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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ㅣ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어린시절 [말괄량이 삐삐]와 [돈 까밀로와 빼뽀네]를 재미있게 읽었다.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인데도 쭉 빨려들었고 자유로움과 재미를 만끽했다. 이 소설 역시 황당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면에서는 비슷하다. 뾰족한 것만 보면 공포심을 느끼게 된 야쿠자 보스랄지, 공중그네에서 번번히 실패하게 된 베테랑 곡예사랄지, 도대체 의사인지 의심스러운 이라부랄지... 그런데 빨려들어가진 않는다. 가슴속에서 큭큭 터져나오는 웃음도 없다. 서평을 읽어보니 만화의 가벼움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은 무척 즐겁게 보신거 같다. 그러나 공감 안된다는 의견도 눈에 띤다. 옳소! 이런 소설이 베스트셀러라니! 그럼에도 이 책의 표지-공중 그네 그림을 보면 한없이 마음이 가벼워진다.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그림과 글씨를 만들었을고.
돌이켜 보면 책을 받고 무척 행복했다. [공중그네]와 [인더풀]이 빨간 세트포장으로 왔다. 와! 예쁘다! 몇 권 사서 휴가 선물로 주니 주변 사람들도 무척 기뻐한다. 선물을 받은 분들이 내가 어렸을 적 [삐삐]를 읽듯이 읽기를 바란다. 괞찮은 번역과 매끄러운 전개, 보기좋은 아담한 편집을 보면 나쁜 책은 아닌거 같은데... '결국은 내가 나이를 들었나 보다. 나는 조금 현실적이 되거나 비판적이 되었나 보다. '이런 자책이 든다. 동시에, 이런 실없는 책을 읽으며 마음껏 웃었다는 사람은 좀 맹하거나 사기치는 건 아닌가 의심도 든다. 그런데, 역시 이런 분들이 밝고 행복한 사람들임은 분명하다. 행복한 사람의 팬티를 찾으러 떠난 동화 속의 왕이 행복한 사람이 노팬티라는 걸 알고 머리를 긁적이는 것처럼 나는 한없는 가벼움과 즐거움으로 가득찬 이 책을 허망함과 거리감을 가지고 보게 된다. 그랴.. 나는 한없이 무거운 인간이었던 것이여. 꺼으.
오호 통재라. 머리 무거운 나는 잠시 책을 덮어두었다가 휴가길 나무그늘 아래서 매미소리 들으며 다시 한번 읽어 볼까 한다.
끝으로, 이 책이 아무 내용없는 실없는 책은 아니다. 광고처럼 배를 잡고 웃는 가벼운 책은 아니다. 하나의 메세지를 축으로 콤팩트한 단편이 부채살처럼 펼쳐지는 소설이다. 축이 되는 메세지가 무어냐구? '내 인생은 나의 것! ㅡ난 솔직하고 자유롭게 살고싶다'는 게 이 책의 메세지라고 생각된다. 그래, 어깨에 힘을 빼고 머리의 열을 빼고 마음 가볍게 살자! 그러면 우리를 둘러싼 집착과 강박의 세계가 조금은 흐물흐물해져서 우리의 삶도 더 부드럽고 명랑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