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의 정석 - 취향 속에서 흥청망청 마시며 얻은 공식
심현희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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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앞서 저자의 책 『맥주, 나를 위한 지식 플러스』를 읽은 기억이 있다. 당시에 다양한 맥주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읽게 된 책이었다. 지금은 위스키에 관심을 가지는 '술꾼 아닌 술꾼'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됐다. '술꾼 아닌 술꾼'이라는 말이 아이러니하겠지만 술을 좋아하나 그렇다고 저자 정도의 꾼은 아니나 술의 다양한 맛을 즐기려는 커반인(커피하는 일반인)이라 그런 듯하다. 술은 맛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의 자리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과음을 하는 날도 종종 있다. 어느 정도 술이 받는 체질인 것도 그런 나를 단련시킨 것일지도...


  책은 총 아홉 파트로 구성된다. 나와 거리가 있는 와인에서 시작해서 요즘 자주 만들어 마시는 하이볼을 거쳐, 위스키, 브랜디, 맥주, 국내 주류로 이어지는 구성이랄까?

  내 첫 와인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커피와의 고민 중 와인이 취미로 선택됐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처음 와인을 사본 것은 보졸레 누보였던 것 같다. 내게 와인 보다 익숙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 마셔온 포도 담금주였기에...

  와인 이야기를 들으며 정정하고 싶은 부분은 성당에서 와인을 주는 것에 대한 부분이다. 저자도 미사에서 영성체를 받을 정도라면 국내에서는 미사 때 성혈을 접할 일이 더 드물다는 것은 알 것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인해 더 힘들어졌다. 현재도 성당에서 단체에 속해 활동 중이지만 마지막 양형 영성체를 해본 기억이 언제인지 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칠레 와인은 한때 국내에서 유행했음을 기억한다. 나도 과거 교수님께 선물용으로 추천을 받았는데 정확한 와인의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 것은 함정이다(그 정도로 와인에 대한 문외한이다).

  주종을 바꾸는 극적인 변곡점이 있는 것은 아니나 어느 순간 위스키로 변해왔으나 내추럴 와인에 대한 관심은 커피 마니아들이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며 나도 얼결에 접하게 됐던 것 같다. 단골손님 중 내추럴 와인을 알리는 이들 덕에 와인도 특별히 잘 모르면서 내추럴 와인에 대해 알게 되는 것. 크래프트 맥주는 워낙 호기심이 많아 책을 통해 조금씩 접하며 마셔왔기에 내추럴 와인도 책으로 더 접했던 게 아닌가 싶다. 크래프트 맥주에 관심을 끊을 수 없는 것은 실제 양조장을 하는 지인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르도 와인의 매력을 알게 되는 날이 올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워낙 와인을 그리 즐겨 찾지 않기에... 그나마 『신의 물방울』 때문에 관심을 가졌었으나 그보다 『바텐더』에 끌려 칵테일의 세계로 빠져 위스키로 건너왔기에 내 술의 길은 저자와 길이 다른 듯하다는 생각을 할 때 파트 5를 만난다.

  '하이볼 예찬' 현재 내가 즐겨 마시는 술이 하이볼이다. 그게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나 어느 순간 하이볼에 빠졌다. 분명 호기심에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토닉워터를 탔으나 이제는 탄산수를 이용한 하이볼이 내게 가장 잘 맞는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대충 휘리릭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위스키 하이볼은 요즘 같은 여름 날씨에 꿀맛이다.

  위스키를 마시며 피트를 명확히 알게 됐다. 옥상에 있는 블루베리의 비료 겸 흙에서 나던 그 냄새! 피트를 나는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왜 아버지께서 흙 작업을 하시면 이상한 병원 소독약 냄새가 났는지도... 그래서 아드벡을 마시는 게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았고 익숙했다. 내 첫 소장 피트 위스키는 탈리스커이지만 내 피트의 경험은 집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명확히 기억한다. K-위스키는 가격 때문에 접하지 못했는데 주류세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종종 생각하는 부분이다. 앞으로 그 변화와 새로운 위스키 사업자의 탄생으로 괜찮은 K-위스키를 맛볼 날을 기대하게 되고, 책에서 접한 K-브랜디도 기회가 닿는다면 맛을 봐야겠다.

  파트 8의 마지막 부분의 위스키 체이서로 맥주를 마신다는 내용을 보며 과거 친한 방송작가 형님과 소주 안주로 맥주를 마시던 기억이 떠오른다(결국 그날 점심때까지 난 누워있었다). 지지난 주말에 체이서가 아닌 섞어 마신 후유증으로 필름이 끊겼던 일도 떠오르기에 개인적으로 체이서이고 뭐고 섞는 것은 비추하고 싶다. 에필로그의 숙취와 수액에 대한 이야기는 간호사를 하는 동생들에게 들어 알고 있었으나 아직까지 실천을 해보진 못했으나 역시 프로 술꾼인 저자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알고 실천 중이었다니... 제목이 괜히 술꾼의 정석이 아니었다 생각한다.


