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정한 말이 똑똑한 말을 이깁니다 - 마음의 문을 여는 말투와 태도에 관하여
이재은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6월
평점 :
저자를 아나운서로 본 것은 간혹 스쳐가듯 시청한 MBC 뉴스데스크에서 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던 뉴스가 아니라 채널을 넘기기 바빴고 누가 진행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저자의 전작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을 통해 저자에 대한 호기심을 갖긴 했으나 정작 책은 읽지 못했다. 그 후로 인스타 팔로우를 통해 저자의 소식을 접하곤 하다 신간이 나왔다. 『다정한 말이 똑똑한 말을 이깁니다』 말하기 전문가인 아나운서가 쓴 말하기에 관한 책이라 관심이 갔다. 여러모로 사람을 대하는 일이 많았고, 사람을 만나며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며 내 말은 날카로워졌고 차가워져 갔기에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할까?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는데 1장에서는 왜 다정한 말을 써야 하는지를 2장에서는 다정한 언어를 쓰기 위한 '자존감 올리기' 방법을 3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다정한 말투를 사용할 수 있을지 '하우 투(How To0'를 담았다는 프롤로그의 글부터 따뜻하게 다가온다. 인용한 시편의 성구도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Your word is a lamp for my feet, a light on my path
당신의 말은 내 발의 등불이고, 내 길의 빛입니다.(p.011)
1장 '그 사람은 말 때문에 한 번 더 만나고 싶어졌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말, 사람을 밀어내는 말-'을 읽으며 최근 들어 내 말투를 돌아보게 된다. 분명 따뜻했던 적도 있었고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많이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말의 중심추가 요즘은 '내'게 되어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 타인을 배려한다는 생각은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내가 중심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듣는 편이라 다행이었지 내가 주도를 하는 대화에서는 그런 성향이 많이 보인다는 것을 확인한다. 가스라이팅은 돌아보면 나 역시 종종 당했던 일이라 거절도 한 번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어렵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공감한다. 다만, 그걸 알아차리기까지의 시간이 문제다. 그리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음도 공감한다.
2장 '다정함은 자존감을 먹고 자란다 -다정한 말투를 키워내는 자양분, 따뜻한 마음과 태도-'를 읽으며 "곳간에서 인심난다."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메마르고 황량한 마음은 나를 지키기 전전긍긍하는 마음도 자리하기 힘든 곳이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 타인의 말에 예민하게 되고 그 반응으로 날이 선 말을 하게 됨도 경험했다. 바쁘게 살다 보니 더 내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다고 하지만 정작 남을 의식하며 나를 돌보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스스로에게 먼저 따뜻한 말 건네기'는 중요하면서도 가장 뒷전으로 미루게 되는 일인 것 같았다. 나부터도 그러지 못하니 주변의 비난에 더 민감해지는 것은 아니었나 돌아보게 된다. 타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따로 가지려 하지 않았기에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3장 '관계에 꽃을 피우는 다정한 말투 -사람을 얻고 인생을 바꾸는 언어 수업-'는 직접적인 노하우들이 나오는데 아나운서들도 참 말 때문에 고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무례한 요구를 현명하게 거절하는 법'에 나오는 선배 이야기는 과거 저자의 직장동료인 임현주 아나운서의 책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선배를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런 선배가 꼭 한 사람에게만 그러지는 않을 테니... 한 번이 어렵지 부당한 요구에는 단호하게 선을 긋고 거절하는 게 맞다는 말은 과거의 다른 경험을 통해 공감한다. 아나운서이기에 우리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에 고민을 갖고 있는 것도 알게 된다. 또 표현 하나만 살짝 바꾸어도 공감하는 말이 되는 것 알면서도 내가 중심이 됐기에 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얼마나 감사하며 살았나 자문해 봤는데 자주 한 것 같으나 어느 순간 익숙해질 때 그 감사함을 잊고 살았음도 깨닫는다. 각 장 마지막에 '잠시 생각해보기'가 있어 질문을 통해 내 말투와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나는 다정하지 않은 말을 꽤 썼다. 내 기분을 드러내는 말을 했다. 마음의 문을 열기보다는 약간의 틈만 열어 지내려 한 것 같다. 현재의 상황이 좋지 않기에 더 주위에 곁을 내주기보다는 나 할 것만 하자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그전에 겪었던 일들이 그런 나를 만든 것이지만...
제목부터 현재 나와 거리가 있었기에 끌렸던 책이다. 다정한 나를 찾고 싶기에... 그리 똑똑하진 않으나 따뜻함을 지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기에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본인이 너무 말을 잘 하고, 똑똑하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