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 정중화 - Long Ago & Far Away
김민석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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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재즈 그룹 '인터플레이'와 보사노바 그룹 '더블 레인보우'의 리더인 기타리스트 김민석이 후배인 베이시스트 정중화와 함께 만든 기타와 베이스 듀오 앨범입니다. 정중화는 미국 뉴욕 퀸즈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있는데 여행 차 뉴욕에 들른 선배 김민석과 뉴욕의 조그만 스튜디오에서 5-6시간 정도 편하게 레코딩을 했다고 하네요. 어쿠스틱 기타와 어쿠스틱  베이스의 대화!- 참 듣기 좋은 앨범이네요.

편곡도 그렇고 진행도 그렇고 저절로 찰리 헤이든과 팻 매서니의 [Beyond The Missouri Sky]가 떠오르네요.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김민석의 기타 솜씨도 고스란히 살아있고 정중화의 베이스 소리도 듣기 좋고 안정적이에요. 또 연주하는 곡이 유명한 스탠다드 곡들이라서 친근하구요. 전반적으로 TrioLogue시절의 [Speak Low]보다는 한결 나아졌다는 느낌이 저절로 드는 군요.

만약 당신이 팻 매서니 앨범이 없다면 [Beyond ...]를 먼저 들으시고, 신해원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를 다음으로 들으세요. 그 다음에는 이 앨범이 좋겠습니다. 왜 3등이냐구요? 팻 매서니 앨범이 음색과 깊이에서 낫구, 신해원이 멜로디와 감성 면에서 더 나아요. 그렇지만 이 앨범도 좋은 앨범이라구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이 듣고 싶은 편안하고 아름다운 앨범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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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못 2007-11-26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전에 아버지께 인순이가 한국 사람이냐고 물었죠. 한국 사람의 피로 태어나 한국에서 살고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만든 그녀가 한국 사람이 아니면 누구겠습니까? 저는 다시 니기다 소나무가 우리 나무 아니냐고 물었죠. 인순이처럼 태생은 외국이지만 헐벗은 우리나라 산림을 푸르게 푸르게 지켜주고 우리에게 좋은 공기를 주었던 니기다 소나무가 한국 나무 아니면 뭔 나무가 우리나무입니까? 인순이도 50년 니기다도 아마도 50년 이상 우리와 함께 해온 이웃이고 한국나무 아닌가요?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흑인의 음악에서 비롯되어 미국과 유럽의 음악과 결합하고 한국에서 50년 이상 면면히 이어온 재즈도 어느덧 우리의 애환을 담게 된 우리의 음악입니다. 이제는 아름답게 가꾸고 즐겁게 누려야하는 우리의 공기가 된 셈이죠.언젠가는 엔카에서 전통가요로 화한 뽕짝처럼 만인의 음악이 될겁니다. 우리의 것이라는 생각을 할 때 더 책임도 가지고 더 실력도 나아질겁니다. 이슬기나 김민석, 신해원이 이런 생각을 들게 하네요.

하늘연못 2007-11-27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혹 '한국 재즈가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식의 평을 보게 되는데 분명 기타 중심으로 보면 김민석이 팻 메서니 풍으로 걸출한 연주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15년 전에 나온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선생의 데뷔 앨범을 생각해보면 훨씬 창의적이었고 감성적이었던 명반이었습니다. 이 음반 모든 곡을 합해도 '밤으로 가는 기차' 한 곡의 힘을 압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정식 선생의 후속 작업도 무척 좋았습니다. 한국 재즈는 훨씬 전에 이것보다는 더 나아간 선배들이 있었고 그들의 어깨 위에 많은 젊은 연주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srseo 2009-01-2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석이랑 중화랑 친구에요..고등학교 동기동창
 
신해원 1집 -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신해원 연주 / 에그뮤직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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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이면 이제 20년이 다 되어간다. 이병우의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이 축복처럼 발매되었다. 내 가슴 속에 친구처럼 비처럼 내리는 음악이 세상에 나왔다. 그럼에도 내 주변에서 이병우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적었다. 혼자 다음 앨범을 기다리며 듣고 또 들었다. 내 마음 속의 병우형은 음악감독이 되고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람이 되었지만 언젠가 그를 만난다면 1989년이후로는 당신은 언제나 내 삶 속에 있었다고 말하리라.

