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요정
속눈썹 끝에
대롱대롱
그네 뛰는 잠의 요정
떨어뜨리려
깜박깜박,
눈을 비벼도
여전히
코스모스
여보세요
가느다란 소리로
그렇게 외치며
하늘 향한 얼굴.
때마침 이는 바람에
옷자락 날리우며
작은 두 손 모아서
희망을 불태운다.
가을 풍경화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
곡식을 거둔 후의 텅 빈 들판
앙상한 나뭇가지
발을 옮길 때마다
지르는 나뭇잎들의 비명
쓸쓸히 웃음짓는
코스모스가 있다.
퇴색한
단풍잎 빛깔,
내 마음 속
풍경화에는.
死 海
언제나
맑은 물이
즐거운 소리를 내며
흘러가던
내 마음 속엔
지금
어디를 둘러보아도
맑은 물은 찾아 볼 수 없다.
짜디 짠 소금기의
호수만 있을 뿐.
물이 흘러가지 않으면
고여 썩듯이
내 마음 속 샘물도
그러했나 보다.
기쁨, 슬픔, 감동 들을
드러내 보이지 않고
침체해 버리는
사해(死海)가
되었나 보다.
진달래
애잔한 분홍빛의
수수한 모습으로
바람에 나부끼는
가냘픈 미소
불여귀 핏빛 울음이
꽃이 되어 피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