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괴이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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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세상에 일어나는 사건은 어느 정도나 될까. 뉴스에 나오는 것도 있고 나오지 않는 것도 있겠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하는 뉴스를 보니 세상에 무서운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뉴스만 보면 사는 게 참 힘들 것 같다. 뉴스만 보는 사람 있을까. 다른 건 안 보고 뉴스만 보는 사람 있겠다. 난 텔레비전을 안 봐서 뉴스도 안 본다. 컴퓨터 쓸 때 가끔 인터넷 기사를 읽기도 한다. 요즘은 가짜도 많다고 하는데, 인터넷 기사는 어떨지. 어떤 건 기사로 써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터넷에는 더 많은 정보가 떠다니겠다. 그런 거 잘 가려 봐야 할 텐데.


 세상에 일어나는 사건 잘 모른다. 이 책 《십자가의 괴이》는 예전에 실제 일어난 일인가 보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사람(남자)은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아들한테 신장을 받고 신장 이식수술을 했는데, 아들은 죽고 그 사람은 살았다. 그런 일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지. 자신이 자기 손 발에 못을 박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여기 담긴 소설에서 그걸 재현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끔찍하다. 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십자가에 못 박았는지 생각하고 쓴 거겠다. 소설에서 혼자 그걸 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이 도와주기도 한다. 실제로는 어땠을지. 그건 알기 어렵겠다. 마지막에 실린 차무진 소설 <파츠>처럼 영상을 찍은 것도 아닐 테니. 영상을 찍는 건 더 끔찍하구나.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60년마다 나타나는 파츠가 예수처럼 죽어야 한다고 한다. 이건 소설 같은 거구나. 이게 소설이지만. 조영주 소설 <영감>은 무진 십자가 사건을 여러 소설가와 소설로 쓰기로 한 뒤, 소설을 쓰려는 작가 윤해환 이야기다. 이걸 보기 전에 조영주 소설 《쌈리의 뼈》를 봐선지, 그 소설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가 아니고 소설속에 소설이 담긴 게. 성별은 다르지만 이름은 같은 윤해환이 나온다. 조영주는 자기 소설에 윤해환이라는 이름을 여러 번 썼다. 앞으로도 쓸지도. 윤해환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낸 적도 있구나. <영감>에서 자신한테 들리는 소리를 녹음하는 것과 출판사 사람 A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거 보니, 미쓰다 신조 소설 《괴담 테이프》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것과는 달랐다.


 다음 이야기 <그날 밤 나는>(박상민)은 딸을 잃은 ‘나’가 어떤 사람들한테서 초대장을 받고 거기에 찾아가고 일어나는 일이다. 딸이 죽은 일, 예전에 인터넷 기사에서 본 것과 비슷했다. 죽은 사람은 20대 남성이다. 함께 있었던 사람도 있었다. ‘나’는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고 함께 있던 사람한테 죽임 당했다 여겼다. ‘나’는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서 억울함을 느꼈다. ‘나’한테 초대장을 보낸 사람들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었다. 사건인데 사고로 마무리한 거구나. 제대로 사건을 밝혀주지 않는다고 범죄를 저지르다니. 그건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들어 내는 거 아닐까. 소설에 나온 사람이 실제로는 없기를 바란다.


 전건우 소설 <도적들의 십자가>는 호러 같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을 때 예수 왼쪽과 오른쪽에는 도적이 십자가에 못 박혔을까. 그런 이야기를 J 작가가 쓰려고 하는 거다.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십자가의 길>(주원규)에서 규는 무진 십자가 사건처럼 죽으려고 했다. 규는 도움 받지 않고 혼자 죽으려고 했는데, 아홉살 아이 안이 도와준다. 아홉살 아이라니. 무서운 아홉살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됐구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김세화)에는 힘든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 사람들이 무진 십자가 사건처럼 죽으려 했다. 그렇게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면 예수가 된다고 믿은 건지. 그걸 부추긴 사람이 있기는 했다. 사이비 종교 주교 같은 사람이.