그리고 1996년 팻 메서니와 찰리 헤이든의 [Beyond Missoury Sky]가 발매되었다. 아마도 이 정도로 감동적인 앨범을 찾으라면 [Jazz Samba](스탄 게츠, 찰리 버드), [Concerto](짐 홀) 정도나 들을 수 있겠다. 어쿠스틱 기타와 베이스의 대화는 끝없는 심연으로 나를 이끌고 멍한 심정으로 또다시 듣게 되곤 했다. 나는 시네마 천국의 러브 테마를 가장 좋아한다. 그러나 내 주변에는 이 앨범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 앨범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최근 몇 년의 일이다.

그리고 올해! 나는 정말 가슴 찡한 두 장의 앨범을 만났다. 가야금 연주자 이슬기의 2집 [In the Green Cafe] 그리고 이 앨범 신해원 1집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푸르르고 아름다운 빛나는 음악! 이들에게 20대란 이토록 찬란한 것이다! 이들의 음악은 그야말로 충격과 경탄이었다. 그래도 굳이 가린다면 나는 신해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병우 형의 '사랑했지만'이나 '머플리와 난 하루종일 바닷가에서'를 떠올리게 하는 감성적인 기타가 더 가슴을 적시기 때문이다.

이슬기와 신해원을 떠올리면 한편 기분이 좋고 한편 조금은 울적한데, 어느새 이런 시절이 지나버렸다는 생각때문이다. 그리고 떠오르는 기억이 10년전 해질녁 보라매 공원의 호수 한켠 벤치에서 기타를 연주하곤 했던 추억이다. 별로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매주 한 번은 감행했던 나만의 콘서트였다. 연주가 마치면 날은 어두웠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무얼 해야 하는지 답답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때가 음악을 아름답게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외롭지만 그다지 외롭지도 않았다. 그때는 언제나 이병우형과 조동익형, 팻메서니와 짐 홀의 음악이 곁에 있었으니까! 물론 밤새워 치던 애인같은 낡은 기타도 옆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셈이다. 시간이 가면 자신의 운명이 자신의 길을 열어준다. 그리고 느껴지는 것이 이런거다. 언제나 좋은 시절이다.

 그러니 외롭고 마음이 어두운 20대가 있다면 가장 먼저 이 음악을 권하고 싶다. 당신은 음악을 찬찬히 들을 수있는 좋은 시간에 있다.  그리고 지금조자 언젠가 추억이 될 때도 온다고 상투적이지만 진심어린 위로를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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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00골 모음 (1986-2006, 4disc 디지팩) - 할인행사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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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2000골까지만 나와요. 그래도 6시간을 내내 봐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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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 뉴패키지 박스세트 : 디지팩 (4disc) - 초록물고기 + 박하사탕 + 오아시스
이창동 감독, 심혜진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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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앞의 리뷰가 [초록물고기]를 주로 다루었기 때문에 나는 [박하사탕]에 대한 리뷰를 쓰려 한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나는 이대현 선생의 책 [투덜이의 영화세상]을 많이 인용할 것이다. 내가 읽은 리뷰 중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2. 이창동 감독은 원래 소설가 였다: 1983년 등단, 1992년 [녹천에는 똥이 많다]로 한국 일보상 수상, 1997년 [초록 물고기]로 영화감독으로 데뷔

"그가 소설에서 영화로 이야기터를 옮긴 이유는 '일상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말의 관념성은 힘을 잃는다. 그래서 소설은 이야기를 잃어버렸고, 이야기를 잃어버린 소설은 위기를 맞았다. 일상을 보여주는 데는 영화가 편하다. 일상이란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그 진실이나 리얼리티를 드러내는 일 자체가 무모할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다...그는 일상의 이야기꾼을 자처한다."

"이창동 감독은 "내 이야기의 모든 출발점은 인간"이라고 했다.인간을 어떻게 보고,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이며, 얼마만큼 덜 왜곡시킬까에 초점을 맞춘다고 하였다. 데뷔작 [초록물고기](1997)가 바로 그 인간(한국인)의 삶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면, 두번째 작품 [박하사탕]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16쪽)

3. [박하사탕]은 2000년 1월 1일 개봉되었다.: "2000년 1월 1일, 새로운 천년의 출발점에서 왜 그는 주인공 영호(설경구)를 통해 20년을 거슬러가는 시간 여행을 할까?"

