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 5 ~(メディアワ-クス文庫) (文庫)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 (文庫) 5
미카미 엔 지음 / アスキ-·メディアワ-クス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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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시오리코 씨와 인연이 이어질 때

미카미 엔

 

 

 

책을 다 보고도 깨닫지 못했다. 맨 앞에 나온 사람이 다른 사람인 것을. 앞과 뒤 날짜가 다르다는 것만 생각하고 잘못 쓴 거 아닌가 했다. 그 말 안 써서 다행이다. 앞에 나온 사람은 시오리코, 다이스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 그랬는데도 몰랐다니. 시오리코와 엄마 지에코가 만났을 때 한 이야기로 알 수 있었는데, 그때도 그냥 같은 달이구나 했다. 다시 생각하니 첫번째 이야기에도 나왔구나. 그런 걸 그냥 지나치다니. 내가 스스로 알지 못한 게 아쉽다. 지난 4권까지는 드라마로 보기도 해서 대충 알고 있었다.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이번 5권은 처음 보는 것이어서 내가 어느 정도나 알까 했다. 시오리코가 말하기 전에 안 건 조금뿐이다. 아주 모른 건 아니어서 다행인가. 눈치챘다고 해서 다행이고 몰랐다고 해서 안 좋을 건 없는데. 여기 나오는 일은 무서운 일은 아니니까. 이야기를 보면서 책에 이런저런 마음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첫권에서 시오리코는 사람 손에서 손으로 옮겨가는 책 자체에도 이야기가 있다는 말을 했다. 그때는 그런 이야기까지 알기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은 다는 아니어도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 책 벌써 다섯권이나 보았구나. 우리말로도 다섯권 다 나왔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말하는 게 조금 다르다. 이렇게 말하지만 확실하게 아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말하는 걸 내가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기도 해서. 하나 알고 싶은 건 사귀고 싶은 상대한테 어떻게 말하는가다. 그냥 ‘사귀자’ 할까. 일본말로 무언가를 부탁할 때 주의를 줄 때 말끝에 ‘주세요ください(ってください나 してください도 있다)’가 붙는다. 우리말로 ‘조심하세요’하는 것을 일본말로는 ‘조심해주세요気をつけてください’한다. 우리말로 옮길 때는 조심하세요 하지만, 직역을 하면 그렇다는 거다(주세요, 라고 해도 되는 말도 있다). 왜 이런 말이 나온 거지(잘 아는 것도 아닌데 썼다). 우리나라 사람도 사귀고 싶은 상대한테 ‘사귀어주세요’하고 말하는지 알고 싶어서구나. 다이스케는 지난번에 시오리코한테 좋아한다고 말하고 자신과 사귀어달라고 했다(사귀어달라고 한 것도 결국 사귀어주세요 한 것과 같구나). 내가 언젠가 시오리코가 자기 마음을 깨닫지 못했다고 했는데, 이번에 보고 그건 내가 잘못 생각한 거였다는 걸 알았다. 시오리코 행동으로 마음은 알았다. 그것을 시오리코 자신은 잘 모르는 게 아닐까 한 거다. 시오리코는 그 마음을 말로 할 수 없었던 거였다. 엄마 지에코처럼 자신도 다이스케를 내버려두고 어딘가에 가 버릴까봐. 시오리코는 지에코와 아주 많이 닮았다. 얼굴은 거의 같다고 한다. 엄마와 딸이 그렇게 닮을 수 있을까. 하나 다른 거 있다. 지에코는 혼자서도 사람을 잘 만나지만 시오리코는 다이스케와 함께여야 한다. 이것은 책과 관계있는 문제를 풀 때. 지에코는 시오리코가 자신과 함께 다니기를 바랐다. 지에코가 다이스케를 샘하고 미워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런 마음 조금 있을 거다. 그래도 지에코가 시오리코를 억지로 데려가는 일은 없을 듯하다.

 

혼자 떠나는 지에코가 조금 쓸쓸하게 보였다. 만약 지에코한테 쓸쓸하냐고 물어본다면, 그렇지 않다고 할 것 같다. 자신은 사람들과 살아가는 것보다 이 세상에 있는 지식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하겠다. 지에코는 꿈꾸는 사람이구나. 그렇기는 해도 순수하지만은 않다. 지에코 같은 사람이 형사를 하면 범인 잘 잡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만 보고도 지에코는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 아니까. 책을 보고도 잘 알았다. 아쉽게도 지에코는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주는 일에는 관심없다. 가끔 변덕으로 누군가를 도와준 적은 있지만. 책등빼기 시다가 그런 사람 가운데 한사람이다. 지에코는 시오리코와 만나는 조건으로 책과 관계있는 문제를 풀라고 한다. 이것은 마지막 이야기다. 집안에서 문제만 일으킨 셋째한테 큰형이 죽기 한주쯤 전에 전화해서 데라야마 슈지의 《나에게 오월을》 초판본을 주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가도노 스미오는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비블리아 고서당에 찾아왔다. 지에코가 아는 사람으로 가도노 스미오는 몇해전에 비블리아 고서당에 안 좋은 일을 했다. 자신은 좋은 뜻으로 한 일이지만, 그게 나쁜 짓이면 안 되겠지. 스미오가 자주 거짓말을 해서 이번에도 거짓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시오리코는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스미오 큰형 집에 찾아간다.

 

앞에서 두 사람 시오리코와 지에코가 만났다고 말했구나. 시오리코가 문제를 풀었는데 조금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모든 게 좋은 쪽으로 끝나지 않을 거다. 부모와 자식은 그렇게 된다 해도 형제는 그게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스미오는 이제 조금 철든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를 닮은 사람이기 때문에 쉽게 책을 준 건지도. 지에코가 오래전에 오해를 풀게 해줬다면 지금은 달랐을까. 그것은 알 수 없다. 자신이 잘못한 일을 사과하고 싶어도 못하면 아쉽겠지. 상대가 사과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해도. 늦지 않게 마음을 알게 된 일도 있다. 시오리코 친구 다키노 류가 소개한 사람 일이다. 이제까지 다키노 류는 이름만 나왔는데 이번에는 실제 나왔다. 많지는 않아도 시오리코한테 친구가 한사람 있었다. 가까이에 살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친구가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은 거다. 류가 소개한 사람은 고등학교 동아리 후배로 집에서 책이 몇권 사라졌다고 했다. 데즈카 오사무의 《블랙잭》으로 책을 가져간 사람은 남동생이었다. 아버지는 지금 집에 없는데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책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 책 때문에 아버지와 남동생 사이가 더 나빠지면 안 되니까. 엄마는 다섯해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다가 책방에 들러서 데즈카 오사무 《블랙잭》 4권 초판본을 샀다. 아들은 어릴 때여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조금 큰 지금은 아버지가 엄마보다 아주 낡은 그 책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책을 가지고 간 거다.

