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보빵
이철환 지음 / 꽃삽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소리 없이 우리 곁을 다녀간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하루를 살아 낸 것이다.  (글 첫머리에 있는 글)

[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 선생님이 새 책을 내놓았다.  직접 겪은 이야기를 위주로 만든 34편을 엮어 만든 책이다. 우선 왜 제목이 [곰보빵]인지 궁금하다. 책 이름과 같은 '곰보빵'이야기를 펴보니 찡한 느낌이 있다. '곰보빵 너는 아니? 너의 이름 때문에 상처받은 아이가 있다는 거... 못된 사람들이 아이의 아빠를 곰보라고 불렀어.'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 빵 이름이 소보로빵이 된 후에야 아이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는 얘길 들려준다. '사랑이란 거, 어려운 게 아냐. 예쁘다고 말해 주는 거, 잘했다고 말해주는 거, 함께 가자고 손을 잡아 주는 거, 그게 사랑이야.'(24쪽)

저자의 체험과 사랑이 가득찬 세상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에 딱히 트집을 잡는다는 건 부담스런 일이다. 나 역시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럼에도 한 두가지 의문을 제기하려 한다. 이 이야기들이 얄팍한 감동이 아니라 삶의 전환을 요구하는 글이라면 그 중간에는 꼭꼭 씹어보는 과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과연 작가가 말하고 싶은 사랑이란게 무어냐는 거다. 새끼를 아끼고 어미를 그리워하는 원초적인 사랑인가? 애틋한 마음을 바탕으로한 어진 마음이 사랑일까? 아니면 기독교적 사랑인가? 기독교의 사랑이라면 그건 또 뭔가? 영화 [제 5원소]에서 지구를 구하는 마지막 원소는 사랑이었다. 그런데 그 사랑이란게 뭔가? 아마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족과 이웃에 관심을 보이고 배려하는 게 사랑일 듯한데 그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굳이 정의내릴 필요는 없겠지만 원리가 무언지는 알고싶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사랑의 핵심은 뭘까?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남을 생각하는 걸까? 힘들고 초라한 누군가의 입장에 서 보는 걸까?

둘째, 가슴 아픈 이야기 '아가야, 어서 집으로 가'를 보면 동물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과 인간의 탐욕에 대한 분개가 교차한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 '왕잠자리를 잡아라'에서 보면 왕잠자리를 잡는 교활한 술책을 세월이 전해준 지혜라고 추어올린다. 물론 이야기의 핵심이나 구도로 보면 두 이야기를 병렬시킬 수 없다고 수평 비교는 어색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관된 생태관을 가진 분이라면 노년의 지혜를 드러내기 위해 왕잠자리 사냥을 소재로 들 거 같지 않다.

어쩌면 이런 질문들은 내가 앞으로 찾아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찾기의 과정은 누군가를 심판하고 누군가를 배제하는 과정이 아니라 모르던 걸 발견해 가는 과정이었으면 좋겠다. 곰보빵의 곰보가 비록 좋은 이름은 아닐지라도 그 고물이 맛있어서 곰보빵이 되었듯이, 소보로로 이름이 바뀌기 전에 곰보빵으로 하여 곰보의 좋은 점도 알게되는 과정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한 두가지 사소한 의문이 들지만 삶을 돌이켜보게 하는 좋은 책이다. 아마도 이 사소한 질문이란 것도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 탓이어서 의문이 된 것이겠지만! 

(좋은 책과 그림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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