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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由比ヶ浜驛の神樣
村瀨 健 / KADOKAWA / 2020년 6월
평점 :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西由比ヶ浜驛の神樣 니시유이가하마 역의 신)
무라세 다케시
한국에서는 이 책이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으로 나왔는데, 무라세 다케시 소설 본래 제목은 《니시유이가하마 역의 신 西由比ヶ浜驛の神樣》이다. 이 책은 한국에 나왔을 때 알았다. 한국말로 나왔으니 그걸 봐도 되지만, 그냥 일본말로 보고 싶었다. 책은 한국에서 나온 것보다 싸기도 하니. 일본에서 나오는 단행본은 좀 비싸지만 문고는 사 볼 만하다. 이 책을 보기 전에 본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Ⅱ》에 유이가하마 역이 나왔다. 그냥 유이가하마였을지도. 그거 보니 이 책 빨리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는 못했다. 그거 신기하지 않나. 이 소설 배경은 가마쿠라기도 하구나. 바다 이야기 아주 없지 않지만, 그걸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설 시작부터 많은 사람이 죽는다. 급행열차가 탈선하고 앞부분 3량은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열차는 모두 여섯 량이다. 승객 217명에서 68명이 죽는다.
열차 사고는 자주 일어나지 않겠지. 처음 철도가 생기고 열차가 다녔을 때는 사고가 자주 일어났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사고가 나지 않게 하려고 애쓸 거다. 하지만 사고가 아주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닐 것 같다. 여기에는 열차 사고로 죽은 사람 네 사람과 그 식구 이야기가 담겼다. 예순여덟 사람한테는 저마다 이야기가 있겠지만. 예순여덟 사람 이야기를 다 써도 괜찮았을 텐데. 정세랑 소설 《피프티 피플》처럼. 피프티는 쉰이지만 쉰 사람 넘는다고 한 것 같다. 많은 사람 이야기를 쓰면 깊이 쓰지 못하겠다. 소중한 사람이 갑자기 사고로 죽으면 무척 마음 아프겠다. 세월호 참사 생각나기도 하는구나. 이 책을 본 사람은 그뿐 아니라 이런저런 사고를 떠올리기도 했겠다.
사고가 일어나고 두달쯤 뒤부터 가마쿠라 선을 유령열차가 달린다는 소문이 난다. 거기에 나타나는 유령 아키호한테 부탁하면 사고가 난 열차에 탈 수 있다고 한다. 유령열차를 타면 네 가지 규칙을 지켜야 했다. 첫째 피해자가 탄 역에서만 탈 수 있다. 둘째 피해자한테 곧 피해자가 죽는다고 말하면 안 된다. 셋째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지나기 전에 내려야 한다. 열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그 사람도 사고로 죽는다. 넷째 죽은 사람을 만나도 현실은 하나도 바뀌지 않고, 죽은 사람을 열차에서 내리게 하면 바로 현실로 돌아온다. 벌써 일어난 일은 바뀔 일 없겠지. 죽음은 되돌릴 수 없다. 지난날을 바꾸는 이야기가 아주 없지 않지만, 이건 아니다. 유령열차가 나오는 건 환상이지만. 밤에 나타나는 유령열차라 하니 미야자와 겐지 소설 《은하철도의 밤》이 생각나기도 했다. 한사람을 빼고 그 열차에 탄 사람은 다 죽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유령열차에 타는 사람은 네 사람이다. 소설엔 네 사람만 나왔지만 더 많은 사람이 탔을 것 같다. 네 사람은 약혼자를 잃은 사람, 아버지를 여읜 아들, 짝사랑하던 사람을 잃은 아이, 열차를 운전한 운전수 아내다. 버스나 기차, 전철 비행기를 운전하는 사람은 좀 무섭지 않을까. 지금 생각하니 언제나 안전하게 운전하려고 하는 운전사 분들 대단하다. 사고가 일어나면 운전사가 잘못했다고 한 적 많지 않을까. 도힌철도회사도 운전사가 속도를 내서 사고가 일어났다는 식으로 말했다. 책임을 운전사한테 떠넘기려고. 언젠가 열차가 탈선사고가 나고 운전사가 죽은 이야기 본 적 있는데. 그 회사는 운전사한테 일을 많이 시키고, 열차 부품도 오래된 거였다. 그런 거 밝혀내기 어렵겠지만, 밝혀냈다. 여기에서도 그것과 비슷한 말이 나왔다. 많은 사람을 태우는 열차는 돈을 아끼려기보다 그걸 타는 사람을 더 생각하고 기계 정비를 잘 하기를 바란다.
사고가 난 열차가 나타나는 곳에 나타나는 유령 유키호는 죽은 사람한테 앞으로 죽는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책을 보다 보니 그 열차를 탄 사람은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아는 것 같았다. 자신을 만나러 온 사람을 보고 별로 놀라지 않았다. 사람은 몇 사람만 거치면 다 아는 사람이라고도 하는데, 이걸 보면서 그걸 느꼈다. 책을 보면서 아주아주 조금 짐작했지만, 그래도 눈물 난다. 다들 괜찮은 사람이기도 하다. 아들은 아버지가 죽기 전에는 조금 철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만나고 자신이 어릴 때 아버지를 좋아했다는 걸 떠올린다. 부모가 헤어지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느낀 아이 가즈유키는 비 오는 날 죽으려 했는데, 그때 우산을 씌워주고 집까지 바래다 준 다카코 덕분에 살고 다카코를 좋아하게 됐다. 가즈유키는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히 같은 열차를 탄 다카코를 보고 좋아한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 뒤는 좀 스토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가즈유키가 다카코한테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때 마지막으로 같은 열차에 타게 돼서 가즈유키는 다카코한테 말하려고 했다. 그때 사고가 일어나고 가즈유키는 병원에서 깨어났다.
가즈유키를 보니 잘되든 안 되든 하고 싶은 말은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이야기 보면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두번째 이야기 보면서는 왜 부모와 제대로 말하지 않았을까 했다. 이런 생각해도 나도 잘 못하는구나. 다들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알게 했다 해도 좋은 이야기가 됐을 거다. 세상에는 사고로 죽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사고로 죽을 수도 있겠지. 평소에는 그런 걸 잘 생각하지 않고 살기도 한다. 그러면서 사는 게 재미없다 할지도. 가까이 있을 때, 살았을 때 서로 잘 하면 좋을 텐데. 아니 죽음으로 헤어진다 해도 남은 사람은 그 사람을 기억하고 살았으면 한다. 죽은 사람도 남은 사람이 잘 살기를 바랄 거다.
희선
☆―
「人間がこんなに美しいと知っていたなら、死ぬんじゃなかったな、わたしも」
“사람이 이렇게나 아름다운지 알았다면, 나도 죽지 않았을 텐데.” (2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