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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가. 최초의 리뷰 : [괴짜경제학]은 경제학이고, 스티븐 레빗은 경제학자다.
경제학economics이 돈을 아껴서 부자되자는 학문으로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이 괴짜경제학으로 보이시겠지만 합리적인 선택에 대한 학문으로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경제학적 사고를 배울수 있는 좋은 책일 겁니다.
사실 맨 앞에서 스티븐 레빗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자신이 경제학자라는 걸 부정합니다."사실 난 경제학 분야를 잘 모릅니다. 수학을 잘 하지도 못하고, 경제지표 계산에도 재능이 없지요. 그리고 이론을 어떻게 세우는지도 모릅니다. 만약에 당신이 내게 주가가 올라갈 것인지 내려갈 것인지 묻는다면, 아니면 경기가 호황일지 불황일지, 디플레이션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세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그런 것들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대답한다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거죠." 그 결과 저는 속으로 "야, 이사람 맘에 든다. 일단 솔직하쟎아."하면서 마음의 부담을 버리고 기분좋게 책을 넘길수 있었습니다.
외견상 전통적인 경제학자와는 다른 스티븐 레빗을 경제학자 비스무리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면 사람들의 선택을 추적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선택의 핵심을 통계를 이용해서 접근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다만 스티븐 레빗이 던지는 질문이 기존의 경제학자가 자주 묻는 질문이 아닌 일상사나 범죄에 대한 것이고, 그가 의존하는 자료의 소스가 조금은 별나보이기 때문에 대단히 합리적인 사고에도 불구하고 괴짜라고 불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이 정도의 파격이야 제도학파인 토스타인 베블렌이나 공공경제 학파인 제임스 뷰캐넌, 맨커 올슨또는 존 내쉬같은 게임이론가 등등 많았습니다. 뷰티풀 마인드로 알려진 내쉬만 해도 훨씬 간명하게 핵심을 찌르지 않습니까? 괴짜경제학이란 정말 잘 지은 상업적인 브랜드명일뿐입니다. 어떤 주제를 들고 와도 스티븐 더브너(실제로 책을 쓴 언론가)는 적당히 버무려서 재미있게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즉, 우리가 이 책에서 재미있게 읽고 탄복하는 책의 개성은 스티븐 더브너의 글솜씨 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개념나열식의 경제학 서적보다는 이 책이 훨씬 경제학적인 사고를 배우는데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선입견 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간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그 문제의 핵심을 꿰뚫을 수 있는 자료 소스를 찾아내는 것도 경탄스러웠습니다. 기발할 뿐 싱겁다는 분도 계시는 데 학문이 해답의 나열이 아니라 더 나은 해답으로 가는 멋진 사고beautiful mind의 경쾌한 전개과정cool process에 대한 것이라면 이 책은 좋은 경제학책으로 장점이 더 많은 책입니다. 기꺼이 일독을 권합니다.
그러나 이런 당부도 드리고 싶군요. 이 책을 읽고 기분좋으신 분들이라면 우리나라 게임이론가가 지은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이 훨씬 재미있고 유연한 경제학적 사고를 보여주니까 스티븐 레빗한테 너무 현혹되지는 마세요. 경제학도 넓은 마당이고 우울한 학문만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나. 두번째 리뷰 : '괴짜' 경제학이 뭐지?
경제학의 중요한 뜻 중에는 '사람들의 선택에 대한 학문'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핵심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자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최초의 정의에서 스티븐 레빗은 약간 더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것은 인센티브니까 '경제학은 인센티브에 대한 학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 유쾌한 책은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의 토대에서 인간의 선택을 이야기하던 관습을 가볍게 넘어가 버립니다. 인센티브를 가장 기초개념으로 놓고 (이론을 구성한다기 보다는) 현실을 바라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떠오른 책이 있다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이었습니다. 인간의 무의식을 밝히는 핵심적인 도구로 실수와 꿈이라는 대상의 분석을 들고 나온 프로이트가 떠올랐습니다. 저자 스티븐 래빗이 자신의 책을Freakonomics 즉, 괴짜경제학이라고 이름지은 것은 표면적으로는 그동안 경제학자들의 연구대상이 아니었던 범죄나 부정행위를 연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티븐 레빗의 작업을 단순한 호기심이나 교양거리를 위한 가벼운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유쾌한 작업에는 지금까지의 경제학을 극복하고 새롭게 건설해갈 경제학이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이 선택의 학문이고, 그 선택의 학문은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인센티브에 대한 학문이 되어야 한다면, 인센티브의 구조를 잘 드러내는 대상은 무어냐 가 핵심적인 문제로 제기됩니다. 이때 스티븐 레빗이 선택한 대상이 바로 부정행위와 범죄인 것입니다. 부정행위나 범죄는 인센티브의 구조를 명확히 드러내는 중요한 모델이 되기 때문입니다. 혹독한 처벌이 존재하며 그 불쾌한 처벌을 피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선택이 있다고 할때 이처럼 명확하게 인센티브의 구조를 드러내는 대상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무의식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착오와 꿈이라는 대상을 찾아낸 그자리에 스티븐 레빗의 [괴짜 경제학]이 존재한다고 볼수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실수와 꿈이 도외시되던 대상이었으나 엄밀한 분석을 통해 우리의 의식을 넓혀준 것처럼, 스티븐 레빗의 작업 역시 단순한 호기심이나 잡담거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 사견이지만 최근 경제학의 추세는 심리학과 게임이론이 득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센티브라는 개념은 심리학적 개념이면서도 게임이론적 요소도 있으니 과히 절묘한 기초 개념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다. 세번째 리뷰 : 상아탑 속의 부르쥬아 경제학 : 찬 이성은 있으나 더운 가슴은 어디로 갔나?
스티븐 레빗을 생각할 때 자꾸 떠오르는 두가지 모습이 있는 데 물론 책 속에 나와 있습니다.
첫번째 이미지는 거리의 노숙자가 구걸을 할때 창문을 잠그지도 돈을 주지도 않는 모습입니다. 적선을 하지 않은 이유는 노숙자의 멋진 헤드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는 사회적인 통념이나 도덕적 관습보다는 현실의 배후를 읽고 판단을 한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근데 왠지 씁쓸해지는 건 반항심많은 대학생 초년병 시절의 흑백논리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입니다. 진보를 가장하나 인간에 대한 예의도 애정도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절망감이 떠나질 않습니다.
두번째 이미지는 이발도 잘하지 않고 15년된 안경을 끼며, 몸이 너무 쇠약해서 병뚜껑 하나 스스로 열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아니 이게 무슨 개떡같은 경우고 어리석은 인간이란 말입니까? 머리나 이성만을 강조할 뿐 감성이나 자신에 대한 사랑도 없는 인간을 양산한 현대 교육의 병폐를 보는 듯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괴짜 경제학을 살펴보면 사회적 실천이나 미래를 위한 전망은 없고, 과거와 현실에 대한 재치있는 분석이 있을 뿐인 것입니다. 그건 '난 현실에 참여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을 테니 세상 풍파는 니네들이 다 알아서 겪어봐라 '하는 이야기 아닙니까? 아! 결국 회색 지식인의 개똥철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찔합니다. 이런 저런 착잡한 마음도 평행선을 그으며 읽게 되는 책이 바로 이 책 [괴짜 경제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