 

데즈카 오사무 이야기도 나와서 재미있다. 이 사람 잘 모르지만 ‘우주소년 아톰’은 안다. 《블랙잭》은 의학이 나오는데 거기에 틀린 것도 있었다고 한다. 데즈카 오사무는 의사 면허가 있지만 환자를 본 적은 없다. 책을 보고 공부하면서 만화를 그렸다. ‘블랙잭’ 처음에는 5화까지 하려고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늘어났다고 한다. 그때 데즈카 오사무가 좀 힘들었는데 ‘블랙잭’ 이 잘되어서 힘을 냈다. 데즈카 오사무는 연재한 것을 책으로 낼 때 많이 고쳤다. 여러 판으로 나온 ‘블랙잭’ 은 차례와 내용이 조금씩 달랐다. 4권에는 처음 나올 때는 들어간 이야기가 나중에는 빠졌다. 초판본에는 그 이야기가 실렸다. 데즈카 오사무를 얼마나 좋아하면 그렇게까지 찾아서 볼까 했다. 아버지가 《블랙잭》을 두권씩 갖고 있는 데는 다른 까닭도 있었다. 그런 것을 아이들한테 말해주지 않다니, 말해주었다면 아들이 잘못 생각하지 않았을 텐데. 그런 이야기 쉽게 꺼내기 어렵겠지. 잘 모를 말을 늘어놓았다. 하나만 말할까 한다. 아버지와 엄마는 데즈카 오사무 만화 때문에 만났다. 그 가운데서도 ‘블랙잭’을 많이 좋아했다고 해야겠다. 앞으로 그 아버지와 아들은 사이가 좀 나아질까.

 

처음 이야기를 보면서 또 생각했다. 뭐냐 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책으로는 나를 다 알 수 없겠다는(이 말 얼마전에도 했구나). 나는 책에 아무 표시도 하지 않는다. 내가 읽은 책 목록이나 이렇게 쓴 글을 보면 조금은 알겠구나. 어떤 거 하나만 집중해서 보는 게 아니고, 그때그때 보고 싶은 책(주로 소설)을 본다는 거, 그 안에서도 일본소설이 많다는 거. 사실 그것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거지만. 책 안에 누군가한테 할 말을 남기는 거 재미있게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아쉽겠다는 생각도 든다. 젊은 사람한테나 시간이 많을까. 나이를 먹은 사람은 앞으로 살아갈 얼마 안 되는 날을 소중하게 여기면 괜찮지 않을까. 어떤 결론이 나온 건 아니다. 앞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예전에도 한 말인데, 어떤 사람은 누구한테나 앞날이 있다고 했다. 하루를 살더라도 마음 따듯하게 사는 게 더 좋다고 본다(다른 사람한테는 말해도 나는 못하는 거구나).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건 아니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살아있을 때 마음을 알고 전하는 게 낫다고 본다. 이것은 책속에 나오는 사람한테 하는 말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도 그러는 게 좋겠다.

 

다이스케가 사귀어달라고 한 말에 시오리코는 엄마를 만나고 와서 대답한다. 뭐라고 대답했는지 말 안 하겠다. 제목에 썼으니까(우리나라하고는 좀 다르지만). 다이스케는 시오리코가 좋아할 만한 말을 했다. 그것은 ‘시오리코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자신도 같이 가면 된다’ 다. 시오리코와 사이스케가 만난 걸 아버지도 기뻐할 것 같다. 이번에 좋은 일만 있지 않았다. 앞에도 그 이름이 몇번 나왔는데 마지막에 또 나왔다. 그 사람하고 일은 다 끝난 게 아니었구나. 전에도 그런 느낌이 들기는 했다. 좋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만년》을 쓴 다자이 오사무 때문에 데즈카 성을 처음에는 다자이라고 썼다. 바로 알고 고쳤다.

 

 

 

희선

 

 

 

 

☆―

 

“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만약 이 세상에 현실만 있고 이야기가 없다면 우리 삶은 아주 팍팍할 겁니다. 우리는 현실을 더 좋게 하기 위해 이야기를 읽습니다. 분명 당신 아버님도 그러셨을 거예요.”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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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랜드 이모탈 시리즈 3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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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버

나한테는 너뿐이야

너는

나로 괜찮아

 

 

 

지난번에 이 시리즈(Immortals Series) 두번째를 보고 기회가 되면 다음 것을 보겠다고 했는데 기회가 왔습니다. 두번째 《블루 문》 보고 한해쯤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생각나는 게 별로 없었어요. 데이먼이 죽지 않는 사람으로 육백년 동안 살았고, 좋아하는 에버를 사백년 동안 찾아다녔다는 것밖에는. 지난번에 나온 이야기가 이번에 조금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거 보니 조금 생각났습니다. 데이먼은 오래전에 집안 사람들이 모두 죽임 당했습니다. 연금술사 집안이었던가 봅니다. 부모가 죽임 당하는 걸 데이먼이 보았어요. 데이먼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엘릭서’라는 걸 만들었는데 그것을 마시고 죽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다른 몇 사람도. 데이먼이 육백년 살았는데 사백년 동안 에버를 찾아다녔다고 하니 시간이 안 맞지요. 이백년 동안은 다른 사람과 결혼했습니다. 드리나가 나오는 것은 첫번째 《에버 모어》예요. 데이먼이 에버와 잘되지 못하게 줄곧 드리나가 에버를 먼저 찾아내서 죽였습니다. 드리나의 집념 대단하지요. 예전에는 그런 사람 나쁘구나 했을 텐데 지금은 안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리나는 데이먼을 좋아한 것뿐인데 나쁜 사람처럼 보이고 말았으니까요. 드리나는 첫번째에서 죽었습니다. 죽지 않는 사람도 죽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 에버와 데이먼은 서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차 사고가 나서 죽어가는 에버를 데이먼이 살렸어요(에버도 죽지 않는 사람이 되었지요). 그때 바로 좋아한 건 아니고 에버가 데이먼을 좋아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번에는 다른 사람 로만이 나타났습니다. 로만도 죽지 않는 사람으로 드리나를 좋아했어요. 엇갈린 마음이라니. 로만이 드리나를 좋아하는 것과 드리나가 데이먼을 좋아하는 것은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두번째에서는 에버 학교 아이들과 데이먼이 로만한테 조종당했습니다. 데이먼이 죽어가는 모습을 본 에버는 데이먼을 구하기 위해 애씁니다. 죽지 않는 사람은 죽지 않기도 하고 거기에 초능력도 있습니다. 물건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없애기도 하고, 잘 조절하면 앞날도 볼 수 있습니다. 데이먼은 로만이 먹인 것 때문에 보통 사람이 되어 죽어가고 있었어요. 에버가 해독제를 만들어서 데이먼을 살렸지만 로만 말에 속아서 에버 피를 거기에 넣었습니다. 그 일이 어떤 일이 일어나게 했느냐 하면 두 사람이 가까이 있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 말 조금 이상하군요. 이런 말이 있더군요. 데이먼과 에버가 DNA를 나누면 데이먼은 죽는다고. 손을 잡아서 땀이 나도 그런가봐요. 에버는 데이먼한테 닿을 수 없는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었느냐 하면 그러지 않았습니다. 데이먼이 장갑을 끼고 에버 손을 잡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러서는 데이먼이 자기 몸에 얇은 막을 둘렀습니다. 데이먼은 겉모습은 고등학생으로 보여도 실제 살아온 시간은 육백년이에요. 그래선지 조금 느긋했어요. 하지만 에버는 열일곱(열여섯인가)이에요. 이 나이 모습으로 죽지 않게 되었습니다. 에버는 시간을 기다리기보다 빨리 치료제를 찾고 싶어했어요. 데이먼이 로만을 만나지 마라 했는데 찾아갔습니다.

