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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원 1집 -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신해원 연주 / 에그뮤직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1989년이면 이제 20년이 다 되어간다. 이병우의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이 축복처럼 발매되었다. 내 가슴 속에 친구처럼 비처럼 내리는 음악이 세상에 나왔다. 그럼에도 내 주변에서 이병우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적었다. 혼자 다음 앨범을 기다리며 듣고 또 들었다. 내 마음 속의 병우형은 음악감독이 되고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람이 되었지만 언젠가 그를 만난다면 1989년이후로는 당신은 언제나 내 삶 속에 있었다고 말하리라.
그리고 1996년 팻 메서니와 찰리 헤이든의 [Beyond Missoury Sky]가 발매되었다. 아마도 이 정도로 감동적인 앨범을 찾으라면 [Jazz Samba](스탄 게츠, 찰리 버드), [Concerto](짐 홀) 정도나 들을 수 있겠다. 어쿠스틱 기타와 베이스의 대화는 끝없는 심연으로 나를 이끌고 멍한 심정으로 또다시 듣게 되곤 했다. 나는 시네마 천국의 러브 테마를 가장 좋아한다. 그러나 내 주변에는 이 앨범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 앨범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최근 몇 년의 일이다.
그리고 올해! 나는 정말 가슴 찡한 두 장의 앨범을 만났다. 가야금 연주자 이슬기의 2집 [In the Green Cafe] 그리고 이 앨범 신해원 1집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푸르르고 아름다운 빛나는 음악! 이들에게 20대란 이토록 찬란한 것이다! 이들의 음악은 그야말로 충격과 경탄이었다. 그래도 굳이 가린다면 나는 신해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병우 형의 '사랑했지만'이나 '머플리와 난 하루종일 바닷가에서'를 떠올리게 하는 감성적인 기타가 더 가슴을 적시기 때문이다.
이슬기와 신해원을 떠올리면 한편 기분이 좋고 한편 조금은 울적한데, 어느새 이런 시절이 지나버렸다는 생각때문이다. 그리고 떠오르는 기억이 10년전 해질녁 보라매 공원의 호수 한켠 벤치에서 기타를 연주하곤 했던 추억이다. 별로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매주 한 번은 감행했던 나만의 콘서트였다. 연주가 마치면 날은 어두웠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무얼 해야 하는지 답답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때가 음악을 아름답게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외롭지만 그다지 외롭지도 않았다. 그때는 언제나 이병우형과 조동익형, 팻메서니와 짐 홀의 음악이 곁에 있었으니까! 물론 밤새워 치던 애인같은 낡은 기타도 옆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셈이다. 시간이 가면 자신의 운명이 자신의 길을 열어준다. 그리고 느껴지는 것이 이런거다. 언제나 좋은 시절이다.
그러니 외롭고 마음이 어두운 20대가 있다면 가장 먼저 이 음악을 권하고 싶다. 당신은 음악을 찬찬히 들을 수있는 좋은 시간에 있다. 그리고 지금조자 언젠가 추억이 될 때도 온다고 상투적이지만 진심어린 위로를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