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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외웠더니 시가 살아왔다
휴로그 도서개발팀 엮음 / 휴로그 / 2024년 6월
평점 :
노래방과 휴대전화의 편의성으로 과거와 달리 암기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 같다. 자연스럽게 라디오를 들으며 테이프에 녹음해 반복해 들어 외워버렸던 애창곡도 힘들여 외우지 않더라도 노래방에서 어렵지 않게 부를 수 있다. 꽤 많은 전화번호도 수첩을 가지고 다니지 않더라도 줄줄 외웠는데 이제는 가족들의 전화번호도 가물 거린다. 이처럼 편리함에 익숙해져 외우는 일이 줄어든 시기 시 암기 가이드북은 흥미롭게 보였다.
사실 내가 시를 암송하는 이유는 대부분 시험을 위해서였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마음에 드는 시 노래를 외우는 게 대부분의 일이었던 것 같다. 내게 암기법은 무작정 반복으로 외워버리는 단순무식한 방법이었기에 책에서는 어떤 효율적인 방법을 알려줄지도 궁금했다.
책에서 암송하는 활동을 단계별로 제시한다. 총 13편의 시를 각각 13 Step으로 접근한다. 가장 처음은 '작품 읽고 감상하기'로 우리가 모든 글의 암기의 시작은 비슷할 것이라 생각된다. 두 번째 스텝은 '필사하기' 개인적으로 눈으로 외우는 것보다 손으로 쓰며 익히며 시작법의 기초를 쌓을 때에도 많이 쓴 방법이라 여기까지는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세 번째 단계부터는 낯설다. 뭐 사람마다 암기하는 방법이 다르겠으나 내가 그동안 시를 외우며 이런 방법은 써보지 않았기에 '시의 첫 음 순서 암기하기'는 낯설게 다가온다. 그나마 비슷한 게 과거 성당에서 기도문을 외울 때 잘 외워지지 않는 기도문의 첫음 순서를 기억하려고 했던 게 비슷하다고나 할까?
네 번째 '순서 정렬하기 1'은은 좀 게임 같은 느낌도 들었다. 책의 구성을 보면 세 번째 스텝도 책에서는 뭔가 빈 공간 채우기라 퀴즈 같은 느낌이었는데 순서 정렬은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어지는 '순서 정렬하기 2'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했으나 무작정 무한 반복보다는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게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에 활용되는 것 아닌가 싶다.
여섯 번째 '빈칸 넣기 1'은 첫 글자와 주요 어휘 등을 빈칸에 채우는 것인데 첫음 순서를 외우면 첫 글자 넣기는 반복이라 어렵지 않을 것이고, 주요 어휘를 넣어 시를 머릿속에서 퍼즐로 완성하는 느낌이 드는 듯했다. 다음 스텝 '빈칸 넣기 2'는 수식어나 서술어를 빈칸에 채우는 것이니 순서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여덟 번째 스텝 '암기하면서 부분 필사하기'는 결국 앞에 필사하기와 이어지는 듯했다. 결국 암기하며 조금씩 시를 써가며 완성해 나가는 방법은 쓰면서 암기하는 과거 익숙한 방법이었지만 중간에 여러 게임 같은 단계가 추가되며 보다 수월하게 진행하기 괜찮았던 것 같다.
스텝 9~10의 '한 줄씩 암기해서 쓰기 1, 2'는 한 행씩 공란을 남겨 해당 행을 채우니 앞의 행을 읽고 다음 행을 완성해 가며 반복되게 시를 체득하는 방법이었는데 이것과는 다르지만 과거 일본어를 공부할 때 히라가나 밑에 가타카나로 바꿔 쓰던 게 떠오르기도 했다(그게 가타카나가 잘 안 익을 때 내게 금방 가타카나를 익히게 해준 방법이었다).
스텝 11도 스텝 3의 연장선상에 있는 내용으로 첫 글자만 보고 시 행 전체를 완성해서 쓰는 것으로 이 정도면 이제는 몸에 익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리고 12 단계에서 완전히 암기를 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으로 온전하게 빈 페이지에 시를 암기해 필사하는 과정으로 마무리된다. 마지막 스텝 13은 부록에 있는 각 시의 암기카드를 활용해서 언제고 시 암기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에 촬영해서 암기하는 방법으로 휴대성을 더 높일 수 있을 듯했다.
내게 암기란 무한 반복이 여전히 익숙하다. 악보를 보며 대략 어떤 음인지 이름은 알지만 그 음을 들어보지 않으면 처음 보는 악보는 부를 수 없다. 내 파트가 연주되어 있는 유튜브를 찾아 활용하거나 아니라면 사보 프로그램을 이용해 음원을 만들어 무한 반복으로 들어 익힌다. 시 암기도 그동안 그런 방법이었다. 그래서 너무 긴 시는 외우려 하지 않았는데 이번 책을 읽으며 긴 시도 흥미롭게 단계를 밟아가며 익힌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암송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전공하던 때에 비해 정말 시를 잘 읽지 않으나 여전히 시에 대한 끌림과 미련은 남아 있다. 이 책도 그런 미련?의 연장선상에서 만나게 된 책이 아니었나 싶다. 일단 이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들부터 천천히 암송을 하고 다른 내 애송시들을 암송하는 데에도 활용해 봐야 할 것 같다. 시를 좋아해 시 암송을 하고 싶은데 그게 잘되지 않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