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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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신혼여행으로 몽골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몽골은 the nation of the blue sky '파란 하늘의 나라'라는 별명처럼 드넓고 평화로왔다.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의 모습! -고비사막으로 가는 지프여행 중에 만났던 들꽃같은 소녀들의 미소와 시골 할아버지 같은 사내들의 얼굴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들은 초면인 우리를 반겨주었고 자신들의 빵과 양젖을 아낌없이 베풀었다. 그들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손님을 환대하였다. '내가 언제 이렇게 사람들을 대접한 적이 있었던가?' 그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아직 나는  열링엄에서의 양치기 총각들의 미소와 열흘간 지평선을 응시하며 지프를 운전하던 나사르 아저씨를 잊지 못한다.

행복했던 지난 추억을 간직하며 이 만화집을 읽고 있으려니, 자꾸 부아가 오르다가, 몽골 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다룬  [코리아 판타지]에 이르러 눈물이 다 난다. "우리가 단군의 자손이라면, 이 사람들은 징기스칸의 후예라구. 같은 몽골인종이구. " 그런데 더 정확히 이야기 해보자. 그 누군들 귀하지 않겠는가? 외국인 노동자, 가난한 이웃, 장애인, 똥개인 우리 멍멍 강아지까지, 그리고 연탄재 사이로 피어난 채송화까지 무언들 소중한 생명이 아니겠는가?   이 그림 속의 이야기들이 현실로 존재하는 한 우린 오만과 편견, 그리고 이기심에 물든 비참한 짐승에 지나지 않는다. 만화책을 찢어 저 멀리로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버려야 할 것은 만화책이 아니라 비참한 이 나라의 현실, 오만한 이 나라사람의 차별심이리라.  

오! 우릴 구하소서! 우릴 이 비참한 나락에서 들어올리소서! 그게 아니라면 우린 혁명을 일으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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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메모리즈
심승현 글, 그림 / 홍익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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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보고 가졌던 생각은 '저자가 이쁜 아가씨겠지'하는 생각이었다. 파페와 포포의 사랑 에피소드를 담은 이야기들이 그림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너무 풋풋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끝까지 읽고 나서 저자의 사진을 보았을때 난감함! 광수아저씨가 아니었다는데 다소 위안을 받은 정도였다. (광수 아저씨라니! 풋풋한 총각이었으나 여하튼 이성이 아닌고로 감정이 팍 식어버렸다.)

이 책은 다섯 개 항목(1.사랑 2.의미 3.관계 4.시간 5. 추억)에 각각 7개 정도의 작은 이야기로 되어있다. 길지 않은 이야기여서 멋진 반전이 있다거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진 않는데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림이 단순하면서도 예쁘고, 35편의 조그만 이야기들이 맑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수 생각 같은 즐거움을 원하는 사람은 이 책이 실망스럽겠지만 한 컷 한 컷에 미소를 띠울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잠시 머리를 식힐 만은 한 이야기이다.

 이 만화책에서 굳이 핵심을 찾는다면 '사랑과 추억' 정도 될 거 같다. 그 중 처음에 나오는 사랑에 대해 살펴보면 '사랑이란 서로를 배려하며 그때 그때 행복을 만끽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인거 같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추억편은 뜻밖에 이미 돌아가신 또는 이미 늙은 부모님에 대한 추억이야기 이다. 특히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비오는 날에 신발 주머니를 머리에 쓰고 가파른 산돌교회 앞길을 올라야 했던 추억은 애달펐다.

더 이상 세부 묘사를 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독자의 즐거움을 뺐기 싫어서이니 이해하시길!

