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본질적으로 의지에 근거한 행위여야 한다.

자신의 전 인생을 상대의 인생에 맡기려고 하는 결단의 행위여야 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지 격렬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결의이며 결단이고 약속이다.

만약 사랑이 단순한 감정에 불과하다면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라는 약속에는 아무런 신뢰의 근거조차 없게 된다.

왜냐하면 감정은 쉽게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사랑만 있으면 절대로 대립 따위는 생기지 않는다는 환상이다.

두 사람의 인간 사이에서 생기는 진정한 대립,

즉 현실 속에서 체험되는 대립은 결코 파괴적인 것이 아니다.

그와 같은 대립은 반드시 해결되어 카타르시스를 초래하고,

그것에 의해 두 사람은 보다 풍부한 지식과 능력을 얻을 수 있다.

그와 같은 경험에 근거한 사랑은 끊임없는 도전이다.

그것은 안식의 자리가 아니라 활력이며 성장이고 공동작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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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혜완은 어떤 사람도 언제나 불행한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한 때 그렇게 오두마니 앉아서 이 세상 모든 불행이 자신에게만 쏟아져 내린다고,

마치 하늘이 무너지듯이 쏟아져내린다고 행각했던 자신은

지금 여기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웃고 있는 사람이 언제나 행복한 건 아니듯이 울고 있다고 언제나 슬픈 것은 아닐 것이다.

불행이란 건 어쩌면 오늘 일어난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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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결국 고독하며

누구나 삶에서 혼자인 것

나는 왜 미처 그 사실을 몰랐던가

                                          - 까마귀에게 바침 중에서 -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걸까.

마치 사탕 하나에 울음을 그치는 어린아이처럼

눈 앞의 것을 껴안고

나는 살았다.

삶이 무엇인지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태어나

그것이 꿈인 줄 꿈에도 알지 못하고.

                                                  -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 중에서 -

 

  물 안 개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소 금 별

 

소금별에 사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수 없네.

눈물을 흘리면

소금별이 녹아버리기 때문

소금별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

눈을 깜박이네.

소금별이 더 많이 반짝이는 건

그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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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빛 스케치

                                                                      권    숙

 

한여름 내내

태양을 업고

너만을 생각했다.

 

이별도 간절한 기도임을

처음 알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잊어야 할까.

 

내가 너의 마음 진하게

물들일 수 있다면

네 혼에 불을 놓은

꽃잎일 수 있다면

 

나는

숨어서도 눈부시게

행복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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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panda78 > 부흐홀츠 <달빛을 쫓는 사람>과 류시화의 시


첫사랑           - 류시화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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