 

에버가 데이먼을 살릴 때 서머랜드와 이 세상에서 쌍둥이가 도와주었는데, 이 쌍둥이는 서머랜드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서머랜드는 죽은 사람이 가는 곳인 듯합니다(이 세상과 저세상 중간인지도 모르겠네요). 쌍둥이는 죽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오래 살아서 늙지 않았습니다. 에버는 쌍둥이를 데이먼한테 맡겨요. 데이먼과 쌍둥이가 알고 있고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에버는 조금 샘 내기도, 그러면서 자신은 일하기로 한 책방에서 만난 주드를 보고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어요. 데이먼은 에버한테 주드가 누군지 알려줍니다.  어쩌면 데이먼은 주드를 처음 봤을 때 바로 안 건지도. 주드는 전생에서 에버가 데이먼을 만나기 전에 좋아한 사람이에요. 데이먼은 지금까지 자신이 에버 삶에 끼어들어 에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했다면서 이번에는 에버가 결정하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에버가 친구 헤이븐 고양이를 살리려고 했을 때도 데이먼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데이먼과 에버한테도 해당하는 말이었군요. 에버는 주드를 보면 마음이 이상해지기는 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건 데이먼이라 생각합니다. 한동안 데이먼을 만나지 못해서 아쉬워해요. 에버는 주드의 책방에서 찾은 <어둠의 경전>으로 주문을 거는데 그게 잘한 게 아니었어요. 주문을 걸 때는 보름달이 떠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거든요. 에버는 무슨 일이 생길까 하고 별로 걱정 안 하고 로만이 치료제를 건네줄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더 큰일이 일어났습니다. 에버 친구 헤이븐이 죽어갔습니다. 그것은 로만이 꾸민 일입니다. 로만은 에버가 헤이븐을 그냥 내버려두면 해독제를 치료가는 치료제를 주겠다고 해요. 에버가 그 말에 따를 수 있을까요, 아무리 데이먼을 좋아한다 해도. 데이먼은 헤이븐을 보내주어야 한다고 했지만 에버는 헤이븐을 살립니다.

 

어쩐지 해결되는 일 없이 여러가지 일만 늘어난 듯합니다. 데이먼 치료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있었지만 아직이군요. 서머랜드에 돌아가지 못한 쌍둥이. 저는 저번에 로만이 어디론가 사라진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군요. 에버와 데이먼 둘레에서 무엇인가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로만이 죽지 않는 사람을 몇 사람 늘렸습니다. 이제는 에버 친구 헤이븐까지 그렇게 되었군요. 헤이븐은 아직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모릅니다. 다음 편에 어떤 마음일지 알 수 있겠네요. 에버가 전생에서 데이먼을 만나기 전에 좋아한 주드 문제도 깨끗하게 해결된 건 아닌 듯합니다. 에버는 데이먼만이 자신의 사랑이라 생각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면 시련을 이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고 하더군요. 데이먼은 그런 모습이 조금 보입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는 좀 다르게 살려고 했어요. 에버는 죽지 않는다 해도 아직 열일곱이니 이 나이에 맞게 행동했습니다. 겉모습이 열일곱이라도 오래 살다보면 마음이 자라겠지요. 에버한테는 그런 시간이 있어야 할 듯합니다. 두 사람은 죽지 않는 사람입니다. 서로만을 보고 살려면 단단하게 둘을 이어주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시련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시련이 두 사람을 단단하게 이어주고 자라게 해주겠지요.

 

 

 

데이먼

너만이 내 소울메이트야

 

 

 

*미처하지못한말

 

제목 ‘섀도우 랜드’는 죽지 않는 사람이 죽으면 가는 곳으로 그곳은 춥고 쓸쓸한 곳입니다. 아무리 죽지 않는 사람이라도 죽을 수 있다고 했지요. 드리나는 죽었으니까요. 데이먼은 에버가 그곳에 가게 만든 건 자신이라면서 어떻게 하면 에버가 섀도우 랜드에 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찾아보려 합니다. 아직 확실한 방법은 모르고 부적만 에버한테 만들어주었어요. 죽지 않고 산다 해도 지금 바로 무엇인가를 못하면 조급해지는가 봅니다. 에버 말이에요. 데이먼 치료제 천천히 찾아도 괜찮을 텐데. 죽지 않는 사람이 놓아야 하는 건 먹는 즐거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뱀파이어도 다른 것보다 사람 피만 먹지요. 여기에서도 빨간 주스처럼 보이는 엘릭서를 마십니다. 음식 자체가 사람한테 독이 될 수 있기도 하지요. 먹는 것만 빼고 다른 건 보통 사람과 비슷하다니 재미있기도 하네요. 죽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지만 오래 살면 지루할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혼자면 쓸쓸하겠지요. 전에도 한 생각인데 제가 더 걱정이 됩니다. 둘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갈까 하는. 그렇게 되겠지요. 에버와 데이먼은 살아가는 즐거움도 찾을 겁니다.

 

이모탈 시리즈 여섯권 나왔는데 그걸로 끝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보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보고 싶기도 하네요. 생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잖아요.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야겠습니다.

 

 

 

+

어제(10, 8) 개기 월식이 일어난다는 말을 라디오 방송에서 듣고 몇 번이나 밖에 나가서 달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생각한 곳에 달이 없어서 달 안 보이네 했습니다. 한달 전보다 더 동쪽에 달이 있었습니다. 지구 그림자에 가려 작아져가는 달을 보니 신기하더군요. 그 모습을 쭉 보신 분도 있을까요. 저는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린 모습, 다시 나오는 모습만 조금 봤습니다. 불빛 하나없는 아주 옛날에는 그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무척 놀랐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선

 

 

 

 

☆―

 

“(……) 네가 서클을 깨고 들어와 내게 해독제를 먹이기 전까지 그 짧은 순간, 너도 알다시피 난 죽어가고 있었어. 그때 눈앞에 내 온 생애가 빠르게 펼쳐졌어. 지난 육백여 년 동안 무절제한 허영과 자기도취, 이기심, 그리고 탐욕의 시간들이 말이야. 내 모든 행동과 내가 저지른 잘못들, 그러니까 내가 잘못해서 남들한테 끼친 정신, 몸의 해까지, 끝도 없는 필름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어. 물론 몇 가지 칭찬받을 만한 행동도 사이사이 있긴 했지만, 몇 세기 동안 거의 나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했고, 남들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었어. 오로지 내 영혼에 해만 끼치는 물질 세계에만 관심을 쏟았던 거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은 바로 그 내 업 때문이야. 내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건 분명해.”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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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4 ~?子さんと二つの顔~ (メディアワ-クス文庫) (文庫)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 (文庫) 4
미카미 엔 지음 / アスキ-·メディアワ-クス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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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시오리코 씨와 두 얼굴

미카미 엔

 

 

 

만화 마징가 Z에는 다르게 생긴 얼굴 반반이 얼굴 하나인 사람이 나온다. 반은 여자, 반은 남자다. 이름이 아수라 백작이던가. 사실 어렸을 때 이 만화를 본 것 같기는 한데 어땠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두 얼굴 하니 생각이 났을 뿐이다. 이 책에 나온 것과는 조금 다른 거지만. 아수라 백작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몇 해 전에 알았다. 여자와 남자를 반씩 합쳐서 만든 괴물이었다. 괴물이라고 하다니. 누가 그렇게 하기로 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살아나면 좋을까. 만화니까 깨끗하게 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런 일이 있다면 좀 끔찍해 보일 것 같다. 어떤 만화에서는 두 사람이 다쳤는데 한 사람은 몸이 다 죽고 한 사람은 뇌가 죽어서 몸을 살릴 수 없는 쪽 뇌를 뇌가 죽은 쪽에 이식했다. 뇌가 모두 죽은 건 아니고 반이 죽었던가. 지금 뇌이식은 할 수 없다. 어쩌면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어떤 박사 뇌만 살려둔 것도 있었다. 몸은 없고 뇌만 살아있다니, 그것을 사람이라 할 수 있을지. 만화여서 그런 것을 생각하고 그릴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 만화만 그런 건 아니다. 소설도 그렇게 쓸 수 있다. 에도가와 란포 소설은 어떨까. 아쉽게도 에도가와 란포 소설은 아직 한권도 못 보았다. 지금 생각하니 여기에 나온 책 가운데서 본 게 하나도 없다. 나쓰메 소세키 책은 조금 보았다.