끝으로 이 책은 10대와 20대 초중반에 맞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이미 아기 아빠인 나는 사랑쪽은 하이틴 소설을 읽는 듯 공감이 힘들었다. 오히려 부모님에 대한 추억 부분은 공감이 되었지만  1년 전 책을 산뒤 읽다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둔 뒤 지금 읽게 된 부분에 있었다. 결국 현재 사랑을 시작하거나 이별을 경험한 한없이 풋풋한 싱그러운 분께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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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집에서 케인스를 만나다
류대현 지음 / 더난출판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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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천자문]이 생각나는 책이다. [만화 천자문]류의 책은 천자문을  쉽게 익히기 위해 허구적인 이야기를 지어낸다. 그리고는 그 이야기 중간 중간에 천자문을 써놓고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그 억지스러움에 부담을 느끼다가는 이야기와 천자문의 절묘한 조합에는 "야! 참 기가 막히다!"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부의 역할을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이런 식으로 호들갑을 떤다. "정부는 보이지 않은 곳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일을 하고 있다. 시간이 있으면 가만히 주위를 살펴보아라. 아무 것도 아닌 듯한 일에서 사려 깊은 정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여름날 온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는 방구차를 보면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방구차는 단순히 여름날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서 개발된 도구가 아니다. 하얀 방구차는 컴퓨터 오락에 찌든 어린이들을 골목으로 불러내기 위한 정부의 원대한 프로젝트이다."(276쪽) 이런 식의 아전인수가 두 세 페이지에 한 번은 등장하는데 뒤로 가서는 '글쓴이는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거 아니야?'하는 식으로 정신이 아득해지게 된다.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는데도 어려운 개념을 조금은 감을 잡게 만드니 신기한 글솜씨다.

우연히 사 보게 된 이 책에서 내가 끝내 풀수 없었던 것은 세 가지다. 먼저, 케인스가 왜 제목으로 나왔나 하는 점이다. 물론 케인즈가 다른 경제학자보다 자주 나오긴 하지만 결코 주인공은 아니다.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로 꼽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잘 모르겠다. 둘째 부자되는 방법을 쓴 글쓴이는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나 하는 점이다. 정부의 정책을 거스르지 말라는 둥, 경기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는 둥, 돈의 여신을 믿고 사랑해야 한다는 둥 여러 조언을 하지만 어쩐지 조언이 믿음직하지 못하다.

예를 들어 클린턴의 경제 자문이었던 토드 부크홀츠도 효율적 시장가설을 이야기하면서 개미군단이 주식으로 은행 이자 이상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주가지수 상품 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서른살 경제학]에서는 간접투자인 펀드를 이용하되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비율만 주식형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형 등에 분산투자하라고 권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저자는 몇 가지 상식을 이야기한 후 열심히 경제 공부를 하면 길이 보인다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게 내 선입견일까?

세째로 이 책은 결과적으로 영미 경제학의 내용을 충실히 소개하고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고등학교 경제해설서 + 알파 정도에 불과한데도 왜 안티 성향의 책처럼 느껴지나 하는 점이다. 아마도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 개념을 자기 식으로 패러디를 한거 때문이 아닐까? 여기서 나는 이 책에 별점 네개를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공부란게 어렵게 생각한다고 잘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식으로 요리하고 흡수하는 게 중요한데 저자는 그런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감사드리고 싶다.  

** 경제라면 머리에 쥐가 나는 왕초보라면 즐겁게 사 보세요. 황당한 이야기에 정신이 몽롱할겁니다. 경제 조금 아시면 빌려 보세요. 딱딱하지 않고 유쾌하게 개념정리가 됩니다. 경제학 공부할 때 굳이 책을 추천한다면 김덕수 교수님의 [통쾌한 경제학]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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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식이 돈이다 1 - Economy Knowledge 1 금융지식이 돈이다 1
김의경 지음 / 거름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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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과를 졸업하고도 경제 신문을 못 읽는다는 게 부끄러워 매달 한 두 권의 경제 관련 서적은 읽습니다.  대학 공부할 때 주식, 채권, 어음 이런게 뭔지 알지도 못하고 화폐 금융론 배우고, 경제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지금 생각하면 공리공론일 수 밖에 없는 공부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책은 재미있고 알기쉬워서 어떤 초보자가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만,-(이 책이 이해 안된다면 설명을 해줄 친구나 선생님을 찾아야 됩니다. 근데 조금만 도움받으시면 나머지는 이 책이 커버해 줄겁니다.)-대학 시절을 생각해보면 상대 후배들에게 먼저 권하고 싶네요. 참 자상한 설명과 재미있는 예화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금융 지식이 돈이다] -> [서른살 경제학] -> [경제기사 300문 300답] 순서로 읽으시면(저는 3번씩 읽었습니다)  금융에 대해 약간 관점이 생기면서 경제 신문 읽는 것도 조금 낫고, 주식 투자하는 데도 조금  나아지고 하는 거 같습니다.

