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도 통역은 그녀를 만나자마자 자기는 따라가지 않을 거라며 말했다.
"언어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요. 그가 당신과 함께 있는 게 기분 좋으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서로 말을 못 알아듣는데 어떻게요?"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어요. 그래요, 중요한 건 ‘느낌’이니까." - P-1

아무래도 내가 옳지 못한 결정을 내리려는 것 같다. 하지만 실수 역시 앞으로 나아가는 한 방식 아닌가. 세상은 나에게 뭘 원하는 걸까? 위험을 무릅쓰지 말라고? 삶에게 용기 있게 ‘그래’라고 말 한 번 못 해보고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라고? - P-1

꿈꾸는 것은 아주 편한 일이다, 그 꿈을 이루지 않아도 된다면. 우리는 힘든 순간들을 그렇게 꿈을 꾸면서 넘긴다. 꿈을 실현하는 데 따르는 위험과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욕구불만 사이에서 망설이며 세월을 보낸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을, 특히 부모와 배우자와 자식을 탓한다. 우리의 꿈을, 욕망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가로막은 죄인으로 삼는 것이다. - P-1

마리아는 이것이 지극히 남다른 경우라는 걸 은근히 부각시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예외적 존재라는 사실을 친구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 P-1

"얘야, 가난한 남자와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는 돈 많은 남자와 불행하게 사는 게 더 낫다. 그곳에 가면 돈 많은 불행한 여자가 될 가능성도 높겠지. 하지만 만약 일이 잘 안 풀리면, 차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오너라." - P-1

‘기회를 놓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아주 일찍이 깨달았다. 하지만 ‘난 널 사랑해’라는 말은 그녀가 스물두 해를 살아오면서 수없이 들은 말이었다. 이제 그녀에겐 그 말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말에는,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진지하고 깊은 감정이 한 번도 따라온 적이 없었으니까. - P-1

언젠가는 항공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브라질로 돌아가 직물 가게 주인과 결혼하고, 위험을 무릅쓴 적도 없으면서 남의 실패를 고소해하는 친구들의 험담이나 듣게 되겠지. 아니, 그렇게 돌아갈 수는 없다. 차라리 대양 위를 나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말 것이다.
참, 비행기 창문은 열리지 않지. 그건 정말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그 긴 여행을 하면서 신선한 바람을 쐴 수 없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난 여기서 죽겠다. 하지만 죽기 전에 삶을 위해 싸워보고 싶다. 혼자 걸을 수 있을 때,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것이다. - P-1

브라질에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양치기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양치기는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바로 그 어려움 덕분에 마침내 원하는 것을 얻었다. 그녀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진정한 운명을 만나기 위해, 모델이 되기 위해 해고당했다는 것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다. - P-1

하지만 나는 점차 나아질 거라고,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게 될 거라고, 내가 여기 있는 것은 내가 이 운명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나 자신을 설득해야 한다. 롤러코스터, 그게 내 삶이다. 삶은 격렬하고 정신없는 놀이다. 삶은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것, 위험을 감수하는 것,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그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도 같다. 자기 자신의 정상에 오르고자 하고,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면 불만과 불안 속에서 허덕이는 것. - P-1

갑자기 마리아는 언젠가 마이우손이 ‘느낌’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사서는,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보였다. 마리아는 직감적으로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러려면 그녀의 환심을 사야 했다. - P-1

결정을 내린 순간을 빼놓고는 모든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신기하게도 전혀 죄의식이 들지 않는다. 예전에 나는 몸을 파는 여자들에 대해, 오죽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그런 짓을 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지금 나는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안다. 나는 ‘예’라고도 ‘아니오’라고도 말할 수 있었다. 그 둘 중 하나를 나에게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거리를 걸으며 행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선택했을까? 아니면 그들 역시 나처럼 운명에 의해 ‘선택당한’ 것은 아닐까? 모델이 되기를 꿈꾸었던 청소부, 음악가가 되고자 했던 은행간부, 문학에 투신하고 싶었던 치과의사,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슈퍼마켓 계산대 일밖에 찾지 못한 아가씨……
나는 나 자신이 전혀 불쌍하지 않다. 나는 희생자가 아니니까. 자존심을 지킬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 남자에게 도덕적인 훈계를 할 수도, 당신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공주이니까 돈으로 사기보다는 마음을 빼앗는 편이 더 나으리라는 포즈를 취할 수도, 수없이 많은 다른 태도를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나 대신 운명이 선택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그러하듯이.
물론 내 운명이 다른 사람들의 운명에 비해 더럽고 음습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행복을 추구하는 길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하다. 음악가가 되고자 했던 은행간부, 작가가 되고 싶었던 치과의사,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슈퍼마켓 계산대에 서 있는 아가씨, 모델이 되기를 꿈꾸었던 청소부…… 우리들 중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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