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ㅣ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작가가 어디에 산다고 한들 내가 그곳을 알까 싶은데, 황정은은 파주로 이사했단다. 서울에 살다가 그곳으로 갔을까. 파주가 어디쯤에 있는지 잘 모른다. 정세랑 소설에서 파주를 봤던가. 파주는 서울보다 위쪽인가 보다. 파주는 북쪽과 가깝겠다. 거의 생각하지 않는데, 북쪽에는 북한이 있다. 남쪽에선 남한이 아닌 한국이라 하는데 북한에서는 남한이라 할 것 같다. 잊을만 하면 북한에서 미사일을 쏘았다는 말이 들린다. 한국사람, 아니 세계 사람한테 북한이 있다는 걸 알리려는 건지. 북한 이야기가 잠깐 나와서. 천둥소리가 꼭 폭탄 터지는 소리처럼 들렸단다. 북쪽과 가까운 곳에 살면 조금 무서운 느낌 들 것 같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북한과 한국 사이가 좀 나아지기를 바란다. 북한 사람은 펜데믹을 어떻게 지나고 있을지. 북한은 중국보다 더 소식 듣기 어려운 곳이다.
이 책 《일기 日記》를 보면서 황정은이 쓴 소설을 생각하기도 했다. 황정은이 쓴 소설을 다 보지는 못했다. 《디디의 우산》을 보면서 촛불집회는 어떻게 썼을까 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보고 황정은이 그곳에 갔다는 걸 알았다. 황정은이 말한 동거인도 그 소설에 나온 것과 같을까 하기도. 이런 짐작을 하다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해야 하는데. 소설을 보고 작가를 알기는 어렵다. 예전에는 소설 보면서 작가를 알아야 하나 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이 더 크다. 소설이 소설가 이야기는 아니지 않은가. 그런 게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소설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사람 이야기로 여기고 싶다. 소설이 아닌 산문을 봐도 그 사람을 다 알기는 어렵다. 《연년세세》를 만나지 않았는데, 황정은은 그 소설 다음에 소설을 쓰지 못할 것 같았단다. 그 뒤에 소설 썼겠지. 여기에 이 글을 쓰면서 단편소설 썼다는 말이 있다.
산책하는 이야기도 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호수공원이 있단다. 그런 곳이 있으면 산책할 기분이 더 들겠다. 황정은이 하는 산책은 느긋하게 여기저기 둘러보는 건 아닌 듯하다. 걸을 때 자연을 만나겠지만. 디스크로 아파서 운동을 한단다.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허리가 아픈 사람이 걸었더니 허리가 좀 나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황정은은 운동을 해도 아프다고 했다. 운동 안 하고 아픈 것보다 운동하고 아픈 게 개운하게 아프단다. 아프지 않은 게 좋기는 한데. 아프다고 가만히 있기만 하면 더 안 좋겠지. 운동을 심하게 해도 안 좋다. 자신한테 맞게 적당히 하는 게 좋다. 난 운동 별로 안 한다. 어쩌다 한번 걸을 뿐이다. 일부러 걷기도 해야 할 텐데 생각하는데 게을러서. 크게 아프지 않아서 다행인데, 앞으로도 아프지 않으려면 조금 마음 써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누가 아프다고 하면 나도 그렇게 아프면 어쩌나 걱정하는구나. 늘 그러지는 않는다.
일기는 개인 일을 더 쓸 것 같은데 황정은 일기를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황정은이 쓴 글을 보고 내 일기를 생각했다. 진짜 아무것도 아닌 일기. 요새는 잘 안 쓰는구나. 책을 읽고 쓰는 게 일기처럼 되기는 했다. 날마다 읽고 쓰지 못하지만.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주 모르지 않지만, 그걸 봤을 때 잠깐만 생각한다. 황정은은 이렇게 글로 썼다. 세월호 이야기. 황정은은 해마다 4월에 목포에 간단다. 세월호 일은 어떻게 된 건지. 내가 잘 모르는 건지 여전히 제대로 그때 일을 알아내지 못한 건지. 아니 알아내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지금도 2014년 4월 16일에 머물러 사는 사람 많겠다. 코로나19로 다른 걸 잊으면 안 될 텐데.
사람들은 온갖 것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기억은 망각과 연결되어 있지만 누군가가 잊은 기억은 차마 그것을 잊지 못한 누군가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모두 잠재 화석이다. 뼈들은 역사라는 지층에 사로잡혀 드러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퇴적되는 것들 무게에 눌려 삭아버릴 테지만 기억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기억은 그 자리에 돌아온다.
기록으로, 질문으로. (76쪽)
소설가도 사람에 따라 전자책을 잘 보는 사람과 여전히 종이책을 보는 사람이 있겠지. 뭔가 봐야 할 때 찾기 쉬운 건 종이책이 아닐까 싶다. 황정은은 글을 노트북 컴퓨터로 써도 종이책 보기가 더 좋단다. 이건 나도 그렇다. 책을 잘 보지는 못하지만,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보는 게 좋다. 책장 넘기는 소리 좋지 않나. 전자책은 한번도 못 봤다. 어딘가에 갈 때는 전자책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내가 잘 안 하는 거고 어디 갈 때 책 안 가지고 다닌다. 예전에는 차 안에서 책을 보기도 했는데. 책갈피는 두껍거나 집는 것보다 얇은 종이가 낫다. 여기에는 황정은이 어렵게 쓴 글도 있다. 그런 말을 하기까지 힘들었겠다. 그 일은 황정은 잘못이 아니다. 나도 그 말 해주고 싶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