 

이번에는 어떻게 시작할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게 있는데 그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책을 봐온 시간이다. 책을 꾸준히 봐온 건 십년이 조금 넘었다(몇 권이나 봤는지 말 안 하는 게 낫겠다.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데 아는 게 별로 없다. 어떤 책을 봤느냐에 따라 다를 텐데. 오래전부터 소설(동화)을 보았고 지금도 소설을 더 본다. 소설을 오래 봤으니 소설을 잘 알아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 내가 제대로 못 봐서 그런 거겠지. 책을 어떻게 보면 잘 보는 걸까. 한번 보고 재미있다 재미없다 생각할 게 아니고 여러가지를 생각해야 할까. 여러가지는 어떤 거. 시오리코는 어떻게 그렇게 책을 잘 알까. 시오리코 엄마 지에코가 가르쳐준 거라고 하는데, 지에코는 그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시오리코, 지에코가 아는 건 책을 읽기만 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걸 알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무엇인가 하나를 잘 아는 건 대단한 일이다. 나는 잘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지에코는 십년 전에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집을 나갔다. 지에코가 시오리코한테 책을 가르쳐준 건 십년 전까지라는 거다. 십년 동안은 혼자 여러가지를 알아보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도 참 대단하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나는 십년 동안 뭘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책은 내용도 다 잊어버렸으니까. 혹시 시오리코는 한번 안 건 거의 잊어버리지 않는 건 아닐까. 시오리코는 제목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책 상태와 판형 책 두께만 보고 그게 무슨 책인지 알아맞혔다. 나중에 지에코는 책도 안 보고 말만 듣고 알아맞히고 그것과 비슷한 게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이구나.

 

지난번에 시오리코와 아야카가 솔직하게 말할 때가 올까 했는데 아야카는 시오리코한테 시오리코가 찾는 《크라크라 일기》를 건네주었다(지에코가 남겨준 책). 거기에 적힌 메일주소로 메일을 보냈지만 연락은 없었다. 아야카는 지에코가 자기한테는 왜 책을 남겨주지 않았을까 아쉬워했다. 지에코는 아야카한테도 책을 남겨두었다. 그것은 시오리코가 가지고 있었다. 이것을 알게 된 건 지에코가 집에 왔을 때다. 아야카는 자신이 책을 잘 읽지 않아서 엄마가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았나 했다. 지에코는 평범한 엄마는 아니다. 십년 전에 아야카가 어리지 않았다면 지에코는 시오리코를 데리고 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시오리코는 지에코를 덜 원망했을까. 아야카는 십년 만에 엄마를 만나고 자기한테도 남겨준 책이 있다는 걸 알고 기뻐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만 있는 건 아니었다. 아야카는 아야카 나름대로 생각했다. 지에코가 쭉 연락하지 않고 얼굴도 보여주지 않으면 자신은 엄마 생각을 덜 하게 돼서 다시는 집에 오지 못하게 할거라고. 지에코가 더 늦게 나타났다면 아야카는 지에코를 만나지 않았을 거다. 아야카는 지에코한테 이제 엄마가 없어도 살 수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십년 만에 잠깐 엄마를 만나고 그렇게 말하다니, 아야카가 꽤 어른스러워 보였다. 엄마가 없어서 빨리 어른스러워진 건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잠깐 에도가와 란포를 말했는데 이번에는 에도가와 란포 특집 같은 느낌이다. 에도가와 란포 진짜 이름은 히라이 타로다. 에드거 앨런 포에서 가져온 이름이 에도가와 란포다. 란포가 추리소설을 썼는데 거기에는 환상도 있다고 한다. 란포를 아주 좋아해서 책과 잡지를 모아둔 집에 시오리코와 다이스케가 찾아간다. 처음에 일을 부탁하려고 한 사람은 시노카와 지에코였다. 문제를 풀어주면 그곳에 있는 책을 모두 비블리아 고성당에 팔겠다고 했다. 문제란 그 집에 있는 금고를 여는 거다. 금고 안에는 에도가와 란포와 관계있는 물건이 있다고 했다. 본래 그 집은 별장으로 에도가와 란포 책을 놔두려고 산 거였다. 집주인은 가야마 아키라로 교육과 관계있는 일을 했고 한해 전에 죽었다. 그 집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애인 기시로 게이코였다. 책 속에 나온 때는 2011년이다. 2011년에 일본에는 큰지진이 일어나고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있었다. 게이코는 그런 일이 일어나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가야마가 죽고 한해가 지나서 금고를 열려고 한 까닭이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것하고는 다르고 사람이 죽으면 아무 소용없는데 왜 작은 일에 마음을 쓰고 우울해하나, 그런 생각이다. 기시로 게이코가 지에코가 아닌 시오리코한테 일을 맡기기로 한 건 시오리코가 에도가와 란포 책 제목을 맞혀서다.

 

금고를 열기 위해서는 열쇠가 있어야 했다. 다음에는 암호문자. 열쇠를 찾으면서 알게 되는 사람은 가야마 아키라다.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집과 바깥에서 그리고 만나는 사람에 따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다. 그래도 아주 다르게 보지 않는다. 집안 사람이 말하는 가야마는 엄한 사람으로 에도가와 란포 소설은 읽지 않았다. 기시로 게이코가 말하는 가야마는 책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밝고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가야마 아키라한테는 아들과 딸이 있었다. 아들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준 에도가와 란포 소설 ‘소년탐정단’을 즐겨보았다. 딸도 그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딸 나오미는 아버지를 차가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시오리코가 나오미한테 아버지가 딸을 생각했다는 걸 알게 해준다. 가야마 서재 소파에 장치를 해서 ‘소년탐정단’ 책을 놔둔 건 나오미를 위해서였다고. 가야마는 그런 장난을 즐겼다. 에도가와 란포 소설에는 《스무개 얼굴을 가진 수상한 사람(괴도 20가면)》이 있다. 가야마는 소설에 나오는 사람처럼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걸 즐긴 거다. 얼마나 소설을 좋아하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일본에는 만화에 나오는 사람과 똑같이 꾸미는(코스프레) 일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이것과는 좀 다를까. 가야마가 말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했다. 시오리코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오미는 영영 아버지 마음을 몰랐을 거다. 가야마처럼 자기 마음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사람이 한사람 더 있었다. 나오미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히토리책방 주인 이노우에다. 이 이노우에는 지에코 때문에 시오리코까지 싫어했는데 이번 일로 지에코와 시오리코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

 

