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021년 달력을 은행에서 받아오지 못했다. 우체국에는 십이월 첫날 갔는데 말을 못했다. 다른 사람이 물어보는 걸 들으니 달력이 아직 안 나왔다고 한 것 같았다. 정말 그랬는지 그건 탁상달력이 아닌 다른 달력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우체국에서 받아온 달력을 본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십이월 첫날에는 꼭 받아야 할 것 같다. 이번에는 우표를 다른 사람한테 사서 말을 못했다. 본래 있던 사람이 안 보였다. 그 사람이 있었다면 한번 물어보기라도 했을 텐데. 내가 좀 낯을 가려서.
다음 해는 무슨 띠일까. 바로 신축년 소띠 해다. 열두 가지 동물에서 두번째인 소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첫번째인 쥐였구나. 소는 쥐를 원망했을까. 자기 몸에 숨어서 오고 첫번째가 됐으니 말이다. 예전에는 소가 집안 큰 재산이었다. 농사짓는 데 소 힘을 빌리고 집안에 일이 있으면 소를 팔았다. 큰일은 자식 공부시키기였겠지. 그건 좀 옛날일까. 나도 그런 모습 소설에서 봤다.
소 하니 이번 여름에 비가 엄청나게 오고 물에 떠내려간 소가 생각나는구나. 소가 본래 살던 곳에서 아주 멀리까지 떠내려가고도 살았다는 소식은 사람한테 희망을 주었다. 새끼를 지키려고 한 어미소였다. 물에 떠내려 가고도 산 소도 있지만 죽은 소도 많다. 집 지붕으로 피한 소도 있구나. 여름에 큰물에도 살아남은 소들 지금 잘 지낼까, 잘 지내기를 바란다.
돼지띠 해에는 우표 시트를 못 사서 무척 아쉬웠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시트도 샀다. 이 말은 지난해에도 했구나. 우표는 복을 전해주는 송아지와 어미소와 송아지 두 가지로 나왔다. 그림으로 봤을 때도 괜찮았는데 실제 우표는 더 예쁘다.
내가 사는 곳이 작은 마을이 아니어서 다행이구나. 우연히 어떤 사람이 쓴 글을 보니, 자신이 다니는 우체국에는 연하장이 조금밖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 거기에는 우표도 거의 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는 곳에서도 이제는 동네 우체국에서는 기념우표 살 수 없다(이 말 예전에도 했구나. 보통 우표는 있을지도). 우표를 사면서 작은 마을 우체국에서는 이 우표 못 사겠구나 했다. 인터넷에서 사면 되지만, 맛이 다르지 않나. 인터넷 우체국에서 사면 등깃값을 내야 한다. 우체국에서 사면 그런 돈 안 들 텐데 생각하면 등깃값이 아깝지 않나.
한해 마지막 달 십이월이다. 시간이 흘러서 이때가 또 찾아왔다. 한해가 시작할 때는 설레기도 하는데 이번 해는 그렇지도 않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일월 설연휴까지는 그걸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뒤로 길게 이어졌다. 그때서야 다른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바이러스에 관심이 없었는지 알 만하지 않는가. 그러면서도 인류는 바이러스 때문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인류가 잘못을 많이 했지만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지. 아직 코로나19 사라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왔다. 다음 해에는 좋은 소식 있겠지. 이 말은 올해는 이대로 가겠다는 말 같구나.
코로나19가 나한테도 영향을 미쳤겠지. 지난 팔월에 있었던 일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을 안 좋게 한다. 언제 또 같은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런 걱정 안 하고 싶은데, 마음이 더 작아졌다. 그렇다 해도 십이월 마지막 날까지 살고 새해 첫날 맞이하고 싶다. 십이월이 올 때쯤에는 죽음을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이건 2018년쯤부터. 얼마전에도 생각했다. 내가 올해 마지막 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 하고. 2018년 십이월에 집에 일이 있었다. 그때 한해 마지막 날을 보내고 새해 첫날을 맞이하는 건 다행한 일이구나 했다.
지금 가장 큰 바람은 올해 마지막 날까지 살고 새해 첫날을 즐겁게 맞이하는 거다. 그러려면 하루하루 잘 보내야겠지. 우울하거나 괜히 슬플 때도 있지만 거기에 깊이 빠지지 않아야겠다. 사는 게 그렇지 뭐. 좋은 걸 좀 더 생각하는 게 낫겠지. 몸뿐 아니라 마음도 잘 보살펴야 한다.
우리 모두 이달 마지막 날까지 잘 살고 웃으면서 새해 첫날 맞이해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