  지상렬 씨와 진태 형님의 『술로 50년, 솔로 50년』(더작업실) 보다 제대로 술에 올인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나처럼 애주가인 사람들이나 꾸준히 술을 즐기는 이들(혹은 예비 술꾼)에게 여러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책이라 전하며 글을 줄인다. 책을 다 읽으니 오늘도 한 잔 땡기는 게 집에서 뭐든 시원하게 한 잔 마셔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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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말이 똑똑한 말을 이깁니다 - 마음의 문을 여는 말투와 태도에 관하여
이재은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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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아나운서로 본 것은 간혹 스쳐가듯 시청한 MBC 뉴스데스크에서 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던 뉴스가 아니라 채널을 넘기기 바빴고 누가 진행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저자의 전작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을 통해 저자에 대한 호기심을 갖긴 했으나 정작 책은 읽지 못했다. 그 후로 인스타 팔로우를 통해 저자의 소식을 접하곤 하다 신간이 나왔다. 『다정한 말이 똑똑한 말을 이깁니다』 말하기 전문가인 아나운서가 쓴 말하기에 관한 책이라 관심이 갔다. 여러모로 사람을 대하는 일이 많았고, 사람을 만나며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며 내 말은 날카로워졌고 차가워져 갔기에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할까?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는데 1장에서는 왜 다정한 말을 써야 하는지를 2장에서는 다정한 언어를 쓰기 위한 '자존감 올리기' 방법을 3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다정한 말투를 사용할 수 있을지 '하우 투(How To0'를 담았다는 프롤로그의 글부터 따뜻하게 다가온다. 인용한 시편의 성구도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Your word is a lamp for my feet, a light on my path

당신의 말은 내 발의 등불이고, 내 길의 빛입니다.(p.011)

  1장 '그 사람은 말 때문에 한 번 더 만나고 싶어졌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말, 사람을 밀어내는 말-'을 읽으며 최근 들어 내 말투를 돌아보게 된다. 분명 따뜻했던 적도 있었고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많이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말의 중심추가 요즘은 '내'게 되어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 타인을 배려한다는 생각은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내가 중심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듣는 편이라 다행이었지 내가 주도를 하는 대화에서는 그런 성향이 많이 보인다는 것을 확인한다. 가스라이팅은 돌아보면 나 역시 종종 당했던 일이라 거절도 한 번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어렵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공감한다. 다만, 그걸 알아차리기까지의 시간이 문제다. 그리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음도 공감한다.


  2장 '다정함은 자존감을 먹고 자란다 -다정한 말투를 키워내는 자양분, 따뜻한 마음과 태도-'를 읽으며 "곳간에서 인심난다."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메마르고 황량한 마음은 나를 지키기 전전긍긍하는 마음도 자리하기 힘든 곳이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 타인의 말에 예민하게 되고 그 반응으로 날이 선 말을 하게 됨도 경험했다. 바쁘게 살다 보니 더 내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다고 하지만 정작 남을 의식하며 나를 돌보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스스로에게 먼저 따뜻한 말 건네기'는 중요하면서도 가장 뒷전으로 미루게 되는 일인 것 같았다. 나부터도 그러지 못하니 주변의 비난에 더 민감해지는 것은 아니었나 돌아보게 된다. 타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따로 가지려 하지 않았기에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3장 '관계에 꽃을 피우는 다정한 말투 -사람을 얻고 인생을 바꾸는 언어 수업-'는 직접적인 노하우들이 나오는데 아나운서들도 참 말 때문에 고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무례한 요구를 현명하게 거절하는 법'에 나오는 선배 이야기는 과거 저자의 직장동료인 임현주 아나운서의 책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선배를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런 선배가 꼭 한 사람에게만 그러지는 않을 테니... 한 번이 어렵지 부당한 요구에는 단호하게 선을 긋고 거절하는 게 맞다는 말은 과거의 다른 경험을 통해 공감한다. 아나운서이기에 우리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에 고민을 갖고 있는 것도 알게 된다. 또 표현 하나만 살짝 바꾸어도 공감하는 말이 되는 것 알면서도 내가 중심이 됐기에 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얼마나 감사하며 살았나 자문해 봤는데 자주 한 것 같으나 어느 순간 익숙해질 때 그 감사함을 잊고 살았음도 깨닫는다. 각 장 마지막에 '잠시 생각해보기'가 있어 질문을 통해 내 말투와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나는 다정하지 않은 말을 꽤 썼다. 내 기분을 드러내는 말을 했다. 마음의 문을 열기보다는 약간의 틈만 열어 지내려 한 것 같다. 현재의 상황이 좋지 않기에 더 주위에 곁을 내주기보다는 나 할 것만 하자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그전에 겪었던 일들이 그런 나를 만든 것이지만...


