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학논문 제대로 읽기
트리샤 그린할프 지음, 신승수 옮김 / 몸과마음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Evidence-based medicine'이라는 원제를 그대로 사용해도 좋을 뻔 한 책입니다. 왜냐하면 의학논문을 읽는 법이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은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근거중심의학의 이해'라는 부제가 다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근거중심의학으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게 이뤄지고 있는데 과연 이런 추세가 더 나은 의료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예전에는 근거중심이 아니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이유인즉슨, 이 책에서도 잠깐 이야기되고 있지만, 근거중심의학은 소위 관리의학 (즉, 정부나 의료보험관리공단 같은 기관들에 의해서 의료가 관리되는)에 적용되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의료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치고 정부에 대해 신뢰를 보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는데 (국민들 입장에서 의료업 종사자에게 신뢰를 보내는 사람 또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은 이 글에서는 잠시 사양합니다), 근거중심의학의 적용으로 필연적으로 도출되게 될 표준화된 관리 의료양태는 이런 경향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참으로 복잡해서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정하기란 정말 지난한 일인데 이런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 관리체제에 우선 들어간다면 글쎄요...
결론은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조금 재미가 없는 책이 될 듯 합니다. 실생활에 곧장 적용가능한 내용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의료통계 쪽을 전공하는 분이나 일반적인 의료업 종사자라면 한 번 정도는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내용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닐 지 모른다는 점도 같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 한 챕터를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는 논문검색법은 요즈음도 유용할 수 있지만 이제는 굳이 이렇게 복잡한 방법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반영않고 있어 약간 구식이라는 느낌을 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