"[박하사탕]을 2000년 1월 1일 0시에 개봉한 의미를 묻자 그는 "모든 과거는 지나간 미래이다. 한 젊은이가 최초로 삶을 바라보던 자리로 가보자는 것이다. 그 꿈과 희망의 자리를 지나온 우리는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지금 스무살에게는 현재이자 출발점이다"라고 답하였다.그러면서 인간의 사고와 욕망의 순서는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여 순차적인 구성을 버리고 기차가 거꾸로 달리듯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는 방법을 택하였다고 하였다." (16쪽)

4. 영호의 절규 "나 돌아갈래"의 의미 : "시간의 기차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새 밀레니엄의 시간을 여는 한국영화 [박하사탕]은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바늘처럼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 그것은 주인공 영호란 한 젊은이가 최초로 삶을 바라보던 그 꿈과 희망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그시간을 지나온 자에게는 과거이지만, 영호가 마지막에 서 있는 스무살의 지점과 같은 나이의 젊은이들에게는 미래의 출발이다. "

"그러나 영화의 현재와 과거 20년은 선의 시간이 지배하는 사회다. 돌아갈 수 없다. 그 불가항력을 거스르는 일은 기차 선로 위를 거꾸로 가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는 철로 위에서 "나 돌아갈래"라고 절규하며 달려오는 기차에 맞선다. 그때부터 기차는 거꾸로 달린다. "(19쪽)

5.미친 시대가 주는 중압감과 남겨진 슬픔 :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데 꼬박 7년이 걸렸다. 처음 장면부터 몰입이 되지 않고 막막하다가 고문 장면정도 가면 이내 곯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보기가 너무 괴로웠기에 저절로 잠이 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창동 감독 역시 특히 고문장면 촬영을 하면서 무척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영화를 보면 정말 지난 20년, 우리는 미친 시대를 살아왔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우리는 지난 20년간 상황과 현실이 한 개인을 내버려 두지 않는, 폭력과 독재로부터 떨어져 있어도 그것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살았다. 그것이 삶의 상처와 어긋남으로 이어지고, 그래서 영호처럼 그 폭력에 편입하는 것이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흘러간 것이라면 그 '함몰'이 너무 슬프다.영국의 평론가 토니 레인즈는 광주사태 때 ....기억 때문에 영호가 첫사랑인 순임(문소리)와 헤어지는 장면이 가장 잔인하다고 했다. "(16쪽)

6.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 설경구: 사실 이 영화에서 설경구는 '영화배우란 저런 걸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저절로 탄복할 만큼 탁월한 연기를 보여준다.

과연 20년이란 세월을 오고가며 슬픔과 고통의 철로를 탈 수있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 이미 얼굴이 알려진 배우는 관객들의 너무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20년의 시간여행에 부적합하기 때문에 당시에는 신인이었던 설경구를 발탁했다고 한다. "나 돌아갈래!"를 외치는 설경구의 광인연기와 스무살 꿈많은 젊은이 영호의 복잡한 심사를 담은 마지막 장면은 '영화 배우의 얼굴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7. 문소리가 건네준 박하사탕과 카메라 : 이 영화를 보면 너무도 고통스런 기억 속에 첫사랑 윤순임이라는 존재는 현실이라기 보다는 구원의 손길처럼 보인다. 관객이 숨을 돌이킬 시간이라곤 문소리가 나오는 잠깐밖에 없는 느낌이다.