  제목부터 현재 나와 거리가 있었기에 끌렸던 책이다. 다정한 나를 찾고 싶기에... 그리 똑똑하진 않으나 따뜻함을 지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기에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본인이 너무 말을 잘 하고, 똑똑하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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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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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이름은 내방 책탑 어딘가에 꽂힌 『쇼펜하우어 문장론』 때문에 익숙하다. 이 책도 아포리즘이라 그 책과 비슷한 스타일의 책이라 생각하고 읽게 됐다. 물론 제목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현실로 겪기 전까지는 확 와닿지 않으나 겪다 보니 답답할 때가 많았다) 그게 현실임을 알기에 어떤 내용 내게 울림으로 남을까 싶어 책장을 펼쳤다.


  '편역자의 글'을 읽으며 '비관에 대한 비관'이라는 쇼펜하우어의 철학관과 그의 외면받은 삶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들으나 결국은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쇼펜하우어의 글'을 보면 또 그렇게 비관적이진 않은 듯싶은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그의 글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게 해준다.


  4부로 구성된 아포리즘은 각각의 글 제목이 우리가 익숙한 짧은 명언 같다. 그 제목에 대한 내용이 본문을 채우는 데 각각의 본문 분량이 그리 길지 않기에 짬을 내서 읽기 좋은 스타일의 책이다. 개인적으로 출퇴근 시간(만원 지하철이나 버스는 어렵겠으나) 자리에 앉아 읽다보며 금세 완독할 수 있을 내용이 아닌가 싶다. 책 판형도 휴대성이 높은 게 꼭 출퇴근 길이 아니라도 가볍게 약속시간이 남았을 때 짬을 내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간이 없다고 하는 분들이라면 목차를 보며 꽂히는 아포리즘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각각의 제목이 하나의 아포리즘으로 다가오기에 보다 더 깊은 쇼펜하우어의 생각을 보고자 할 때 목차에서 와닿는 아포리즘을 자세히 읽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방법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해당 본문에서 더 머리를 울리는 문장이 만나기도 한다.


  되도록이면 힘들지 않은 인생을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살아 있다면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 아닐까?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으나 보다 현실적인 글들이라 와닿는 말들이 많았던 것 같다.


아픔을 모르는 기쁨은 존재하지 않는다.(p.181)


  유독 와닿았던 위문장을 인용을 해본다. 현실 속에서 이상을 추구하지만 그 격차가 클수록 좌절의 강도도 클 것이다. 너무 이상에만 시선을 두지 않길 바라며 보다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면 쇼펜하우어의 글이 적절한 조언이 될 때가 많지 않을까 싶다. 명언을 좋아하거나, 고민 때문에 생각이 너무 많아졌거나, 인생의 적절한 조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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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테이스팅 코스
마크 드레지 지음, 최영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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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업으로 했던 과거를 바탕으로 직업은 아니지만 여전히 로스터이자 홈바리스타이기에 구입했던 『와인 테이스팅 코스』, 위린이로 요즘 조금씩 마시고 있는 위스키 때문에 전자책으로 구입한 『위스키 테이스팅 코스』, 두 권 모두 책장과 전자책 서재에 잘 자리하고 있는 와중에 우연히 마주친 『맥주 테이스팅 코스』. 그럼에도 아직 '커피 테이스팅 코스'는 보이지 않으나 세 주류 테이스팅이 익숙해지면 그 충분히 커버를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책을 펼친다. 그래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그동안 다양한 맥주를 마셨던 기억들을 바탕으로 하여 읽기 시작했다.



  '시작하며'를 읽으며 저자도 나와 비슷한 스타일의 사람임을 확인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맥주란 무엇일까?'에서는 전반적인 맥주의 역사와 풍미 등 여러 부분을 다룬다. 워낙 맥주가 접하기 쉬워졌었기에 여러 맥주를 마시며 맥주 관련 책들도 읽은 게 꽤 있었기에 대략적인 맥주 분류는 낯설지 않았다. 다만, 에일과 라거는 익숙하고 자주 마셨는데 와일들/사워 분류는 생소했다. 맥주의 풍미는 워낙 다른 책들에서 접한 것들과 마셔본 경험이 도움이 된다. 테이스팅 시트는 그래도 많이 단순화되어 있기에 다른 주류에 비해 양의 부담이 적게 다가온다. 물론, 경험 등에 따라 이 외의 풍미도 찾아내는 이들이 있겠으나 너무 커핑 때처럼 뭘 찾아야 할지에 대한 부담감은 적다.


