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쓰는 용기 - 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정여울 지음, 이내 그림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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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글을 쓰고 싶다 생각한 건 언제부털까. 잘 생각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학교 다닐 때는 책도 안 읽고 글쓰는 것도 안 좋아했다. 일기나 편지는 썼지만, 남한테 보여주는 글 별로 쓰고 싶지 않았다. 학교에서 한 글짓기, 일기 검사 받기. 예전에도 한 생각인데, 선생님은 일기를 썼는지 안 썼는지만 봤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써서 학생이 쓴 일기를 보고 뭔가 말을 써준 선생님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좋은 건 아닐 것 같다. 일기 검사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그런 거 안 하기를 바란다. 학생 사생활도 보호해줘야 할 거 아닌가. 지금 생각하니 예전 어른은 아이를 어리게만 생각하고 한사람으로 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사람만 있었던 건 아니겠지만. 아이도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지금 많이 달라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글쓰기 말하다 다른 말로 흘렀다. 나도 글을 써 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책을 보고 나서다. 소설이 재미있어서 나도 재미있는 이야기 쓰고 싶다 생각했다. 생각만 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그것도 있고 쓰고는 싶지만 쓸 게 떠오르지 않았다. 작가가 된 사람은 어릴 때부터 누가 쓰라고 안 해도 이런저런 글을 썼다는데. 난 그러지 못했다. 앞에서 말했듯 난 일기와 편지만 썼다. 글을 잘 쓰지는 못했지만 아무것도 안 쓴 건 아니었구나. 그런 게 아주 도움이 안 된 건 아니겠지. 왜 글이 쓰고 싶을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설지. 편지는 그렇기는 하다. 가끔 편지 쓰기 전에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막상 쓰면 생각한대로 못 쓰기도 한다. 이건 다른 것도 다르지 않다. 책 읽고 쓰기도 바로 안 쓰면 마음속으로 먼저 쓴다. 그러고 나중에 왜 바로 안 쓰고 생각만 했을까 한다. 이 정도면 나도 글 많이 생각하는 건가. 아니 글은 생각하기보다 써야 하는구나.

 

 이 책 《끝까지 쓰는 용기》를 보니 정여울이 글을 무척 많이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쓰기가 사는 것과 같다. 그렇게 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정여울은 써야 할 글이 없어도 글을 쓴단다. 그 말 보니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쓴 김신지가 잠깐 떠오르기도 했다. 글은 쉼 없이 써야 하는 거겠지. 쉬고 글쓰는 분위기를 바꾸기도 해야겠지만. 난 책은 집에서만 본다. 걸을 때는 안 보고 책 안 가지고 다닌다. 글도 늘 집에서만 쓴다. 남이 내가 뭘 하든 마음 안 쓸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이 있는 데서는 책도 못 보고 글도 못 쓴다. 이런 나 좀 이상한가. 다들 집에서 잘 안 된다고 하는데. 정여울은 어디서나 책을 보고 글을 썼단다. 지금은 일하는 곳이 따로 있지만. 나한테 책 읽고 글쓰기는 딱히 일이 아니구나. 그래서 집에서 한다. 텔레비전 안 보고 나를 방해할 건 거의 없다. 예전에는 가끔 밖에서 음악이 들려서 안 좋았지만, 지금은 어쩌다 한번 들리고 조용한 편이다. 앞으로도 그래야 할 텐데(위층에서 텔레비전 소리가 들릴 때 있다).

 

 어쩌다 한번 글쓰기 책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다. 그런 책 보면 바로 뭔가 쓸 것 같지만 아무것도 못 썼다. 글쓰기 책은 나한테 별로 도움이 안 됐다. 그래도 가끔 보는구나. 이번에도 봤다. 정여울처럼 쓰기는 힘들 것 같다. 이런 생각하면서 책을 보다니. 괜찮은 건 해 봐도 좋을 텐데. 책 읽고 쓰기를 시작했을 때는 쓸 게 없었다. 그것도 자꾸 쓰다보니 길이는 늘었지만 내용은 별로였다. 지금도 다르지 않구나. 몇해 지나고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보고 나도 잘 쓰고 싶다 생각했다. 그때 한동안은 잘 써 보려고 했는데, 어느 때부터 그냥 쓰게 됐다. 내가 잘 못 쓰는 건 책을 잘 못 봐설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보고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어도 썼다. 쓰다보면 조금 알게 되기도 했는데, 끝까지 모르기도 했다. 정여울은 책 읽고 쓰기도 책을 여러 번 보고 글도 여러 번 썼다. 그런 거 보고 난 참 게으르게 읽고 썼다고 생각했다. 책 잘 보고 글도 잘 쓰고 싶은 마음 있지만, 앞으로도 게으르게 쓸 것 같다. 내가 이렇다. 이런 태도는 안 좋을지도. 책은 좀 더 정신차리고 볼까 한다. 사람은 한번에 바뀌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바뀌면 괜찮은 거 아닌가.