수십년이 지나도 똑같은 모양과 변함없는 하얀 색깔로 남아있는 박하사탕 같은 변함없고 순수한 사랑! 영호가 그토록 그리던 구원이란 그런 거 였을까? 스무살 순임은 군대간 영호에게 편지와 함께 박하사탕을 보내주곤 했다. 잊혀졌던 박하사탕의 의미를 떠올리며 죽어가는 첫사랑을 위해 돈을 털어 박하사탕을 사서 길을 건너는 가엾은 영호의 모습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영화에서 박하사탕이 전편을 감싸는 사랑의 상징이라고 한다면 카메라는 무얼까? 카메라는 이 영화의 핵심주제인 시간에 대한 생각을 반영한다. 다소 의아하게 끝나는 마지막 엔딩의 정지사진은 감독이 생각하는 착종된 시간에 대한 이미지이다. 그렇다. 저 착종된- 과거와 미래가 뒤엉키고, 미래가 주는 설레임과 고통스런 파멸이 공존하는-시간과 공간에서 우리는 산다. 그러한 시간의 소용돌이에서 영호도 순임도 가슴저미는 사랑을 한다.  

"스무살의 영호는 아름다운 모습을 담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시간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때 시간은 멈추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의 정지는 그가 광주 진압군으로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기차는 역에 멈추어 있다. 때문에 [박하사탕]의 시간은 단순히 일정하게 움직이는 선이 아니다. 그 시간대의 현재진행과 멈춤에서 인간은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의 어긋남이 영호의 삶이다. 20년 전으로 돌아간 영호는 소풍온 강변을 "언제 와 본 것 같다"고 한다. 그 장소는 바로 그가 20년 후 철로에서 기차와 맞선 영화의 첫 장소이다. 기시감은 미래 예감이다." (20쪽)

8. 좌절스런 순환과 자연스런 순환 : 사람이 고통스런 과거를 지니게 되면 그 과거는 마치 자석처럼 모든 생각을 그 곳에 묶어놔 버린다. 이 영화에는 영호가 자전거를 타고 끝없이 빙빙 도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렇게 살 바에는 기차에 깔려죽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영화의 구원이 무얼까? 자신을 망가트린 그 많은 사람 중에 한 명만 죽이고 저승길에 함께 가고자 했던 영호가 고통속에 팽개친- 실은 그토록 잊지 못했던- 순임이 죽는 날까지 자신을 사랑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일까? 악마처럼 변해버린 자신의 순수했던 과거를 -마치 죽은 아들의 옛사진을 고이 간직해온 어머니처럼- 품고 있었던 순임의 믿음 때문이었을까? 이러고 보면 지금 여기 있는 나만이 나는 아닌 것이다. 여하튼 박하사탕처럼 변함없는 순임의 사랑은 죽음을 향하던 영호에게 큰 충격을 던져 주는 것이다.

아마도 어둠 속에서 흐느끼며 영호가 빼어버린 카메라 속의 필름은 스무살 영호의 첫사랑과 푸른 꿈이 움트던 야유회 사진이었을 텐데,-아니면 순임이 애인 영호에게 오로지 푸르고 아름다운 것만을 찍으라고 담아둔 아무 것도 찍지 않은 필름이었을 텐데- 결국 순임이 유언처럼 남긴 메시지는 이런게 아닐까? '당신이 아무리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니고 산다고 해도 우리 사랑하고 꿈꾸던 그 시간을 잊지 않는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그러나 서글프게도 시간은 너무도 많이 흘러갔다. 영호가 박하사탕으로 자신의 사랑을 전하려 해도 순임은 받을 수가 없고 카메라는 쓸데 없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순임이 힘들게 돈을 모아 산 카메라를 단돈 4만원에 팔아버릴 수 밖에 없는 남루한 영호의 서글픈 흐느낌이 너무도 슬펐던 그런 영화였다. 어떤 면에서 이 영화는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기차를 거꾸로 가게하여 처음으로 되돌림으로써 슬픈 두 연인의 넋을 위로하고자하는 이창동 감독의 한바탕 굿판이다. 2000년 1월 1일은 굿하기엔 좋은 날이지 않은가?

아주 낭만적인 감상을 이야기한다면 크게 보면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저 폭압적인 기차조차 다시 순환하지 않을까? 너무도 큰 상처를 받은 영호가 더 멀리 보고 자신의 상처를 받아들여 새로운 삶의 정거장에서 새로운 기차를 타게 되는 그런 시대가 오기를, 그런 시대를 만들어가기를 기원한다.