열쇠를 찾은 시오리코와 다이스케 앞에 나타난 지에코는 자신이라면 반나절 만에 암호문자를 풀 수 있다고 했다. 시오리코한테 빨리 금고를 열게 하려는 것인지, 정말 자신이 금고를 열어서 그 안에 있는 걸 보려는 건지. 결국 시오리코가 암호문자를 알아내서 금고를 열었다. 그걸로 끝났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또 다른 게 밝혀진다. 가야마 아키라는 애인 기시로 게이코를 위해 금고를 남겨둔 거였다. 아내와 자식한테는 차가운 얼굴을 보여주고 애인한테는 밝고 장난을 좋아하는 얼굴을 보여주다니, 꼭 그래야 했을까. 그렇게 한 건 정말 체면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있었겠지만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즐긴 건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별난 사람이 많으니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그렇게 이상하지 않을지도. 지에코도 별난 사람이다. 책을 찾으려고 집을 나갔다고 하니 말이다. 어떤 책을 찾으려고 하는 걸까. 그것도 어떻게 보면 꿈일지도 모르겠다. 식구들한테 아무 말도 없이 나간 게 문제구나. 아니 남편, 시오리코 아버지하고는 연락을 했다고 한다. 엄마가 왜 집을 나갔는지 아이들한테 말해주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지에코는 시오리코한테 자신과 함께 가자고 한다. 시오리코가 자신과 비슷해서 같이 갈거라 생각했을까. 시오리코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관심을 갖고 볼 만한 건 시오리코와 다이스케다. 드디어 다이스케가 조금 밀어붙였다. 데이트를 하자고.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서 조금씩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재미있다. 시오리코와 다이스케가 그렇다. 아직 시오리코는 다이스케한테만 편하게 말하지만(책 이야기는 누구한테든 잘한다). 아니 지금까지 하지 않던 일을 하게 되었다. 책에 얽힌 수수께끼를 푸는 거다. 다이스케는 체질 때문에 책을 거의 읽지 못했는데, 지금은 조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에도가와 란포 단편 세편을 한번에 읽었다. 다음권에서는 좀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나중에 이 책에 나온 책을 본다면 이책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희선

 

 

 

 

 

 

 

일본에서 4권이 나왔을 때 어느 책방 한곳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두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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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있다

 

  그 무렵 누군가   あの頃の誰か (2011)

  히가시노 게이고   이혁재 옮김

  재인  2014년 04월 30일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산다. 모두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갈까. 열심히 살아서 꿈을 이루고 자신이 바라는 성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돈이 좀 있는 사람 덕을 보려는 사람도 있다.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사람도 있겠지. 그런 마음이 때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남을 속이고 죽이기까지 하면 그 뒤에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도 나와 다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본래 성격과 다른 자신을 연기해서 자신이 저지른 죄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꾸미고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보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거다. 세상은 어떻게 보면 무섭다. 그렇다고 그런 것만 보고 살아가기 어려울 거다. 믿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마음 한쪽에 의심이 싹튼다고 해도 말이다.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일일까. 보이는 것을 못 본 척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세상에 나쁜 사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한순간 그렇게 되는 것일지도.

 

아버지 재산이 많으면 자식과 친척은 그 재산에 욕심을 낸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닐 텐데 이런 소설에는 그런 사람이 자주 나온다. 유언장에 써서 그런 건지도. 아버지가 쓴 다른 유언장이 사라졌다.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 사람 딸이 나타나서 아버지는 유언장을 다시 썼다. 그 유언장을 찾으려는 사람과 찾지 않으려는 사람. 그 안에 자신한테 좋게 적혀 있으면 세상에 알리겠지만 반대로 안 좋으면 없애려고 할 거다. 그러니 누구보다 먼저 유언장을 찾아야 한다. 찾은 유언장에는 두 자식한테 줄 돈을 한사람한테 주라고 쓰여 있었다. 아버지는 정말 그런 유언장을 남겼을까. 또 다른 수수께끼가 나타났다. 그것은 쉽게 풀린다. 완벽하게 모두를 속였다고 생각했겠지만 나쁜 것은 들키고 만다. 돈이 사람 마음을 갖고 노는 듯하다. 나쁜 것은 돈일까. 다른 사람 말에 넘어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사람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평상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못하는구나. 실수였다 해도 깨끗하게 자기 죄를 인정하지 않으려고도 한다. 그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오랫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아서 양자를 들이기로 하고 그 아기를 만난 날 남자는 엄청난 일을 알게 된다. 좀더 자기 지위를 높이기 위해 조건이 좋은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저지른 죄. 죄를 짓고도 잘 살아가던 날 그게 자신한테 돌아왔다. 아니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처럼 그 일에 두려움을 느끼고 거기에서 달아났다. 이것은 죄를 뉘우쳤다기보다 자신이 한 일이 드러날까봐 겁을 먹은 것뿐이다. 오래전에 죄를 짓지 말지 불쌍하구나. 왜 사귀는 사람 결혼하는 사람 따로 생각할까. 두 사람 다 그렇게 생각하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 비행기 사고로 아내 영혼이 딸 몸에 들어간다. 이것은 장편 《비밀》이 나오게 한 이야기다. 장편이 아닌 단편이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게 나오지 않는다. 그랬을 거다 생각해야 하는 거구나. 남편은 딸 몸에 아내 영혼이 들어와서 그것을 딸로 봐야 할지 아내로 봐야 할지 혼란스러워했다. 장편에서 그랬다는 거다. 여기에서도 그런 마음이었겠지. 아내는 정말 딸을 위해서 산 걸까. 사람은 영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아내 마음에는 다시 산다는 것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니. 딸 대신 자신이 살아서 마음 아팠을 텐데. 이렇게 생각하면 딸을 위해 살았다고 할 수도 있겠구나.

 

아무리 명탐정이라 해도 나이를 먹으면 일을 그만둬야 하는 건지. 세상이 예전과 다르게 바뀐 게 더 크게 움직였다. 탐정보다 과학이 다 알아내주었다. 그런데 탐정이 쓰려는 수기 때문에 안 좋은 사람이 있었다. 오래전에 일어난 살인사건 때문에 힘들었는데 탐정이 수기를 쓰면 그 일이 다시 이야깃거리가 될 게 뻔했다. 탐정을 속일 수밖에 없었다. 오래전 탐정이 푼 사건이 정말 옳았는지. 탐정은 그 일 때문에 수기를 쓰지 못했다. 나이를 먹고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해결한 일이라 해도 그냥 놔두는 게 나을 듯싶다. 글로 써서 남기는 건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 죄를 지었을 때 자신이 형벌을 골라야 했다. 하나는 호랑이, 하나는 여자였다. 여기에 하나가 더해졌다. 죄를 지은 사람이 고른 문 뒤에 있는 것은 여자였다. 그 사람은 여자와 결혼하고 살았다. 그런데 여자는 술꾼이었다. 그런 여자라 해도 헤어질 수 없었다. 그게 바로 벌이니까. 그 사람은 자신이 고른 게 여자도 호랑이도 아닌 다른 거였나 했다. 예쁘지 않아도 여자여서 처음에는 좋았겠지만 살아보니 그게 더 끔찍한 일이었다. 죄를 지으면 그에 맞는 벌을 받는다, 일까.

 

자고 싶고 죽고 싶지 않지만, 자면 죽는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른 사람 죄를 뒤집어쓰고 죽는다면 억울하겠다.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났다면 좋을 테지만 어쩐지 어려워보인다. 세상에는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잔인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런 사람 눈에 띄지 않고 걸려들지 않는 거다. 자신이 정직하게 살아도 안 좋은 일은 일어날 수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왜 21세기에 잭인가

 

  살인마 잭의 고백   切り裂きジャックの告白 (2013)

  나카야마 시치리   복창교 옮김

  오후세시  2014년 03월 06일

 

 

 

 

 

 

 

 

 

 

 

1888년 런던에서 8월 31부터 11월 9일까지 두달 동안 ‘적어도’ 매춘부 다섯이 죽임을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장소는 이스트 엔드 화이트 채플 지역. 피해자 모두가 예리한 날붙이로 목을 베인 뒤에 장기를 빼앗김으로 그때 런던 시내를 두려움으로 몰아넣었다(‘적어도’ 라고 한 것은 그 피해자가 좀 더 많았다는 설이 있기는 하나 수법 차이로 동일범 짓이라고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50쪽)

 

 

잭은 19세기 런던을 두려움에 몰아넣은 살인마다. 끝내 잭은 잡히지 않았다. 지금은 21세기니 잭은 오래전에 죽었겠지. 이 잭 이야기는 여러가지로 나왔다. 소설, 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 예전에 본 만화속에서 잭을 모티프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거기에서는 다 만들었을까(그 만화는 보다 말았다). 잭이 무서운 건 사람을 죽이고 장기를 빼가기 때문일 거다. 오래전에 잭은 그 장기를 먹었다는 말도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정말 그랬을까.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니 참모습은 알 수 없겠다. 이 책 제목 ‘살인마 잭의 고백’에 나온 잭은 바로 그 잭이다. 공원에서 발견된 여자 시체에는 장기가 없었다. 장기를 꺼낸 솜씨가 좋았다. 경찰은 범인이 의료 관계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해부학을 잘 아는 사람 현역 의사, 의대생, 정육업자……. 얼마 뒤 방송국과 신문사에 범행 성명이 온다. 그것을 보낸 사람은 자신을 잭이라고 했다. 그런 일이 진짜 일어나면 무섭겠다. 책이니까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긴 하다.

