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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크리스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산타 하면 어떤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흰수염 흰눈썹에 빨간색 옷을 입고 배가 나온 할아버지지. 한국에서는 산타할아버지라 하기도 해. 많은 사람이 산타클로스는 남자다 생각해. 그것도 백인 남자. 피부색이 다르거나 여성은 산타가 되지 못할까. 그건 정해진 게 아닌데 왜 사람은 그걸 남자다 생각하게 됐는지. 예전에는 그런 거 별 생각없이 받아들인 듯해. 지금이라고 내가 아주 자유롭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꼭 그래야 할까 해. 그렇게 생각해도 오랫동안 굳은 건 바꾸기 어렵기는 해.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군. 자꾸 말하면 오랫동안 굳은 것도 바뀔 날이 오겠지. 《마더 크리스마스》처럼.
이제 곧 성탄절이어서 핀란드 어느 작은 마을에 있는 산타협회에서 산타 회의가 열렸어. 산타협회 회장이 물러나고 회장이 맡은 미국 지부 산타를 정해야 했어. 다음 회장은 부회장인 네덜란드 지부 산타가 됐어. 미국 지부 산타 후보로 온 사람은 제시카라는 여성이었어. 거기 모인 여러 나라 산타는 여성이 산타 후보라니 하면서 모두 놀랐어.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산타 후보는 자신이 하고 싶다고 하는 건지 누가 추천하는 건지. 제시카는 제시카 아들 토미가 신청했대. 토미 아버지는 토미가 두살 때 세상을 떠났어. 토미는 엄마인 제시카가 엄마뿐 아니라 아버지 노릇도 해준다고 여겼어. 산타는 아버지 마음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할까. 난 그런 거 처음 알았어.
예전에 아프리카 지부 산타를 정할 때도 문제가 있었나 봐. 피부색 때문에. 산타 모델은 성 니콜라스라지. 성 니콜라스는 서아시아(터키) 사람이었어. 처음부터 산타는 백인이 아니었어. 서양엔 백인만 있다 여겨선가. 잘 알아보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를 텐데. 아프리카 사람도 산타가 됐어. 산타 옷도 늘 같지는 않았어. 오스트레일리아는 성탄절이 여름이잖아. 오스트레일리아 산타는 알로하 셔츠를 입고 파도를 타고 아이들한테 선물을 나눠줬어. 알로하 셔츠 입은 산타도 괜찮겠군. 아프리카 지부 산타는 동물한테 잘 띄는 빨간색 옷이 아닌 풀색옷을 입게 됐어. 산타 모습은 하나가 아니야.
제시카는 미국 지부 산타가 됐을까. 다행하게도 제시카는 미국 지부 산타가 됐어. 아들 토미는 엄마가 산타가 된 걸 기쁘게 여길 것 같은데 제시카가 토미한테 말 안 한 것 같기도 해. 여성 산타라고 해서 치마를 입어야 하나 생각을 잠시 했어. 그것만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 어쩌면 제시카는 산타가 된 첫해에만 치마를 입고 다음부터는 바지를 입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됐으면 해. 겨울에 썰매 타고 아이들한테 선물 나눠주러 다니려면 옷 따듯하게 입어야지. 이건 내 생각일 뿐일지도 모르겠어. 제시카는 치마 입기 좋아할지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