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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썰전 - 세계사를 움직인 사상가들의 격투
모기 마코토 지음, 정은지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8월
평점 :
생각이 많아져 그런지 철학 관련 책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그렇다고 잘 아는 것도 아닌데...이전 카페에서 나온 후 일자리 알아보는 시간이 길어져 그런듯 싶다. 아니면 생일 즈음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인문학 하면 떠올리는 문사철. 그 중 이 책은 철학사를 다룬다. 철학사적인 흐름이 아닌 네 개의 주제로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순서와 상관없이 앞서 언급한 철학자의 사상이 뒤에 다른 주제로 만나게 되는 일도 있다. 다루는 네 가지는 '법과 정의', '전쟁과 평화', '이성과 감정', '나와 세계'으로 분류된다.
책의 첫 부분인 '법과 정의'에서는 익히 알려진 이름 '아이히만'의 죄와 관련된 질문이다. 과연 그의 죄는 유죄인지에 대해 묻는다. 법에 따른 것이나 그 법이 잘못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법에 따라 그는 상관의 지시대로 법대로 처리했으나 전범자가 되어야했다. 물론, 그 상황에 그 명령에 불복할 경우 그는 죽음을 당해 했을지 모른다. 책에서는 그와 관련해 비슷한 상황에서 그와 반대된 선택을 했던 네덜란드의 오라녜 공에 대해 예를 든다. '신의 법'과'국가의 법'의 대립에서 오라녜 공이 선택한 '신의 법'을 통해 고대 자연법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에 대해 다룬다. 이런 제1전을 통해 자연법에 대해 알아가며 인권의 의미도 알아가게 된다. 학창시절 배웠던 권리들에 대해 다시 공부할 시간이기도 했다. '헬조선'을 외치는 지금 민주주의에 대한 오랜 역사도 마주하게 된다. 루소가 탄생시킨 디스토피아 부분에서 현재의 불합리를 엿볼 수도 있었다.
제2전 '전쟁과 평화' 문학 작품의 제목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반대가 되는 단어지만 서로 뗄 수 없는 단어 같기도 하다. 저자의 말처럼 '세계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 할 수 있기에...로마와 카르타고의 관계 속 숨은 로마의 본심을 알 수 있다. 평화라는 시기가 결국은 강자가 다른 나라를 멸망시키고 대적자가 생기지 않는 시기라는 것은 씁쓸한 현실의 모습이다. 지금도 그런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을 과거의 로마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상황이다.
책에 인용된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대한 풍자는 카이사르 및 현재의 강대국의 풍자로도 봐도 될 것이다. 구약성경에서부터 뿌리를 두고 있는 정전(正戰)에 대한 부분은 그만큼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2000년 전의 명언인 "로마인은 폐허를 만들고 이것을 평화라고 부른다"라는 말이 여전히 통용이 되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마주하게 될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점차 외부의 민주주의 전쟁을 주제로 다루다 직접적으로 인간과 관계가 있는 '이성과 감정'으로 이어진다. 먼저 지성과 이성에 대해 그 개념을 알아본다. 이후 이번 썰전의 주요 등장인물 데카르트의 사상을 다룬다. 철학자인 데카르트가 기하학과 대수학을 통합했다는 사실은 다른 독서의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이 된다. 더불어 데카르트의 처세술 또한 인상적이다. 과거에 읽기를 시도하다 말았던 『방법서설』에 대한 도전 의욕도 생기게 되는 부분이다. 또 다른 주요 등장인물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만나고, 고대 인도 철학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은 역시 가장 중요한 철학의 문제 '나'와 세계에 대해 다룬다. 칸트와 키르케고르, 쇼펜하우어, 니체의 사상이 한 곳에 들어오기에 읽는 것으로 만족한 것 같다.
철학에 관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책으로 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책을 읽기 바빴기에 어렵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문답을 보며 읽었다면 이해도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어느 순간 흐름을 놓치며 이해보다는 읽기에 몰입을 했다. 다시 읽는다면 보지 못한 부분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각각의 주제에 대해 집중하고 사유의 시간을 두며 읽어야 보다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철학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이 각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해가며 쉬엄쉬엄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생각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