요 몇 년간 이런 저런 책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경제 신문에 그리 연연하지 말자는 겁니다. 경제쪽은 책 한 두 권 읽는다고 확연히 들어오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다만 기초적인 개념, 기본 원리를 헷갈리지 않고, 경제학 동네의 이야길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 두권 읽고 다 알기를 바라지 마시구요. 당연히 알 수가 없어요. 방대한 자료나 실무가 받쳐줘야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그런거 일반인은 그림의 떡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초보자에게는 [금융 지식이 돈이다]나 [서른살 경제학]이 입문서로 좋은 거 같습니다. 그럼 전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으로 진격! 저도 초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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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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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말괄량이 삐삐]와 [돈 까밀로와 빼뽀네]를 재미있게 읽었다.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인데도 쭉 빨려들었고 자유로움과 재미를 만끽했다. 이 소설 역시 황당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면에서는 비슷하다. 뾰족한 것만 보면 공포심을 느끼게 된 야쿠자 보스랄지, 공중그네에서 번번히 실패하게 된 베테랑 곡예사랄지, 도대체 의사인지 의심스러운 이라부랄지... 그런데 빨려들어가진 않는다. 가슴속에서 큭큭 터져나오는 웃음도 없다. 서평을 읽어보니 만화의 가벼움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은 무척 즐겁게 보신거 같다. 그러나 공감 안된다는 의견도 눈에 띤다. 옳소! 이런 소설이 베스트셀러라니! 그럼에도 이 책의 표지-공중 그네 그림을 보면 한없이 마음이 가벼워진다.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그림과 글씨를 만들었을고. 

돌이켜 보면 책을 받고 무척 행복했다. [공중그네]와 [인더풀]이 빨간 세트포장으로 왔다. 와! 예쁘다! 몇 권 사서 휴가 선물로 주니 주변 사람들도 무척 기뻐한다. 선물을 받은 분들이 내가 어렸을 적 [삐삐]를 읽듯이 읽기를 바란다. 괞찮은 번역과 매끄러운 전개, 보기좋은 아담한 편집을 보면 나쁜 책은 아닌거 같은데... '결국은 내가 나이를 들었나 보다. 나는 조금 현실적이 되거나 비판적이 되었나 보다. '이런 자책이 든다. 동시에, 이런 실없는 책을 읽으며 마음껏 웃었다는 사람은 좀 맹하거나 사기치는 건 아닌가 의심도 든다. 그런데, 역시 이런 분들이 밝고 행복한 사람들임은 분명하다. 행복한 사람의 팬티를 찾으러 떠난 동화 속의 왕이 행복한 사람이 노팬티라는 걸 알고 머리를 긁적이는 것처럼 나는 한없는 가벼움과 즐거움으로 가득찬 이 책을 허망함과 거리감을 가지고 보게 된다. 그랴.. 나는 한없이 무거운 인간이었던 것이여. 꺼으.

오호 통재라. 머리 무거운 나는 잠시 책을 덮어두었다가 휴가길 나무그늘 아래서 매미소리 들으며 다시 한번 읽어 볼까 한다.

끝으로, 이 책이 아무 내용없는 실없는 책은 아니다. 광고처럼 배를 잡고 웃는 가벼운 책은 아니다.  하나의 메세지를 축으로 콤팩트한 단편이 부채살처럼 펼쳐지는 소설이다. 축이 되는 메세지가 무어냐구? '내 인생은 나의 것! ㅡ난 솔직하고 자유롭게 살고싶다'는 게 이 책의 메세지라고 생각된다. 그래, 어깨에 힘을 빼고 머리의 열을 빼고 마음 가볍게 살자! 그러면 우리를 둘러싼 집착과 강박의 세계가 조금은 흐물흐물해져서 우리의 삶도 더 부드럽고 명랑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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