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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한시 - 사랑의 예외적 순간을 붙잡다
이우성 지음, 원주용 옮김, 미우 그림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오랜만이다. 왼쪽으로 넘겨 읽는 책과 세로로 쓰여진 글도...어린 시절 세로 쓰기의 신문을 읽었고, 대학시절 교수님의 심부름으로 마이크로 필름으로 보관된 문학 잡지를 볼 때도 세로 쓰기였다. 하지만 그 후 세로 읽기는 거의 줄어들고 가로로 읽는 책이 독서의 대부분이었다.
왼쪽으로 넘겨 읽는 책에 대한 추억도 비슷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일본 만화였던 '드래곤볼'과 '슬램덩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래된 낯설음이 책과 마주한 첫 느낌이었다. 제목 또한 재미있다. 사랑과 관련된 '한시'를 모았기에 '로맨틱 한시'로 되나 '로맨틱. 한.시'로 여운을 준다.
한시에 대해 아는 것은 없으나 사랑에 대한 시는 예나 지금이나 감정을 자극한다. 특히 익숙한 시조는 학교에서 배우던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이조년'의 <다정가>를 신위의 한역을 풀이한 글로 보니 더 이해가 잘 됐다. 그러나 원문에 대한 아련함이 옛 기억을 자극했다. 이조년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의 형제들의 이름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백년, 천년, 만년, 억년, 조년. 형제들의 순서대로 백, 천, 만, 억, 조로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요즘 시대에서는 정말 놀림을 받을 수도 있는 이름이다.
주제에 따른 한시들과 그와 관련된 저자의 에세이 글들이 책을 이어 간다. 한시라 어렵게 느껴지지만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책의 배치와 삽화, 그리고 저자의 글이 있어 여유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사랑은 쓰여지고, 읽히며, 전해진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전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또 다른 창작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독특한 편집의 책 『로맨틱.한.시』, 한시에 대해 무관심 하더라도 사랑을 품고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줄인다.