 

첫번째 피해자를 검시한 사람은 범인한테서 아무런 망설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어쩌면 같은 일이 또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그렇다, 그 말은 맞았다. 그 뒤에 두 사람이 더 잭한테 죽임 당하고 장기까지 빼앗겼다. 잭이 사람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반드시 공통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건을 맡은 사람은 많지만 자주 보이는 사람은 이누카이와 고테가와다. 이누카이는 본부 형사고 고테가와는 관할 경찰서 형사다. 이누카이는 범인을 잘 잡는 형사고 고테가와는 형사가 되고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두번째로 죽임 당한 사람도 여자였다. 사실 두번째 때 같은 점을 알았다. 무엇이냐 하면 둘 다 이식수술을 받은 거다. 장기는 같은 기증자 거였다. 그렇게 이식수술을 받은 사람은 둘이 더 있었다. 둘 가운데서 한사람이 먼저 죽임 당했다. 이누카이와 고테가와가 이식 코디네이터를 찾아가서 장기 기증자와 기증받은 사람을 가르쳐달라고 했지만 그 사람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환자 정보는 본래 가르쳐주는 게 아니기는 하다. 사람 목숨이 걸려있을 때는 가르쳐주어야 하는 거 아닐까. 이식 코디네이터가 장기를 기증한 사람과 받은 사람을 가르쳐주지 않은 데는 다른 까닭이 있었다. 이런 일(이식 코디네이터)은 잘못하면 감정에 휩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그걸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다.

 

사람을 죽이고 장기를 빼간 것은 범인이 정신이 이상해서였을까. 아니면 그런 것을 즐긴 걸까. 그러고 보니 한사람한테서 장기를 받은 사람이 죽임 당했구나. 고테가와는 이런 말을 했다. 마술사의 속임수를 알려면 오른손이 아닌 왼손을 잘 보아야 한다고. 이 말처럼 잭은 무엇인가를 숨기기 위해 그런 짓을 한 거다. 잘못한 일을 솔직하게 말하고 어떻게 하면 그 잘못을 바로잡을지 생각하는 게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보다 나을 텐데. 죽임 당한 사람은 장기 이식을 받기 전에 괴롭게 살았다. 장기 이식을 받는다고 해도 건강이 아주 좋아지는 건 아니다. 이식받기 전과는 달랐겠지만. 새로운 삶을 사는 느낌을 가진 사람도 있었을 텐데 잭은 그것을 빼앗았다. 세 사람 가운데서 한사람은 여러 사람한테서 도움을 받고 신장이식을 했다. 그러나 사는 게 쉽지 않았다. 면역억제제는 평생 맞아야 하고 일도 찾지 못해서 도박에 빠졌다. 그런 것을 도움을 준 사람들이 알고 실망했다. 장기이식을 하지 않으면 죽을 사람이 이식을 받고 목숨을 이으면 처음에는 기쁠 거다. 하지만 늘 그런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준 목숨이니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좋은 마음으로 행한 일이라고 해도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좋은 일을 할 때는 결과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다. 나쁜 짓만은 안 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다.

 

사람이 살아있을 때 줄 수 있는 장기도 있지만 죽었을 때 줄 수 있는 것도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죽었다고 할 수 없다. 뇌사판정을 받은 것뿐이다. 나는 뇌사가 어떤 건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뇌가 죽으면 사람은 더는 생각도 못하고 움직일 수도 없다. 그냥 두면 결국 장기와 함께 사람은 죽는다. 그렇게 죽게 놔두는 것보다 다른 사람한테 장기를 주고 죽는 게 더 낫다고 여기고, 뇌사판정을 받은 사람한테 장기를 기증해달라고 한다. 물론 그 사람 식구한테. 전에는 그게 좋은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뇌가 죽었다고 해도 그 사람이 아주 죽은 건 아니니까 말이다. 아주 죽으면 장기는 쓸 수 없다. 그랬구나, 장기를 기증하는 일은 그런 거였다. 그런 장기를 받은 사람이 잘 살아가면 좋을 텐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다. 또 이런 말로 흐르다니.

 

 

 

*더하는 말

 

사람은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에 묻어가서 나쁜 마음을 드러낸다. 잭이 범행 성명을 보내자 그것을 따라한 사람이 많았다. 자신이 잭이라고 하거나 누군가 잭이라 했다. 경찰은 그게 진짜가 아니라 해도 확인해보아야 한다. 진짜가 섞여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익명에 숨는 사람 많겠지. 그런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 매스컴도 그것을 이용한다. 사람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까. 아니 윤리를 생각하면 모두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다. 윤리를 크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세상이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윤리를 지키려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아주 어두워지지 않을 거다.

 

 

 

 

☆―

 

“다른 사람 장기를 받았으니 살아가는 것에 책임이 생길 거야. 게으름 피우거나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은 결단코 용서받지 못할 테니까. 살아가는 것에 속박될 거야. 둘레에서 감시받고. 사야카는 그것이 무서울 뿐이야.”  (289쪽)

 

 

 

 

 

 

 

화가는 어느 때든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

 

  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   エコル·ド·パリ殺人事件 (2011)

  후카미 레이치로   박춘상 옮김

  한스미디어  2014년 01월 29일

 

 

 

 

 

 

 

 

 

 

 

에콜 드 파리는 제1, 2차 세계전쟁 때 활동한 화가를 일컫는 말로 모딜리아니, 수틴, 파스킨, 위트릴로, 후지타 쓰구하루, 사에키 유조가 있다. 화가 이름을 몇 사람 썼는데 그밖에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에콜 드 파리는 미술에서 무슨 파라고 하는 것 가운데서 ‘파리파’라고 하는 거다. 에콜 드 파리에 들어가는 사람은 같은 시대에 활동한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 한사람 한파라고 한다. 파라는 건 왜 나눌까. 그것을 모르면 그림을 설명하기 어려워서일지도. 그림 그리는 사람 생각과 다르게 어떤 파에 들어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에콜 드 파리였던 사람은 별로 잘살지 못하고 일찍 죽었다. 여기에 들어가는 화가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잘살지 못한 사람이 다른 파 화가보다 많은 것 같다. 때가 안 좋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딜리아니는 처음에 조각을 하다가 그림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 형편이 안 좋은 걸 파리 화상들이 알고 있었는데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모딜리아니가 죽으면 그림값이 오를거라고 생각했다. 예술은 때로는 잔인하다. 모딜리아니가 죽고 임신 여덟달인 아내도 뒤따라 죽었다. 그렇게 죽다니.