  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최근에 생맥주를 마셨던 때를 떠올린다. '완벽한 맥주 따르기'는 어느 순간 당연히 저렇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익히고 있기에 낯설지 않았으나 헤페바이젠과 윗비어에 대한 부분은 전에 알고 있었으나 캔을 저렇게 해서 따라 마시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한다. 전용잔에 대한 욕심이 생겼던 게 맥주 때부터라는 것을 떠올리는 파트도 보이나 결국은 자주 쓰는 잔에 아무렇게나 마시는 것 같다(이제 하이볼과 언더락을 주로 마시니 더 그런 듯...). 맥주 공정은 책으로는 그래도 여러 번 봐왔기에 기회가 될 때 양조장을 하는 아는 동생에게 견학을 가봐야 할 것 같다. 백날 책으로만 접해 봐봐야 결국 잊어버리니... 위스키 때문에 몰트에 빠져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맥주의 풍미에서 홉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오프 플레이버는 커피에서의 부정적인 풍미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적당량이 함유될 때는 오히려 맥주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것도 확인한다(커피에서도 그럴 때도 많은 것 같다 적당량이면 괜찮으나 그게 오버 될 때 더 큰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니... 하지만 분명 커피와의 차이가 있). 음식 페어링 부분은 그동안 나는 어떤 맥주와 어떤 음식을 먹어왔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두 번째 부분인 '스타일로 맥주 살펴보기'는 '라거', '페일 에일, IPA, 홉의 특징이 강한 에일', '몰트의 특징이 강한 에일', '사워 맥주와 과일 맥주', '밀 맥주와 벨지안 에일'로 구분해서 그에 해당하는 제품들의 특징도 다루기에 어떤 맥주를 마실지 고민인 이들에게는 직접적인 조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름 다양하게 마셔봤다고 생각했는데 책에 나오는 맥주들 중에서 내가 마셔본 게 이렇게 적다는 것에 역시 맥주의 세계에 나는 별로 해본 게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최근 들어 위스키를 주로 마시기에 맥주를 마시는 일도 줄어들었기에 더 그런 것 같다.



  알고 마시는 것과 모르고 마시는 것의 차이는 분명 크다. 과거 내가 커피에 눈을 뜨게 될 때 그 경험을 확실히 했기에 커피 업계에 몸을 담기도 했던 것이다. 여전히 위스키보다는 맥주의 접근성이 더 좋다. 기온이 꾸준히 올라가는 요즘 제대로 맥주 맛을 알고 마시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양한 맥주 맛보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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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초지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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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글릭의 시를 접하게 된 것은 노벨문학상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 같다. 생존한 외국 시인의 시는 특별히 찾아 읽지 않는 편이었다. 노벨문학상을 예측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는지 루이즈 글릭의 시집이 우리나라에는 출간된 게 없었다. 그나마 그해 나온 다른 출판사의 모음 시집에 「눈풀꽃」 한 편이 실려 있어서 접했던 것 같다. 당시에 해당 출판사에서는 이름을 '루이스 글릭'이라고 표기한 것을 기록이 기억하고 있다.


  그 후 시인의 다른 시를 접한 것은 얼마 전이었다. 그때 봤던 시와 다른 호흡의 「우화」라는 시로 『신실하고 고결한 밤』(시공사, 2022)에 수록된 시였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시집을 접하게 됐다.



  시집은 두 권으로 분권이 되어 있었다. 루이즈 글릭의 시집 『목초지』와 '옮긴이의 말'이 적힌 얇은 책으로 두 권 모두 가지고 다녀도 그리 두꺼운 분량은 아니라 크게 부담 되지는 않는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을 통해 시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전에 읽은 시집에서 '우화'라는 제목의 시를 접했다면 이 시집에서는 더 다양한 '우화' 시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우화 보다 강렬하게 끌렸던 것은 마치 내게 질문하는 듯했던 시 「소망 THE WISH」의 마지막 연이다. 내 마음이 잘 표현되는 문장이라 시선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늘 내가 소망하는 걸 소망했어.

나는 또 하나의 시를 소망했다.


「소망 THE WISH」 中 p.89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명확하게 알진 못하나 그동안 보거나 들은 이야기들과 알고 있는 캐릭터의 목소리가 현대로 와서 시인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본다. '옮긴이의 말'을 통해 시인에 대한 평가나 개인사에 대한 정보가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번역됐으나 20여 년도 전에 출간된 시인의 시. 현재 보다 아직은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지 않았을 때에도 이미 소리를 내고 있었기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시집을 읽으며 신화를 재해석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어 가는 시인의 시를 통해 여전히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내 시심을 붙잡을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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