9. 에필로그 : 새삼 너무 깊이 빠진 영화는 글조차 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이대현 선생의 리뷰가 없었다면 도대체 시작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보지 못한 깊은 속내를 지적해줄 리뷰를 기대한다. 이만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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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못 2007-11-0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와 전혀 다르면서도 유사한 시간 관념을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이병헌이 열연한 [달콤한 인생]이다. 미래의 설레임과 걷잡을 수 없는 파멸이 공존하는 시간을 그려낸 좋은 영화였다. 이 영화에도 길지만 정성스런 리뷰를 달아놓았다. 관심있으신 분들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로미오 머스트 다이 - [할인행사]
안제이 바르코비악 감독, 이연걸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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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로 건너간 이연걸 영화 중에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가 아닐까 싶다.

줄거리는 사실 명확하게 잡히지는 않는데(세번째 본 지금도 그렇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거리를 차용한 것은 분명하다. 오클랜드 부두를 무대로 흑인 갱단인 오데이 가문과 중국 갱단 싱가문이 팽팽한 휴전상태를 유지하는 중에 싱의 아들 포가 죽고 곧이어 오데이의 아들이 살해된다. 싱의 또다른 아들이 한(이연걸)이고 오데이의 아름다운 딸이 트리샤(알리야)인데 둘 사이의 사랑이 처절한 갱단의 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이연걸 영화로 알고있다.

우선 매트릭스의 제작진과 특수효과 팀이 투입되었고 홍콩 영화와 헐리우드 영화의 혼합을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콩의 무술액션의 특성도 살리고 헐리우드 갱영화와 스릴러의 긴장감을 결합해서 상당히 참신하면서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었다.[더 원]같은 영화를 생각해 보면 이연걸의 액션을 마치 파워레인저처럼 찍었지만 이 영화는 나름대로 이연걸의 우아한 액션을 우려먹는다.

그런데 왠 스릴러냐구? 스릴러를 미스터리와 스릴(긴장)이 혼합된 것이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이 조건을 다 만족시킨다. 우선, 영화 전면으로 갱들의 전쟁이라는 무거운 긴장이 쫘악 깔린다. 그리고 폭력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또, 이연걸의 액션을 빼면 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는 트리샤의 오빠와 한의 동생 포를 과연 누가 왜 죽였을까 라는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결국 이연걸의 액션 + 사랑 + 갱영화 + 할리우드 스릴러가 이 영화이다.  

둘째,  흑인들의 율동과 비트를 유명한 여가수 알리야를 통해 혼합함으로써 또다른 재미를 준다. 생각해보라. 사십대인 중국인 액션배우 이연걸과 스물 한살의 흑인 힙합가수 알리야를 사랑하는 연인으로 만든 것이 얼마나 참신한 상업수완인지! 알리야는 열다섯에 데뷔앨범이 플래티넘을 기록한 이래 매년 음반챠트 1위를 쏟아낸 매력적이고 뛰어난 가수다. 미국의 보아라고나 할까?

 나이트 클럽에서 이연걸과 알리야가 춤을 추는 장면은 다소 딱딱한 이연걸과 싱그러운 알리야를 대비해서 잡아낸 멋진 장면이다. 여기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이런 거다. 무술 고수 이연걸의 타격기과 댄스 고수 알리야의 춤사위는 인간의 몸으로 빚어냈다는 면에서 동질적인 기교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 이연걸과 궁극의 무술을 겨루는 사람은 러셀 웡이 아니다.사실은 알리야이다. 그녀의 부드럽고 매력적인 춤사위는 이연걸의 발차기보다 낫다. 그녀의 교태스런 손짓과 부드러운 윙크는 이연걸의 거센 주먹보다 강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알리야는 이 영화를 찍은 다음해 뮤직비디오를 찍고 돌아오다가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요절하고 말았다. 어처구니 없게도 조종사는 마약을 한 것으로 판정이 되었다고 한다. 새삼 인생 무상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 영화에서 알리야는 이렇게 생동하고 있는 데 말이다.부가영상에 들어있는 알리야의 뮤직 비디오를 보니 조금은 애잔한 느낌조차 든다. 영화 제목은 [로미오 머스트 다이]지만 실제로는 줄리엣이 죽고 말았다.

뜬금없는 궁금증이지만 영화의 제목이 왜 '로미오 머스트 다이'일까? 뜻밖에 이런 것에 답하는 리뷰가 없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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