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컵이야
무슨 컵이냐고
그냥 컵이지
늘 같은 곳에 있고
가끔 커피나 마실 게 담기기도 해
그때 잠깐 다른 곳을 봐
한곳에 있어도 나쁘지는 않아
바로 옆에 컴퓨터 모니터가 있거든
사람이 컴퓨터를 켜야 뭔가 보이지만
컴퓨터 모니터로 세상을 봐
내가 보는 건 사람이 보는 것과 같겠어
나만 한곳에 있지는 않아
바로 옆에는 키보드가 있어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는 친구야
오래 함께 지내고 싶지만
언젠가는 헤어지겠지
그때까지 잘 지낼까 해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