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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쟁호투 - [할인행사]
로버트 클로즈 감독, 이소룡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무술영화를 어떻게 정의내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그래도 '몸과 마음의 한계를 초월하는 자유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몸의 다양한 동작과 빠르기, 중력을 이기는 점프 등의 무술 테크닉에 해당하는 외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공포랄지 욕망 또는 복수심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성숙 또는 깨달음과 같은 내적인 요인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하나 더 생각한다면 가능하면 진짜 무술가의 실제 액션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저는 시티븐 시걸, 쟝 끌로드 반담, 이연걸, 견자단, 토니 쟈 이런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힘들게 쌓아올린 몸의 자유를 구경하는 것이 너무도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와호장룡] [킬빌][매트릭스2]같은 영화는 영화자체는 좋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만화와 같이 가상적인 것으로 무술영화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예를 들어 장 쯔이와 주윤발의 대나무위의 결투같은 것은 무용이라고 해야지 무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마 서먼의 무술은 그야말로 무용과 같은 연기일 뿐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무술영화 최고의 걸작은 이소룡의 [용쟁호투]와 이연걸의 [정무문] 토니 쟈의 [옹박]입니다. 특히 [용쟁호투]는 이소룡의 최후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는데, 그것은 죽음으로 인한 프리미엄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한명의 무술가로서 또 영화배우로서 최고의 완숙기에 다다라서 만든 작품이라는 의미입니다. 8-90년대의 현란한 무술영화를 보고 이소룡의 영화를 '단순하다'라고 하는 것은 약간 어폐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소룡 영화 이전의 무술영화 예를 들어 [외팔이 권왕: 원제 독비도왕]과 비교해보면, 이소룡 영화는 중국무술영화 자체를 새롭게 창조해 냈다고 할수 있을 만큼 뛰어나고 진보적입니다.
이소룡의 발차기, 고양이 소리, 쌍절곤 시범, 전투를 방불케하는 집단 무협장면 등을 보면 군더더기없이 칼로 베는 듯한 액션에 '역시 이소룡!'이라는 찬사가 절로 나옵니다. 예를 들어 공중회전하면서 발차기 랄지 지하에서 무기를 바꿔가며 시범을 보여주는 듯한 대목은 너무도 멋이 있어서, 최근의 걸작 태국영화 [옹박]에서도 다양하게 바꾸어 차용하고 있습니다. 또 알다시피 내노라하는 무술인 출신 영화배우는 이소룡 영화를 대체로 리메이크 합니다. 견자단의 [정무문][용쟁호투][맹룡과강]이 그러하고, 이연걸의 [정무문]이 또 그러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이들이 그렇게 이소룡을 추모하는 걸까요? 그건 결코 갑작스런 죽음에 의한 프리미엄으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용쟁호투]는 영화사적으로도 높게 평가받는 작품인데 '역대 최고의 스릴러 영화 10선'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용쟁호투는 묘하게 처음부터 괴기스럽고 소름이 끼쳐옵니다.이소룡의 상대는 너무나 강력해서 인간이 아니라 악마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소룡은 승리하지만 결코 쟝 끌로드 반담의 영화처럼 승리에 환호할 수는 없지요. 영화 전편에 죽음의 그림자가 깔려 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를 느낀 관객들은 이 영화를 마치고 이소룡이 죽었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죽게될 사람이었다고 은연중 생각하게 되지요.도대체 무술 영화 중에서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안고 가는 영화가 어디있습니까? 이것은 마치 이소룡의 처절한 혼백이 스며있는 듯한 영화입니다. 그 시종 이어지는 공포감은 거의 히치콕의 걸작 스릴러를 방불케 합니다. 아! 그리고 맨 마지막의 거울의 방에서의 곁투장면! 과연 이런 창조적인 결투장면이 [용쟁호투]이후 몇 번이나 나왔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그 장면은 이소룡이 사부가 설파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마지막 완성의 순간이기도 한 것입니다. 최강의 파이터를 극복하면서 드디어 깨달은 최고의 깨달음이란 '외형에 집착하지 말고 그 뒤에 숨은 실체를 발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동양사상의 핵심에 근접한 무술가의 통찰이라고 하겠습니다.그리고 수많은 시체를 배경으로 호랑이 앞발같은 의수가 박혀있는 장면! (아마도 이소룡의 용과 호랑이 발톱의 호가 이 영화의 모티브겠지요. 영화 제목이 말해주듯이 '용쟁호투 =용과 호랑이의 싸움'이 이 영화의 줄거리니까요.).
저는 이 영화가 저급영화인데 이소룡이 죽어서 빛을 봤다는 데 정말 동의 못하겠습니다. 너무 슬퍼서 눈물이 다 날 지경입니다. 정말 이런 걸작 영화를.. ! 이런 걸작 영화를 ....!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