 십자가 하면 종교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다. 다른 건 생각하지 못할지. 종교는 사람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거여야 하는데, 사이비 종교 사람은 약한 사람 마음을 파고 들어 세뇌하는 것 같다. 마음이 힘들 때 종교에 기대도 괜찮겠지. 종교에 기댄다면 사이비는 아니길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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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7-29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스스한데요. 여름에 어울리는 소설이네요

희선 2025-08-02 01:59   좋아요 0 | URL
여름엔 시원함이 느껴지는 책을 보면 좋겠네요 눈이 내리거나 겨울이 배경인 이야기도 좋죠


희선

감은빛 2025-07-29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책이네요. 일단 보관함에 담아두고 가요.

희선 2025-08-02 02:04   좋아요 0 | URL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건 소설을 보고 알았네요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지...


희선

꼬마요정 2025-07-30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게 읽었어요. 실제 사건을 두고 작가님들이 펼치는 상상력이 정말 대단하더라구요.
마음이 힘들 때 종교에 기댄다면 정말 사이비는 아니길 바랍니다. 힘들어서 기대는데 더 힘들어지면 너무 슬프잖아요ㅠㅠ

희선 2025-08-02 02:05   좋아요 1 | URL
실제 일어난 일이어도 어떤 건 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일 많겠지요

종교에 기대는 게 안 좋은 건 아니지만, 별로 안 좋은 종교도 있군요 그런 사람은 마음이 힘든 사람을 잘 알아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
 




자신은 괜찮겠지 하지만,

누구한테나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


택배를 도둑맞는 일

지진 피해를 입는 일

물난리를 겪는 일

차 사고를 당하는 일

부모나 자신이 병에 걸리는 일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이런저런 일은

자신만 비껴가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 넘어가려고 해야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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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7-29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교통사고를 당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하루종일 누워만 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정말 실제로 일어난 일일까? 혹시 꿈이나 상상은 아닌가? 이런 일이 저에게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요. 의사가 죽었을 수도 있는데, 정말 운이 좋아서 살았다고 했을 때에도 현실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희선 2025-08-02 02:10   좋아요 0 | URL
사고로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못해서 힘들었겠습니다 그런 시간이 갔네요 그때는 시간이 잘 안 가고 앞으로 좋아질까 하는 생각 많이 했을 것 같습니다 죽고 사는 건 아주 조금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그런 큰 사고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딘가 아프다 해도 많이 아프지 않기를 바랍니다


희선

서니데이 2025-08-02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일은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러니 매일 별일없이 무사히 지내는 것을 감사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평소엔 생각하지 않고요.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좋은 일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희선님,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더운 날씨 건강 늘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5-08-03 16:20   좋아요 0 | URL
어떤 일이든 자신만 피해가지 않겠지요 그런 거 생각하면 사는 게 좀 걱정스럽고 무섭기도 하네요 별 일 없이 지내는 걸 고맙게 여겨야 할 텐데, 그럴 때는 그걸 잘 생각하지 못할 때도 많은 듯합니다

비가 또 많이 온다고 해서 걱정되는군요 비가 와서 조금 시원해지면 좋겠지만 습도가 높아서 더울 듯합니다 서니데이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地獄樂 1 (ジャンプコミックス) (コミック)
賀來 ゆうじ / 集英社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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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락 1(카쿠 유지), 숨은 바위마을 닌자로 사람을 죽이지 않고 평범하게 아내와 살고 싶은 가비마루. 가비마루는 바람을 이룰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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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리의 뼈 로컬은 재미있다
조영주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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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쌈리의 뼈》에서 쌈리가 정말 있나 했다. 쌈리는 평택 지명으로 집창촌이었다. 집창촌은 평택역 일대에 있었다. 미군 부대 때문에 생겨난 곳이었단다. 쌈리는 지난 2024년 재개발에 들어갔나 보다. 마지막 집창촌이었다고 한다. 역이라는 말을 보고 내가 사는 곳에도 역 가까운 곳에 그런 곳이 있었다는 게 생각났다. 내가 어릴 때로 자세히는 모른다. 분홍색 건물을 얼핏 본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사진으로 본 걸 거기에서 봤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여기에도 미군 부대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역이 다른 곳에 있다. 예전에 역이 있던 곳은 많이 달라졌다. 아파트가 많아졌구나. 예전에 쌈리였던 곳에도 아파트를 지을지.