 

 공부하는 방법 아직도 잘 모른다. 제대로 공부라는 걸 해 본 적도 없다. 공부하는 방법뿐 아니라 글쓰기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방법을 보고 해 보는 것도 괜찮지만. 이렇게 말했지만 글쓰는 방법 나도 잘 모르고 나만의 방법도 없다. 정여울은 책 영화 음악 그림 그런 데서 늘 영감을 얻고 쓸거리를 찾는다는데, 난 그런 거 못한다. 아주 가끔 어떤 걸 써 볼까 할 때 있기는 한데, 그걸 썼던 적 별로 없는 것 같다. 난 그냥 쓴다. 쓸 게 없어도 쓰려고 한다. 이거 안 좋을지도. 글을 자꾸 쓰다보면 뭐든 쓸 수 있다는 사람도 있던데, 난 그것도 안 된다. 책을 보고 그때 그때 뭔가를 잡아내는 사람도 있지만, 난 책을 보고 내 안에 쌓아두는 게 아닐까 싶다. 그게 언젠가 나타나는 날도 있는 거겠지. 그런 걸 많이 쌓으려면 책을 잘 보고 많이 봐야 할 텐데. 지금은 게을러서 잘 못한다. 우울함에 지지 않아야 할 테데. 글을 써서 뭔가 이루려는 건 없다. 그저 쓰고 싶다. 이것만으로는 안 될까.

 

 언젠가도 말한 적 있는데 한때 나도 작가가 되고 싶기도 했다.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다면. 이제 그런 생각은 없다.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쓰면 되니. 얼마전에는 내 글은 겨우 하루밖에 안 가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책은 오래 남지 않나. 그것도 좋지만, 하루만 가면 어떤가 싶기도 하다(이렇게 말했지만 좀 더 갔으면 좋겠다). 작가는 못 된다 해도 앞으로도 읽고 쓰는 사람이고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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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5 09: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고 쓰는 사람, 희선님 넘 좋은 말인데요..많은 책을 읽어도 오래가는 책은 정말 찾기 힘들죠..희선님 글 통해서 하루를 돌아보기도 하고 생각꺼리도 주시고....그게 좋은 글 아닐까요.

희선 2022-04-26 01:56   좋아요 2 | URL
책을 보고 조금이라도 기억하려고 쓰지만, 그것도 시간이 가면 잊어버리는군요 소설은 더... 이야기를 다 쓰면 안 될 듯한데... 느낌이라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자기가 쓴 거 보면 조금은 생각나기도 하죠 미니 님 고맙습니다


희선

2022-04-25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6 0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2-04-25 1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항상 올려주시는 희선님의 시 쓰기도 좋아요!

희선 2022-04-26 02:01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 님 고맙습니다 이런 말을 보니 힘이 나고 잘 쓰고 싶기도 합니다


희선

새파랑 2022-04-25 1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시집 출판을 원합니다~!!

페넬로페 2022-04-25 20:16   좋아요 4 | URL
저도요
희선님은 시인이예요~~

희선 2022-04-26 02:03   좋아요 4 | URL
새파랑 님,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유치해도 쓰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4-25 20: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떤 이유없이 저도 어릴 때부터 책 읽고 글 쓰는것 좋아했어요. 특히 속상할 땐 글 쓰며 마음을 풀었어요.
스마트한 세상이 되면서 점점 글쓰기가 멀어지는 것 같은데 어쩌면 쳇바퀴도는 삶을 산다는 것이 그 이유일수도 있겠어요^^

희선 2022-04-26 02:07   좋아요 4 | URL
글을 써서 자기 마음을 풀기, 좋은 거지요 그렇게 쓰면 자기 마음이 잘 보이겠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다른 것도 보이고...

거의 그날이 그날일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조금씩 다르기도 할 텐데 그걸 생각하지 않기도 하네요 하나라도 다른 걸 보려면 시간을 두고 봐야겠습니다 세상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가까이 있는 자연... 다른 것보다 그런 거 보는 게 좋기도 하군요


희선

서니데이 2022-04-25 2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하루에 나오는 책도 많고, 블로그의 좋은 글도 많이 있어서, 여러번 읽는 글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가끔은 진짜 좋은 문장을 만날 수 있겠지만, 너무 많아서 모르고 지나가는 것도 많을 것 같긴 해요. 그래도 매일 매일 쓰는 건 좋은 것 같습니다. 희선님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희선 2022-04-26 02:10   좋아요 4 | URL
하루에 나오는 책뿐 아니라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도 아주 많겠습니다 그런 거 다 보기는 어렵기도 하죠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책은 여러 가지 보면 좋겠지만, 이것도 마음뿐일 때가 많군요 날마다 쓰기 힘들어도 오래 쉬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하루 이틀 사흘로 넘어가면 쓰기 싫으니...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