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돈 1000루블은 이자 덕분에 이미 2000루블로 불어났지만 예핌 페트로비치가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해 놓았고 우리 나라에서는 정말로 불가피한 온갖 형식적 절차와 수속까지 겹쳐 그 돈을 받는 일이 지연되었고, 이 때문에 젊은이는 대학 생활 첫 이 년간은 항상 자기 힘으로 밥벌이와 생계를 책임지면서 동시에 공부도 해야 됐기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P37
하지만 미우소프가 이 빈정거림에 미처 대거리를 할 겨를도 없이, 다들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이 떨어졌다. 그는 다소 골이 난 상태에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지금도 앞일이 훤히 보인다, 이렇게 골이 났으니 내가 먼저 시비를 걸게 될 거야....... 그러다 보면 혼자 열을 받아서 나 자신은 물론이고 나의 사상에도 먹칠을 하게 되겠지.‘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어른거렸다. - P85
앞에서 말했듯이 한 철학자의 철학은 그 자신의 인격(즉 한 개인의 마음씨, 기질, 경험 등을 총칭) 혹은 개성과 커다란 관계가 있다. 이 점에서 철학은 문학이나 종교와 비슷하다. 모든 철학문제는 과학문제에 비해서 성격이 더욱 광범한지라 아직도 완전히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그 해결은 주로 철학자들의 주관적인 사고나 "소견(見)"에 의지한다. 그러므로 과학이론은 온 세상이 인정하는 공언(公言)이 될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철학은 그저 한 개인의 말일 뿐이다. 윌리엄 제임스에 따르면, 철학자들은 성정과 기질에 따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유연한 마음(軟心 : tender-minded)의 철학자들인데, 마음이 유연한 만큼 아무래도 우주간에 가치 있는 것들을 차마 무가치한 것으로 귀납해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철학은 유심론적, 종교적, 자유의지론적, 일원론적이다. 또 하나는 강경한 마음(硬心 : tough-minded)의 철학자들인데, 마음이 강경한 만큼 가차 없이 우주간에 가치 있는 것들을 모조리 무가치한 것으로 귀납시켜버리기 때문에, 그들의 철학은 유물론적, 비종교적, 결정론적, 다원론적이다(『다원적 우주』). 또 회프딩에 따르면, 철학에서의 여러 문제들은 우리 인식의 한계선상에 위치하여 엄밀한 방법(exact methods)이 미칠 수 없는 지대에 존재하기 때문에, 철학자의 인격이 바로 사상의 방향을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철학에서 어떤 문제의 발생은 바로 그 철학자의 인격이 선결조건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상은 단지 모종의 심리상황에서만 발생할 수 있고, 또 철학자가 문제해결을 위한 근거로서 인용한 내용 자체도 그의 문제해결에 관련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한 사람의 철학에 대해서 역사적 연구를 행할 때에는 그 시대의 정세와 각 방면의 사상적 배경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 이것은 모두 철학사 연구자가 주의해야 할 점이다. 맹자는 "아무개의 시를 읊고 글을 읽으면서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면 말이 되겠느냐? 따라서 그가 살았던 시대를 규명하는 것이다"고 했다. 송유(宋儒)는 옛 성인의 "기상(氣象)"에 대해서 가장 주의를 기울였다. 그들의 동기는 수양 방면에 있었지만, 한 사람의 철학에 대해서 역사적 연구를 할 때는 실로 그 "기상"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P15
누구나 어떤 상황에 있든 이 책의 각기 다른 부분에서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 책의 장점이면서 단점이다. 좋게 말하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뜻이다. 저항과 양심을 구분하는 기준도 상당히 애매하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은유로 점철된 책이라서일까.
스토너는 이틀 동안 수업에 나가지 않고, 아는 사람들과 한 마디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내내 작은 방에 틀어박혀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했다. 조용한 방과 책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 P55
그에게는 지금까지 내면을 성찰하는 버릇이 없었디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힘들 뿐만 아니라 살짝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자신에게 내놓을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 내면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또한 거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 P55
마침내 결정을 내리고 나자 결국 이렇게 될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 P55
동료들과는 조심스럽고 정중하며 모호한 관계를 유지했다. - P64
손님들이 그의 주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리를 바꿔 앉기도 하고, 새로운 대화 상대를 만나 어조를 달리하기도 했다. - P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