 언젠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위안부였고 한국 전쟁 뒤에는 양공주가 됐다는 말 봤구나. 지금이라고 그런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 일본 소설에는 룸살롱이나 캬바쿠라나 풍속점 같은 게 나와서 거기에는 그런 게 있구나 하는데, 한국은 어떤지 잘 모른다. 한국에도 여전히 있겠지(룸살롱인가). 이 소설은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처음 나온 날짜는 2025년 10월 16일로 아직 오지 않은 날이구나. 마지막에는 2026년 4월 16일이다. 4월 16일이라니. 16일로 맞춘 걸까. 4월 16일은 잊지 못하는 날이어서 말이다. 이건 소설이다는 걸 나타내려고 날짜를 그렇게 한 걸지도 모르겠다.


 윤명자는 소설가로 2019년에 치매 판정을 받는다. 자신이 치매라 해도 소설을 쓰려고 했는데, 2020년에 코로나19로 바깥에 쉽게 나오지 못했다. 윤명자는 취재를 하고 소설을 썼는데, 치매 때문인지 마스크를 끼지 않고 밖에 나가려고 했다. 2020년에 코로나19로 세상이 무서워지기는 했다. 그게 지난 일이 되다니. 그런 날은 또 찾아올지도 모른다. 시간이 갈수록 윤명자 치매는 심해졌다. 윤명자는 딸인 윤해환한테 자신이 쓰던 소설을 이어서 써달라고 한다. 소설을 완성하고 싶다고. 윤해환은 윤명자가 쓴 메모와 글을 보고 소설을 쓰기는 한다.


 해환의 엄마 윤명자가 쓴 소설 제목은 이 소설 제목과 같은 ‘쌈리의 뼈’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윤명자를 맡은 편집자 이상모가 해환한테 연락한다. 이상모는 쌈리에 있는 해바라기집에서 갓난아이 뼈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상모와 해환은 함께 쌈리에 간다. 쌈리에 간 해환은 왜 자신이 거기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나 한다. 그곳에서 엄마가 쓴 핑크레이디와 핑크 양복을 입은 노인을 만나고, 엄마 소설에서 죽임 당하는 미니도 만난다. 미니는 이름을 물려받아서 여러 미니가 있었단다. 해환은 여러 사람을 만나고 소설로 쓸걸 떠올리고 소설을 쓴다.


 소설과 현실이 섞인다. 무엇이 소설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읽다 보면 조금 헷갈리기도 한다. 치매를 앓는 사람 머릿속 같은 느낌. 아니 그것과는 조금 다른가. 해환의 망상도 소설이 된다. 그건 정말 망상일지. 뭔가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참된 것에 다가갈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은 거짓을 참으로 만들기도 하던가. 해환이 생각하는 게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이런저런 게 겹쳐서 그렇게 된 건 아닐지. 해환은 엄마가 치매에 걸린 척하는 게 아닌가 하는데, 정말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그건 어떨지. 치매여도 모든 걸 다 잊지는 않겠다. 지금 일은 기억 못해도 옛날 일은 선명해진다고 하지 않나.


 이걸 한번 보고 어떻게 쓰지 하다가 한번 더 읽어봤다. 다시 보니 윤명자가 한 어떤 말은 치매 탓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명자는 정말 치매였을지. 앞에서 의심한 거 또 말했구나. 치매인 것 같지만, 가끔 정신이 돌아온 듯하다. 그럴 때도 아닌 척했나 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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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리의 뼈 로컬은 재미있다
조영주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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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윤명자는 정말 치매였을까, 치매여도 가끔 본래대로 돌아오기도 하겠지. 그럴 때 뭔가 생각났을지도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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