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난 나로 살 수밖에 없다고. 사람은 다 그렇기는 하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 바뀌고 싶다고 해서 쉽게 바뀔까. 이건 좀 다른 걸지도 모르겠다. 안 좋은 건 바꾸는 게 좋기는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된다. 그런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살아야 할지. 자신은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 같지만, 남은 왜 다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건 자신을 잘 몰라서일까. 자신이 가진 걸 생각하라고도 하는데. 나도 그런 말 쓴 적 있구나.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다니 좀 우습다. 중학교 졸업식 날 처음으로 친구 미지 집에 간 태희는 미지네 집 사정을 그제서야 알게 된다. 할머니하고만 사는 미지. 그동안 태희는 미지 집이 잘산다고 여겼는데. 그 뒤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른인 태희가 미지한테 전화하는 걸 보니, 둘은 여전히 친하게 지내나 보다.

 

 난 나로 살 수밖에 없다고 하고는 다른 말을 했구나. 이 소설 《내가 되는 꿈》에는 태희가 둘이 나온다. 자란 태희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것뿐 아니라 어린 태희도 지금을 산다. 그렇다고 둘이 다른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별난 형식이다 생각해도 괜찮겠지. 어린 태희는 엄마 아빠가 갑자기 따로 살게 되어 중학교부터는 외할머니 집에서 다니게 된다. 엄마는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고 그저 일자리 때문이다 말한다. 아이는 부모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할 수밖에 없구나. 회사에 다니는 태희는 무척 힘들어 보인다. 쉬지 않고 일하는데도 상사와 마음이 안 맞고, 상사뿐 아니라 일터 분위기가 안 좋아 보인다. 남자친구와도 헤어져야 한다고 하면서도 바로 행동하지 못한다. 태희는 여러 가지 일을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으로 미뤘다. 왜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에 하려 한 건지.

 

 초등학교를 마치면서 태희가 담임선생님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 그런 선생님이 있다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선생님은 여자아이한테 자신을 아빠라 하라고도 하다니. 최진영이 만난 선생님에는 실제 그런 선생님이 있었을까. 일기 검사하면서 태희 일기를 마음대로 찢다니. 어린 태희는 대단해 보인다. 선생님이 한 말을 그대로 일기에 썼으니 말이다. 어릴 때는 그랬는데 나이 든 태희는 상사한테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 거 보니 일터에서 상사가 부하를 괴롭힌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모든 일터 상사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태희는 앞으로도 자신이 그곳에서 일하면 상사인 박수원과 똑같아지리라고 여겼다. 어릴 때는 다른 어른처럼 안 될 거다 하지만, 자라고 보면 자신도 자신이 싫어했던 어른이 되기도 하고, 일터에서는 처음에는 자신은 괜찮은 상사가 될 거다 하지만, 자신을 괴롭힌 상사를 닮기도 한다.

 

 이 책 제목 《내가 되는 꿈》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데 생각나지 않는다. 책을 다 보고 나니, 꿈을 잘 때 꾸는 꿈으로 여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내가 되는 꿈’은 어릴 때뿐 아니라 자라고도 자신은 자신일 뿐이다고 말하는 것 같다. 커서 뭐가 될 거야, 하지 않나. 그 물음에 ‘난 내가 될 거야’ 하는 거지. 자기 자신이 되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은 어려서는 부모 말 잘 듣는 착한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사춘기가 지나면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어릴 때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이 부모니 부모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나. 학교에서는 선생님이나 친구 눈치를 보겠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이 바라는 자신이 되겠지. 최진영이 말하고 싶은 건 이게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꼭 이런 자신없는 말을 한다.

 

 나이를 먹고 힘든 태희는 어느 날 어린 자신이 보낸 것 같은 편지를 받는다. 난 그 일이 일어나면 자신이 어릴 때 어른 태희한테 받은 편지를 떠올리지 않을까 했는데, 어른 태희 기억에는 그게 없었다. 여기에서 좀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어른 태희가 한해 뒤 자신한테 보낸 편지는 어린 태희한테 가고 어린 태희가 보낸 편지는 어른 태희한테 온다. 환상 같은 건 그거 하나다. 둘은 태희지만 다른 세계에 사는 태희일까. 어른 태희와 어린 태희는 자신한테 위로받은 느낌이 든다. 태희는 태희일 뿐일지도. 어린 태희는 미지와 더 친해지고 조금 나아졌을 것 같고, 겨우 일을 그만둔 태희도 남자친구와 아주 끝내고 괜찮아졌을 거다. 그렇다고 모든 게 확 바뀌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태희는 좌절하고 헤매면서 자신으로 살아갈 거다. 누구나 그렇게 살지 않을까 싶다.

 

 

 

희선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2-01-07 09: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가 남들에 비해서 뒤쳐지고 모자란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앞서가는 남들은 또 나를 보며 행복하게 잘 사는 느낌이 들 수도 있으니 그저 나대로 사는게 좋다는 생각도 가끔 해요.
최진영작가의 책은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내가 되는 꿈‘은 언제나 우리에게 주어진 화두같아요^^

희선 2022-01-08 00:09   좋아요 3 | URL
사람은 저마다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살면서 다른 사람을 부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기보다 자기대로 사는 게 좋겠지요 겉으로 보는 것하고 다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이 되기, 자신이 아는 자신이 맞을지 이런 것도 생각할 듯합니다 되고 싶은 자신이 되자고 생각하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01-07 11: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과거의 내가 현재 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멋지네요~! 오늘 쓰신 시랑 잘 맞는거 같아요 ^^

희선 2022-01-08 00:11   좋아요 4 | URL
그렇게 하려고 해서 된 건 아니고 우연히 그렇게 됐어요 그 편지를 보낼 때 세상에 틈이 생겼을까요 같은 세계 같으면서 좀 다른 듯도 보이지만, 태희는 같은 사람일 듯합니다 자기 자신한테 위로 받는 것도 괜찮겠지요


희선

mini74 2022-01-07 18: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가 자라 내가 된다는 글이 생각나요 ㅠㅠ 소설 속이지민 태희가 잘 살아나가기를 ~

희선 2022-01-08 00:12   좋아요 4 | URL
읽지는 않았지만 김애란 소설에 그런 말이 있다고 본 듯합니다 태희 잘 살아가겠지요 다른 사람이 응원해주는 걸 알면 태희가 기뻐하겠습니다


희선

scott 2022-01-08 2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 담 생에 지금의 저로 태어나기 싫은데 ,,,,

착한 아이 태희 행복한 태희로 살아 가기를 ~

희선 2022-01-11 23:52   좋아요 1 | URL
다음에는 다르게 태어나고 그것도 모를 듯합니다 전생을 기억한다는 사람 정말일까요 여기 나온 태희는 꿋꿋하게 잘 살아가겠지요


희선

프레이야 2022-01-09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인 중 태희가 있어 놀랐어요 ㅎㅎ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이기에 자라면서도 우리, 조금은 더 나은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더 낫지 않으면 또 어떤가요. 그 기준은 자신에게 있겠지요. 내적 외적 페이스오프를 해도 사람은 결국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희선 2022-01-11 23:54   좋아요 1 | URL
소설에 나온 사람 이름이 아는 사람 이름과 같으면 반갑기도 하겠습니다 저는 나쁜 아이가 제 이름과 같아서 조금 안 좋기도 했네요 제 이름 소설에 나오기도 하고 예전에는 동화에서 봤어요 괜찮은 사람이 되면 좋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네요 그러지 않아도 된다니 프레이야 님 좋은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주 나쁜 사람만 되지 않으면 괜찮겠지요


희선

2022-01-11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1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