃지 않을 아이가 아니냐. - P64

꼬박 한 달 동안 우리 소도시 곳곳에 이 사건에 대한 얄궂은 소문이 떠도는 바람에, 그 경멸에 찬 눈초리와 쑥덕대는 소리 때문에 결국 두냐와 나는 교회도 갈 수 없는 지경이 되었는데, 우리가 있는 데서도 버젓이 큰 소리로 말을 주고받기도 하더구나.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모조리 우리를 멀리하고 인사조차 하지 않았을뿐더러, 내 확실히 알아냈다마는, 상점 점원과 관청 직원 몇몇이 우리에게 천박한 모욕을 주려고 우리 집 대문에 타르를 칠하기도 했고 그 일로 집주인은 우리에게 집을 비우라고 요구하게 됐지 뭐냐. - P65

그 일로 나는 병이 났지만 그래도 두네치카는 나보다 강인한 애라서 모든 것을 꾹 참아 내고 열심히 나를 위로하고 달래 주었지, 그 모습을 네가 봤더라면! 그 애는 정말 천사야! - P66

하지만 하느님의 자비 덕분에 우리의 고통은 끝이 났단다. - P66

대체로 다들 갑자기 그 애에게 각별한 존경을 표하기 시작했어. 이 모든 일로 인해 무엇보다도 뜻밖의 사건이 있었고 그 덕분에 지금은 말하자면 우리의 운명이 송두리째 바뀔 것 같구나. - P68

비단 이 일만이 아니고 대체로 누구든 사람을 잘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대할 때 차근차근 신중을 기해야 하고 나중에 가서 바로잡고 씻어 내기가 극히 힘든 과오를 범하거나 편견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P69

허영심이 제법 강한 편이라 남이 자기 얘기를 들어 주는 것을 몹시 좋아하는 탓이지만, 사실 그런 게 큰 죄는 아니잖니. - P70

지금부터 걱정할 건 전혀 없다고, 앞으로 서로의 태도가 성실하고 올바르기만 하면 웬만한 일은 거뜬히 참아 낼 수 있다고 말이야. - P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