 

일본에서 손꼽히는 화랑인 아카츠키 화랑은 에콜 드 파리 화가 그림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바람이 세게 불던 날 밤 화랑 주인 아카츠키 히로유키는 자기 집 서재에서 칼에 찔려 죽었다. 서재는 밀실이었다. 아카츠키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은 누군가 서재 창문으로 나가 발코니에서 뛰어내린 발자국과 가슴에 칼을 망설임없이 찔러서였다. 괴로워보이는 아카츠키 얼굴도. 아카츠키를 가장 처음 본 사람은 집사다. 사람이 죽으면 경찰은 그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지, 누군가한테 죽임을 당한 건지 살펴본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닐지도. 처음부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네, 하는 생각은 안 하고 조사를 해 보고 결론을 내리겠다. 왜 이런 말이 나온 건지. 운노는 수사 1과 강력범죄 수사 10반 형사들과 아카츠키 시체를 보러온다. 그날 운노 조카 신센지 슌이치로가 나타난다. 다카츠키 콜렉션을 보러왔다고 했다. 설명하기는 어렵구나. 형사들이 수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 듯하다. 거기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했지만 알 수 없었다. 슌이치로는 운노한테 아카츠키 히로유키가 쓴 책 《저주받은 화가들》을 보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 말은 운노뿐 아니라 이 책을 보는 사람한테도 한 것 같다.

 

탐정이 나올 때는 형사는 엉뚱한 쪽으로 생각한다. 실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소설에서는 탐정을 돋보이게 하는 걸거다. 운노 조카 슌이치로가 무엇인가를 할 것 같았는데 그게 바로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쓸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카츠키 아내가 밤마다 밖에 나간다는 말을 듣고서야 슌이치로가 나섰다. 아무도 알지 못한 것을 슌이치로는 알았다. 아카츠키 히로유키가 쓴 책에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맞았다. 슌이치로가 살아가려고 하는 것은 에콜 드 파리 사람과 닮았다. 어떤 조직에 들어가지 않고 살아가기. 좋은 말이 있었는데 정리 못하겠다. 자기 스스로 일을 하게 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마음은 편할 거다. 여기에 나온 사건 광역 우 34호는 《살인마 잭의 고백》을 생각나게 했다. 노란 옷을 입은 여자를 죽이고 몸 속 한 부분을 가져가서. ‘살인마 잭의 고백’하고는 조금 다른가. 아니 어쩌면 19세기 영국 런던에서 매춘부를 죽인 살인마 잭과는 비슷할지도. 이 일은 아카츠키 아내 때문에 해결한다. 그것을 좋게 봐야 하는 건지. 밀실이 어떻게 풀리는지 말 안 해도 괜찮겠지. 밀실은 누구를 위해 만든 걸까.

 

그림은 영감이 뛰어날 때만 그려야 할까. 나이가 적을 때 말이다. 스스로 붓을 꺾고 그림을 그만 그리면 좀 낫겠지만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게 만들면 괴로울 거다. 아카츠키가 쓴 《저주받은 화가들》에도 나이를 먹어서까지 그림을 그리는 건 안 좋다고 했다. 일찍 죽거나 예술가로서 죽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사람 그림값은 비싸지니까. 화가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화가는 언제나 그림 그리는 것만 생각한다고 한다. 자기가 예전만큼 그리지 못한다고 해도 그림 그리는 것을 그만둘 수 없을 거다. 화가한테 그림 그리는 일은 살아가는 것이니까. 그림은 젊을 때 그린 것만 비쌀까. 피카소 그림은 젊을 때 그린 게 비싸지만, 세잔 그림은 나이 들어서 그린 게 비싸다고 한다. 이 말은 우연히 들었다. 글도 일찍 죽은 사람 글은 지금까지도 읽힌다(글이 좋아야 하지만). 일찍 죽는 사람은 자신이 빨리 죽을 것을 알고 있는 거 아닐까. 그래서 그때 잘 그리고 잘 쓰는 건지도. 모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은 안 좋은 형편에서 더 좋게 나오기도 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기도 할 거다. 좋을 때 기쁠 때도 좋은 게 나온다고 생각한다.

 

돈과 상관없이 그 사람이 바란다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 사람은 그것을 늦게 깨달았구나. 그림은 잘 봐도 사람 마음은 모르다니. 사람을 좋아해서 어떻게 해서라도 자기 곁에 붙잡아두면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늘 보살펴주어야 한다. 거의 그렇게 살아갈거다. 몇몇 사람만이 그냥 내버려둘거다.

 

 

 

희선

 

 

 

 

☆―

 

예술가는 글을 쓸 수 없다면,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곡을 지을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절정에서 죽어야만 한다. 물론 세상을 떠나는 게 더 바람직하겠으나 그렇게 못하겠다면 예술가로서 죽어야 한다. 그것이 예술가라는 선택받은 아니, 저주받은 인종에게 찍힌 낙인이다.  (169쪽)

 

-별로 마음에 드는 말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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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메 우인장 18   미도리카와 유키 (2014년 09월 05일)

 

 

 

다른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여름(칠월)이 아닌 가을(구월)에 책이 나왔다. 이 책도 오래 나와서 1000만부가 되었다고 한다. 이만큼 팔린 거겠지. 바다 건너에 사는 나도 열여덟권 샀다. 나 같은 사람이 적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일본만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알려져 있으니까. 다른 나라 말로 나온 책까지 합치면 1000만 넘겠다. 18권과 함께 야옹 선생과 관계있는 책도 두권 나왔다. 그것은 나왔구나 할 뿐이다. 일본에서는 책이 어느 정도 나오면 원화 전시회를 하거나 여러 행사를 한다. 나츠메 우인장도 원화 전시회했다. 그런 것도 사람이 많이 와야 할 수 있겠지. 만약에 내가 가까운 곳에 살았다면 그림 보러갔을까. 아주 먼 곳은 어려워도 가까운 곳이라면 갈지도. 실제 일어나지 않을 일이어서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캐릭터로 물건을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어떤 만화나 그렇게 할까. 사람들이 좋아하고 살 만한 것을 만들 것 같다. 나는 다른 것보다 편지지, 엽서가 있으면 사겠다. 이것은 만들어도 많이 안 팔릴까. 나츠메 우인장 홈페이지를 보면 사람들이 여기 나오는 사람과 요괴로 꾸미고 담은 사진이 있다. 사람이나 요괴는 사람이 했는데 야옹 선생은 인형이다. 그런 것을 만든 것도 대단한가. 본래 모습(마다라)으로는 만들기 어렵겠지. 무엇인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코스프레 사진 보는 것도 재미있을지도. 나츠메와 레이코는 좀……, 어쩔 수 없겠다. 만화와 사람이 똑같을 수 없으니까.

