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진화론 - 종의 기원 강의
스티브 존스 지음, 김혜원 옮김, 장대익 감수 / 김영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의 제목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책 자체는 좋은 책이지만 번역은 좋은 번역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과학기술도서상 번역상을 받았다는 역자의 책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결과물이다. 책을 읽다가 독자에게 비판적 독서를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역자가 배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래는 읽다가 도중에 포기하고, 손에 잡히는 대로 열 곳 정도를 무작위로 펼쳐 살펴본 결과이다.

문제점 1. 읽기에 방해되는 비문들이 여럿 있다.

63쪽
“이스라엘의 아인말라하에는, 가장 초기의 농부들 무덤에 어떤 어린아이 옆에 강아지의 뼈가 묻혀 있다.“

67쪽
“양치기개들은 그렇게 많이 퇴화하지 않았다. 이 개들은 가령 청년기로 인정된다.”
133쪽
“자연은 종종 결코 그렇지 않다.”
276쪽
“카를 마르크스는 상황을 다소 제대로 이해했다.”
368쪽
“절벽들은 여전히 굉장한 산사태로 해서 바다 속으로 떨어지며~”
517쪽
“각 동굴의 물고기는 기계의 다른 부분들을 잃었으므로 그 둘을 결합해서 어느 한쪽이 될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것으로 수선할 수 있다.”

“왜 인간의 젖이라는 호의는 오직 절반의 인구에 의해서만 만들어질까?”
518쪽
“다야크과일박쥐는 그 수컷이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기 때문에 논리적 결론에 도달한 유일한 포유동물이지만, 많은 다른 동물의 수컷도 새끼를 돌보는 데 많은 신경을 쓰는 까닭에 과일박쥐 수컷이 다른 수컷들과 달리 직접 양분을 만드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

문제점 2. 비문은 그렇다 치고 번역자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번역한 문장과,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63쪽
“개의 성性은 2개의 뚜렷한 그룹으로 구분되는데, 이는 이 동물들이 다른 곳에서 2번 길들여졌다는 증거이다.”
-> 개의 성이 두 그룹으로 나눠진다? 물론 암수로 나눠질 것이고 퍽 뚜렷한 그룹이기는 하다. 그런데 길들이기 횟수와 암수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167쪽
“심지어 에든버러의 공작이었던 돈 조반니도 팰로카프를 입지 않았다.”
-> 이름만 놓고보면 베르디 오페라에서 튀어나온 인물(바꿔말하면 이탈리아 출신)같은 느낌을 팍팍 풍기는 에든버러 공 돈 조반니는 도대체 누구인가?
171쪽
“모든 균주는, 온도를 높이고 먹이를 주어 소생시키면 오늘날 사용되는 수십 가지에 이르는 모든 항생제에 영향받기 쉽다.”
-> 이건 비교적 알기 쉬운 실수. susceptible을 영향받기 쉽다라고 그냥 번역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197쪽
“잠시만 생각해보면 획득형질의 유전은 흔히 있음을 알 수 있다.”
-> 10줄 정도 아래에 보면 “어떤 동물이 살아가는 동안 획득한 형질이 유전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한때, 모든 유전학 강의의 첫 수업에서 유대인과 음경의 포피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간단히 끝나버렸다.”라고 나온다. 도대체 획득형질이 유전된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그 반대인가?

244쪽
“종종 각각의 단백질은 중요한 위치를 가로막는 짧은 부분에 의해 결합력이 억제되는 플라스마 속에 둥둥 떠다닌다.”
-> 도대체 이건 무슨 소리인가? 혈장을 플라스마라고 써놓은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되어버렸다. 꼭 좀 원문을 보고 싶다.
326쪽
“토마토의 친척으로는 독성 식물인 벨라도나와 맨드레이크(성욕을 촉진하는 특성과 인간 유형의 분기된 뿌리, 그리고 뿌리째 뽑을 때 나는 소름끼치게 날카로운 소리로 유명하다) 등이 있다.”
-> 관련 설화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맨드레이크의 뿌리를 뽑을 때 정말 소리가 나는 줄 알지 않을까? (-.-;).
328쪽
“생식력이 있는 잡종은 성의 공화국 사이에 있는 찰리검문소이다.”
-> 찰리검문소라고 써놓으면 도대체 누가 이걸 냉전시대 베를린의 Checkpoint Charlie라고 이해하겠는가?
361쪽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석회암 언덕으로 어떤 것은 지름이 91미터나 될 정도로 거대하다. 이것들은 20억 년 전에 거대한 광맥이 되었다. 그 뒤 이것들은 뚜렷한 자손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은 많이 감소된 그들 생물들 가운데 소수가 서부 호주의 해변에 살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 스트로마톨라이트의 특성을 모르고 번역한 결과, 생물과 무생물로 번갈아가며 번역하는 문제를 보이고 있다.
362쪽
“버제스 셰일층의 서식동물인 ‘오파비니아’는 다섯 개의 눈과~.”
-> 버제스 셰일층은 고유명사로 번역해야 한다. 캐나다 버제스 산에 있는 캄브리아기 퇴적암층이니 버제스 혈암대나 버제스 이판암대 정도로 옮겨야 할 것이다.
516쪽
“멍게는 활동적인 일생을 마친 후에는 해저 바닥으로 가라않아 마치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처럼 뇌를 자신의 흡수한다.”
-> 절대 옮겨 치는 과정에 오타가 생긴 것이 아니다. 내 뇌도 (어딘지는 모르지만) 흡수될 것만 같다.

 

 

 

 

결론: 가격도 비싼 편인데다가 번역의 문제로 인해 권하기 어려운 책이다. 

 

대안: 영국판 제목이 "Almost like a whale"이고 미국판 제목이 "Darwin's ghost"이다. 영어공부도 할 겸해서 원서를 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그런데 싸지도 않은 이 책을 이미 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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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ahnni 2008-05-13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잘 안 읽히는 줄 알았더니... 번역 정말 문제 많더군요. 정말 이렇게 번역해 놓은 사람이 번역상을 받았다니~할 정도였어요. 도중에 딴 사람에게 시켰는지 어떤 부분은 또 잘 읽히고...

mgsong 2008-07-29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이 엉망이라 한마디 하려고 들어왔더니, 이미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 같네요..

서경맘 2009-05-1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수자의 추천사를 읽고 기대가 컸습니다.
서문을 읽는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고,
머리가 아파와서 읽기를 포기했습니다.
이걸 번역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