 

어딘지 확실히 모르지만 나츠메가 간 곳을 다스리는 요괴를 스승으로 둔 요괴가 나타났다. 나타났다기보다 나츠메와 만났다고 해야겠다. 땅 여기저기가 패이고 요괴는 쓰러져 있었다. 모습은 염소처럼 보인다(앞에 그림에서 나츠메 왼손 밑에 있다). 그 요괴 이름은 시로로, 요새 스승 몸이 안 좋아서 후계자를 정하려고 친구 아케와 힘겨루기를 하려고 하는데 아케가 자꾸 피했다. 시로는 작고 힘이 세지 않다, 아케는 시로보다 크다. 그래도 시로는 지지 않겠다고 했다. 시로가 나츠메한테 부탁한 건 심판이다. 시로가 싸우려고 하는 아케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아서, 나츠메는 정말 아케가 있는 거냐고 했다. 아케는 진짜 있었다. 시로가 없을 때 나츠메 앞에 나타났다. 아케가 나츠메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시로가 나타나서 못했다. 아케는 시로한테 사흘 뒤에 싸우자고 했다. 사흘이 흘러서 시로와 아케는 만나서 힘을 겨루었다. 시로가 이겼다. 둘이 힘을 겨룰 때 아케가 뭔가를 떨어뜨렸다. 그것은 약초였다. 아케는 스승을 위해 약초를 찾으러 다닌 거였다. 시로는 앞으로 둘이 같이 약초를 찾자고 했다. 그때 둘 스승이 나타나서 단련을 빼먹다니 하면서 데리고 갔다. 야옹 선생은 시로와 아케 스승을 보고 아직은 괜찮겠다고 했다. 요괴한테 스승이 있다니 하겠다. 힘이 세서 어떤 곳(땅, 산)을 지키는 요괴는 나쁜 힘을 몰아내는 듯하다. 나쁜 요괴라고 해도 되겠지. 지금 같은 시대는 요괴 힘이 약해진다. 시로는 힘이 별로 없는 자신이라도 스승한테 도움이 되고 싶었다. 후계자가 꼭 하나여야 할까. 아케하고 같이 그 땅을 지키면 될 텐데. 시로 모습을 보고 나츠메도 토코 아주머니한테 도움을 주고 싶었다. 나츠메가 고장 난 오르골을 고치려고 했는데 잘못해서 부서진 듯했다. 그것 때문에 나츠메 기분이 안 좋았는데, 집에 가니 토코 아주머니가 오르골 소리가 난다고 했다.

 

우인장 이야기를 나츠메가 한 사람이 있던가. 친구 타키한테 할머니 유품이라고 했구나. 이것은 요괴와 요괴를 물리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노릴 만한 거다. 요괴보다 사람이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나츠메는 나토리와 요괴연구를 하다 죽은 사람 집에 간다. 하코자키가 남긴 요괴연구자료 때문이다. 하코자키 손녀는 요괴를 안 좋게 여겼다. 왜냐하면 볼 수 없으니까. 할아버지를 만나면 자신은 볼 수 없는 요괴 이야기를 해서 싫었다고(타키와는 다르구나. 타키 할아버지는 요괴를 볼 수 없었는데 요괴는 그 모습을 보고 놀러오기도 했다). 자신한테 필요없는 요괴연구 자료는 빨리 없애고 싶어했다. 손녀는 할아버지가 숨긴 서재를 찾는 사람한테 그 안에 있는 것을 모두 주겠다고 했다. 나츠메는 그것을 좀 아쉽게 여겼다. 죽은 사람 때문일까 손녀 때문일까. 둘 다겠지. 하코자키 집에서 나츠메는 우인장을 빼앗으려고 하는 요괴를 만났는데 둘이 하는 이야기를 나토리가 들었다(요새 나토리는 우인장을 알아보고 다녔다. 이번에도 우인장을 떠올렸다). 나토리는 지금 들은 이야기는 못 들은 걸로 하겠다고 했다. 나츠메는 이번 일이 끝나면 말할 테니 나토리한테 들어달라고 했다. 나츠메가 하코자키 집에 온 것은 우인장이나 할머니 레이코에 대해 알 수 있을까 해서였다. 그런데 레이코가 아닌 나츠메와 닮은 남자를 만난 적 있다는 말을 들었다. 레이코 말고 나츠메와 비슷한 사람이 또 있다니, 누굴까. 나츠메는 할아버지인가 했는데, 이렇게 수수께끼를 남기다니 언제쯤 이 이야기 나올까.

 

하코자키가 숨겨둔 서재는 나츠메가 찾았다고 해야 할까. 나츠메는 하코자키를 따르던 요괴(식)를 찾아냈다. 거기는 문이었다. 요괴는 안에 있는 건 아무한테도 넘기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마토바 집안 사람들은 억지로 빼앗을 수 있었다. 요괴는 누군가한테 빼앗기기보다 자신이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서재는 불에 탔다. 진짜 불은 아니고 자료만 태우고 집은 멀쩡했다. 하코자키를 따르던 요괴가 하코자키 이야기를 했는데 좀 쓸쓸해 보였다. 하코자키는 사람보다 요괴와 더 가까이 지냈다. 요괴들과 즐겁게 지내면서도 누군가 찾아오지 않을까 기다렸다. 손녀를 위해서 단풍나무도 심었는데. 나츠메 우인장에 나오는 요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사람과 잘 사귀지 못한다. 하코자키도 비슷했을 거다. 나츠메는 요괴를 볼 수 있고 아는 나토리, 타키, 타누마를 만나서 아주 외롭지 않다. 다른 학교 친구도 있고. 지금은 요괴하고도 거리 조절을 잘 하는 것 같다. 나츠메는 레이코가 요괴와 싸워서 이기면 요괴 이름을 적게 해서 모은 게 우인장이 된 걸 나토리한테 말했다. 우인장은 할머니 유품으로 자신이 할 일은 요괴한테 이름을 돌려주는 일이다고. 나토리는 지금 다른 말은 안 하고 듣기만 했다. 서재가 타는 걸 보고 나토리는 그런 위험한 것(우인장)은 태워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했다. 이건 나츠메를 걱정해서 한 생각이겠지. 나토리는 우인장을 왜 찾았을까. 다른 사람은 우인장을 몰라야 할 텐데, 내가 더 걱정한다.

 

요괴를 볼 수 없는 사람이 요괴를 보면 꿈으로 여기게 할 때도 있다. 요괴인지 모르고 하얀 올빼미(요괴가 동물로 모습을 바꾸면 보통 사람도 볼 수 있다)를 도와준 여자아이 꿈에 하얀 올빼미가 나타나서 반지를 갖다달라고 했다. 그것은 하얀 올빼미 발에 걸려있던 거다. 여자아이는 꿈속에서 들은 하얀 올빼미 말대로 숲에 갔다. 그곳에서 나츠메와 야옹 선생을 만났다. 나츠메는 여자아이와 함께 하얀 올빼미를 찾았다. 나츠메가 찾던 숲 주인을 먼저 찾았다. 나츠메가 이름을 돌려주려는 요괴와 하얀 올빼미가 같은 게 아닐까 했는데 맞았다. 하얀 올빼미는 반지를 받으면서 부리로 돌을 조금 깨서 여자아이한테 주었다. 여자아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숲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어버렸다. 빨간 돌조각만 여자아이 손안에 남았다. 나츠메는 여자아이 기억을 마음대로 지우는 건 안 좋은 게 아니냐고 했는데……. 요괴한테는 꺾을 수 없는 고집이 있는 거겠지. 이 말은 야옹 선생이 한 거다.

 

하얀 올빼미는 그림에서 나츠메 어깨 위에 있다. 책 안에 나오는 요괴가 책 맨 앞에 나와서 반갑기도 하다. 처음 그림만 봤을 때는 몰랐지만. 두번째에서 나츠메는 하코자키와 손녀가 아기였을 때 담은 사진을 찾았다. 나츠메는 그 사진을 손녀한테 주었다. 손녀는 그것을 보고 할아버지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았을까. 세상에는 자기 마음을 제대로 다른 사람한테 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남한테는 잘 나타내지 못하더라도 식구한테는 나타내면 좋을 텐데 쉽지 않겠지. 남 이야기는 이렇게 잘한다. 나도 잘 못하는 일이다. 이번에는 이야기가 다 잔잔하구나. 늘 그랬던가.

 

 

 

희선

 

 

 

 

 

 

*사진 가져온 곳 http://www.hakusensha.co.jp/natsume/nariki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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